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가 말라 죽는 ‘죽음의 호수’
아프리카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 주에는 ‘나트론 호수’가 있다.
길이 56㎞에 너비가 24㎞나 되는 거대한 호수로 홍학의 집단 서식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호수는 일명 ‘죽음의 호수’로 불리며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영국 출신의 사진작가 닉 브랜트는 팝의 황제 마이클잭슨의 뮤직비디오와 ‘차일드 후드’를 비롯해 유명 음악인의 뮤비를 연출한 스타 감독에서 사진작가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주로 아프리카의 대자연과 야생동물들을 전문적으로 촬영해왔다.
2010년, 닉은 탄자니아를 방문해 아름다운 풍경과 홍학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나트론 호수를 찾아간다. 그가 찾은 나트론 호수는 핏빛의 붉은 물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신비한 호수였다.
닉은 나트론 호수를 촬영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신기하게도 살아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몸이 바짝 말라붙은 채 죽은 상태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주위에서 더 충격적인 모습들을 발견한다. 마치 노래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참새와 제비는 물론 고고한 자세로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비둘기,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한 독수리, 눈빛마저도 무섭게 보이는 박쥐까지.
언뜻 보기에는 모두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동물들은 이미 돌처럼 굳은 채 죽어 있었다. 닉은 신기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3년 후인 2013년 11월, 미국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고 사진을 공개했다.
닉의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은 그의 사진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메두사와 눈이 마주치면 돌로 변한다는 그리스 로마의 신화에 비유해 나트론 호수를 ‘메두사 호수’로 부르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명 신문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디나 스펙터 기자 역시 이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시작한다. 그녀는 자연을 보호하고 동물을 보호하는 비영리 단체인 ‘야생동물보호기금’의 대표이자 듀크대학교에서 환경정책을 전공한 카터 로버츠를 찾아간다.
당시 카터는 아프리카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트론 호수 연구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나트론 호수에 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호수를 직접 찾아가 조사 활동을 이어간다.
그리고 얼마 후 카터 로버츠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그는 나트론 호수에서 동물이 돌처럼 변하는 이유에 대해 ‘탄산수소나트륨’(NaHCO3)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사결과 이 호수에서는 일반적인 호수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탄산수소나트륨의 함량이 매우 높았다.
탄산수소나트륨은 보통 ‘천연소다’로 불리는데 위산제의 작용을 억제하는 제산제와 같은 의약품부터 베이킹 파우더, 세척제 등의 원료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탄산수소나트륨이 다량 함유된 나트론 호수는 매우 강한 염기성을 띄게 되고 이 때문에 염기성에 강한 붉은 박테리아가 활성화돼 붉은 색의 박테리아만이 살아남아 호수 자체가 붉게 보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한 염기성을 띠는 호수는 단백질을 녹이고 피부를 부식시키는 성질을 갖는다. 따라서 동물들이 나트론 호수에 발을 딛게 되면 피부와 장기가 순식간에 부식되면서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마는 것이다.
동물들이 돌처럼 굳어버리는 이유는 탄산수소나트륨의 또 다른 특성 때문이다. 탄산수소나트륨이 가지는 특성 중에는 물을 빨아들이는 ‘흡습성’ 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호수에 몸이 닿아 죽은 동물의 몸에는 탄산수소나트륨이 남게 되고 이것이 사체에 남은 수분을 모두 빼앗아 부패되지 않은 채 화석처럼 굳어버리게 된다.

카터는 이집트인들이 시신을 미라로 보존할 때 탄산수소나트륨을 사용했다는 기록을 근거로 들었다.
나트론 호수는 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협적인 존재였다. 실제로 1950년 미국의 조류학자 레슬리 브라운이라는 조류학자가 나트론 호수를 찾는다.
그는 나트론 호수의 홍학을 조사하던 중이었는데 호숫가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번식지를 향해 출발했지만 부식성 진흙에 빠지고 말았다.
식수는 소다에 오염되고 설상가상으로 더위가 너무 심해서 그는 간신히 야영지로 돌아왔다. 그는 그대로 혼절했고 사흘 동안 의식이 반쯤 잃은 상태였다. 게다가 다리는 소다로 인해 검게 타고 물집이 생겼다.
그는 6주 동안 입원을 했는데 대대적인 피부 이식 수술을 한 끝에 다리를 살리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유독 나트론 호수에 탄산수소나트륨이 많은 이유는 화산 때문이다.
호수로부터 약 6km 떨어진 ‘올도이니요’ 화산이 위치해 있는데 이 화산은 지금도 용암을 뿜어내고 있는 활화산이다.
여기서 흘러나온 용암이 나트론 호수까지 흘렀고, 용암에 함유된 탄산수소나트륨이 호수 물에 용해되면서 호수의 탄산수소나트륨의 함량을 높인 것이다.


그렇다면 홍학은 왜 탄산나트륨에 반응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홍학은 털의 구조상 탄산나트륨에 반응하지 않는 유일한 조류동물로 가늘고 긴 다리는 부식성 있는 물질에 저항력을 갖고 있고 나트론 호수에 머물러도 안전하다.
오히려 호수는 하이에나 같은 천적의 접근을 막아주는 천혜의 안식처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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