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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 앓고 운명적으로 무속인이 된 탤런트 정호근

1964년 9월28일 대전 동구 삼성동에서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근무지에 따라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녀야 했다.

서울 성북동에서 잠시 유아기를 보낸 적이 있고, 대전 선화동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8살 때는 경기도 안양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9살 때 KBS 어린이 동요프로그램 <누가 누가 잘하나>에 나가 연말 장원전까지 진출했다. 이후 ‘타이거 마스크’, ‘우주의 왕자 빠삐’ 등 만화영화 주제가를 부르면서 아역 가수로 활동했다.

정호근의 아버지는 장교로 예편한 후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 덕분에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냈으나 서울 남강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18살 때 사업이 풍비박산 나면서 달동네로 이사하면서 시련기를 맞는다.

아주 힘든 시기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준 것은 ‘연기’였다. 고등학교 때 연극 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그는 이때부터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는데, 배종옥, 이재룡 등이 그의 대학 동기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83년 MBC 문화방송 탤런트 공채 17기로 데뷔한다. 견미리, 허윤정, 천호진, 김도연, 노경주, 윤철형, 이정훈, 최재호, 최설아 등이 동기다.

정호근은 드라마 <대왕의 길>(1998), <여명의 눈동자>(1991), <제3공화국<(1993), <장녹수>(1995), <허준>(1999), <상도>(2001), <야인시대<(2002), <해신>(2004), <대조영>(2006), <누나>(2006), <뉴하트>(2007), <미워도 다시 한 번>(2009), <선덕여왕>(2009), <광개토대왕>(2011), <굿닥터>(2013), <정도전>(2014) 등 현대극과 시대극을 오가며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그는 사극에서 악역을 맡아 명품 연기를 펼쳤다.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 ‘해신’에서는 해적 출신 거상 이도형(김갑수)의 행동대장으로 나와 해적과 내통하며 청해 침략에 앞장선다.

‘상도’에서는 야망이 큰 송방 행수 장석주 역을 맡아 주인공인 임상옥(이재룡)을 쉼 없이 괴롭혔다.

정호근은 ‘정도전’에서는 이인임(박영규)의 최측근이자 행동대장 임견미 역을 맡았다. 그는 얄밉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임견미를 악하고 교활한 인물로 잘 그려냈다.

정호근은 지금까지 맡은 배역 중 최고로 꼽는 작품은 ‘광개토대왕’의 풍발 역이다. 그는 당시 자신의 연기에 대해 ‘신들렸다’고 할 정도로 몰입했다.

후연의 장군이자 책사인 풍발은 극중 배역에 그치지 않고 “도대체 얼마나 처먹는 게야! 돼지 같은 놈”, “아이고오~ 무서워라아~!” 등 여러 명대사를 쏟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조영’에서는 고구려 간신 부기원(김하균)의 수족으로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은 사부구 역을 맡았다.

정호근은 2014년 ‘정도전’ 촬영이후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해 9월 아내와 세 자녀가 있는 미국 텍사스에 갔는데, 그때 심한 복통을 앓았다.

귀국해서도 배앓이가 낫지 않아 병원에 갔지만 “이상 없다”는 말뿐이었다. 이때 3개월 사이 체중이 10kg이나 줄었다.

그러던 중 꿈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타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너는 2년 후에 죽는다”고 했다. 정호근은 꿈을 깨서도 계속 아팠고 ‘이러다 정말 죽는 거 아냐?’라는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만신(무녀)을 찾아갔다. 그녀는 정호근을 보고 펑펑 울더니 “신병이 들었다”고 했다. 정호근은 자신이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자식들에게 내려간다는 말에 내림굿을 통해 신을 받아들인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 “내가 거부하면 신한테 발길로 차임을 당하고 그다음 밑으로 내려간다는 거다. 밑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내 자식들에게 간다는 거다. 그래서 신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정호근은 그렇게 연기자에서 무속인이 됐고, 2015년 초 경기도 의정부의 한 건물안에 ‘대명원’이라는 자신의 신당을 꾸렸다.

사실 정호근이 무당이 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의 집안에서는 대대로 무당이 나왔다. 할머니는 대전 지역에서 꽤 이름을 떨치던 만신이었고, 누나들도 무병을 앓은 경험이 있다.

그도 어릴적부터 신기가 남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느닷없이 헛소리를 하고, 비가오면 밖에 나가 춤을 추다가 잠들기도 했다. 한 번은 친구에게 “너희 집 마루 밑에 귀신 있지?”라고 했는데, 그 집 마루 밑에서 무덤이 발견된 적도 있다.

평생 씻지 못할 아픔도 겪었다.

정호근은 1995년 현재의 아내와 결혼해 다섯 자녀를 얻었지만 1996년 미숙아로 태어난 큰딸은 27개월 만에 폐동맥 고혈압으로 세상을 떠났다.

막내 쌍둥이 중 아들은 생후 3일 만에 품에서 숨졌다. 이렇게 그는 자식 두 명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다.

2020년 3월부터 정호근은 유튜브에 ‘푸하하TV 심야신당’을 개설하고 유튜버로 인생 3막을 열었다. 초대 손님을 불러 점사(占事)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토크쇼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본떠 “심야에 점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가 직접 이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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