
남극 과학기지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살인예비극
극지의 고립된 환경 속에서 동료 대원들을 살해하려 흉기를 만들고 기지를 배회한 50대 월동연구대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 형사1부(임지수 부장검사)는 지난 27일 살인예비 및 총포·화약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대원 A씨(50대)를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기지 내부의 누적된 갈등이었다. 조사 결과, 남극기지 근무 경력이 없었던 A씨는 기지 내에서 자신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특히 남극 근무 경력이 있던 부하 직원인 20대와 30대 대원 2명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외딴 남극 대륙이라는 특수한 고립 환경 속에서 이들 사이의 갈등은 점차 커졌다.
A씨는 결국 이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기지 안에서 직접 흉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기지 내 음식물 처리기에 사용하는 금속 부품을 찾아낸 뒤, 그라인더를 이용해 철판을 깎고 갈아내는 방식으로 길이 약 47㎝에 이르는 도검을 만들었다.
범행은 지난 4월 13일 오후 7시 20분쯤 실행에 옮겨졌다. A씨는 직접 만든 도검을 손에 쥐고 장보고과학기지 내부로 들어섰다. 당시 기지에는 지난해 11월 파견된 제13차 월동연구대원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A씨는 갈등 관계에 있던 대원 2명을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소지한 채 기지 복도와 내부를 돌며 이들의 행방을 찾아다녔다. 자칫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은 기지 책임자가 배회하던 A씨를 발견하고 제지하면서 끝이 났다. 다행히 신속한 대처 덕분에 현장에서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은 발생한 지 28일이 지난 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는 사건 직후 대원들의 안전 격리를 위해 A씨를 기지에서 즉각 격리하고 비상 이송 조치를 내렸다. 그는 이달 7일 남극 기지를 떠나 11일 국내에 도착했다.
이런 사실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극지연구소로부터 관련 자료를 확보해 공개하면서 언론에 보도됐다.
검찰은 A씨가 국내로 송환되는 단계부터 경찰 등 관계 기관과 협조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후 A씨의 주소지 관할인 김천지청이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고립된 남극 기지에 남아있는 다른 대원들의 진술을 원격으로 확보하는 등 보완수사를 거쳐 A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혐의를 규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에게 죄에 부합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장보고과학기지는 2014년 2월 동남극 테라노바만에 세워진 한국의 두 번째 남극 상설기지다. 현재 제13차 월동연구대 소속 대원 18명이 지난해 11월부터 1년 일정으로 파견돼 우주·천문·빙하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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