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미제사건 용의자 몽타주
몽타주의 어원은 ‘조립하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monter'(몽테)다.
범죄 수사에 쓰이는 몽타주도 피해자나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눈, 코, 입, 머리 모양 등의 생김새를 합성해 범인과 유사한 그림을 만드는 것이므로 조립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강력사건이 일어났는데 범인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으면 경찰은 몽타주 요원을 투입한다. 이들은 몽타주 작성 프로그램이 저장된 노트북을 들고 목격자를 찾아가 범인의 윤곽을 그려낸다.
몽타주 수사는 조선시대 나무 게시판에 한지와 먹으로 그려내던 ‘용모 파기’ 수준이 아니다. 과학적인 기법에 의해 범인의 특징을 입력하면 데이터에 근거해 몽타주가 작성된다.
물론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한번 본 사람을 마치 사진처럼 정확히 기억하고 말로 상세하게 풀어내기는 힘들다.
때문에 몽타주는 실물과 일치한다기 보다 몽타주를 보고 누군가를 떠올리게하면 충분하다.
국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중 몽타주가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10건을 발생순으로 살펴봤다.
이형호군 납치 살인사건

1991년 1월29일 오후 5시20분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놀이터에서 이형호군(9)이 납치된다.
이군은 사건 발생 43일 후인 3월13일 낮 12시20분쯤 잠실대교에서 서쪽으로 약 1.5 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배수로(일명 ‘토끼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손이 스카프와 나일론 끈으로 묶여 있었고, 사인은 코와 입이 테이프로 막혀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검 결과 위에서 나온 음식물이 유괴 당일 친구집에서 먹은 점심으로 판명되어 유괴 직후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범인의 협박전화에서 나온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 서울·경기 출신의 30대 전후의 남자로 추정됐으며, 사건 당일 밤 11시부터 16일 동안 50여 차례의 전화통화와 10차례의 메모지로 피해자의 부모를 협박했는데, 그 수법이 매우 치밀하고 지능적이었다.
이형호군의 친척 한 명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더 이상의 진척은 없었다.영화 <그놈 목소리>가 개봉돼 범인의 실제 목소리를 공개했으나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잠실파출소 조성호 경사 살인사건

1996년 8월9일 새벽 5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1파출소에서 부소장인 조성호 경사(46)가 피투성이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범인은 조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실탄이 장전된 권총과 탄띠를 탈취해 달아난 상태였다. 당시 파출소 안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피의자가 파출소에 들어올 때 의무적으로 적도록 돼 있는 ‘소내 근무일지’에는 범인의 인적사항이 없었다. 조경사가 쓰러져 있던 방범대원실은 평소 아는 사람을 접대하는 곳으로 이용돼 왔다는 점을 들어 범인은 조경사와 안면이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경찰은 대대적인 인원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지만 용의자를 특정짓지 못했다. 범인이 조경사에게 탈취해간 권총 등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조 경사와 30대 남성이 함께 있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타났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지만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
제주 관덕정 살인사건

1997년 8월14일 오전 제주시 삼도2동 관덕정(조선시대 제주 목 관아) 인근에서 피투성이가 된 여성이 발견된다.
그녀는 인근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현씨(50)였다. 5m 떨어진 철거공사 현장에는 알몸 상태의 여성 시신이 있었다. 현씨의 단란주점 종업원 고씨(32)였다.
현씨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쯤 일을 끝내고 고씨와 함께 귀가하다 괴한에게 동시 공격을 받았다. 현씨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고씨는 변을 당했다.
경찰은 단란주점을 운영하고 있던 현씨가 현금을 많이 갖고 다녔기 때문에 강도에 무게를 뒀다. 엽기적인 범행에 비춰볼 때 정신병자나 변태성욕자의 소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유력한 남성(28)이 검거하고 범행을 자백받았지만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이 남자가 범인이라는 물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을 태웠다는 한 택시기사의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었으나 지금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인천 계양구 작전동 여아 살인사건

2000년 5월과 8월 인천 계양구 작전동에서 여자 어린이 두 명이 잇따라 살해된다.
5월31일 오후 어머니와 함께 아파트 화단에서 꽃에 물을주던 박양(4)이 흉기에 찔려 숨진다. 엄마가 자리를 비운 10분 사이에 범행이 일어났다.
약 3개월 후인 8월5일 작전동의 한 아파트 뒤편 공터에서 초등학교 2학년인 안양(7)이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이때 20대 남성이 다가와 길을 물었고 안양이 길을 가르쳐준다며 함께 걸어가다 흉기를 휘두르고 도주했다.
주민에게 발견된 안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박양과 안양이 피살된 곳의 거리는 500m에 불과했다.
경찰은 ‘두 어린이의 피살사건’이 동일인의 소행일 수 있다며 연관 조사를 벌였다. 범행시기와 장소‧수법이 비슷해 두 사건의 연관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했다. 하지만 목격자, 현장 증거가 거의 없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대구 총포사 주인 살인사건

2001년 12월8일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건물에 있는 총포사에서 주인 정씨(66)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범인은 현금과 금고에는 손대지 않고 총포사 진열대에 있던 벨기에산 엽총 2정나 들고 사라졌다. 범인들의 목적은 ‘총기 탈취’가 분명했다.
경찰은 12월7일 오후 총포사 근처 공중전화에서 용의자로 부이는 사람이 총포사에 전화한 것을 확인했다. 정황상 범인은 총포사가 문 닫는 시점에 손님으로 가장해 찾아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정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지 3일 후 범인은 대구 달서구 기업은행 공단지점에 엽총을 들고 찾아가 순식간에 현금 1억2천600만원을 강탈해 달아났다. 범인이 도난 차량에 버리고간 엽총 2정은 총포사에서 도난 당한 총과 일련번호가 일치했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어 배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서천 카 센터 방화 살인사건

2005년 5월2일 충남 서천읍 군사리에서 의문의 방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곳에는 5개 점포가 일렬로 연결돼 있는 조립식 단층 건물이 하나 있었다. 건물을 마주보고 왼쪽에서부터 ‘카센터-카오디오-중장비업체-농기계 수리점-식당’ 순이었다.
이날 새벽 카센터에서 불이났고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진화한 후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가게 안에서는 세 구의 시신이 들것에 실려나왔다. 쌍둥이 남매와 설인 여성 한 명이었다. 이중 여성은 카센터 주인이 아니라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던 농기계수리점 여주인 김씨(42)였다.
8일 후인 5월10일 카센터에서 4km 떨어진 교각공사 현장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카센터 여주인 김씨(43)였다.
경찰은 목격자들을 탐문해 사건 당일 카센터에 의문의 방문자들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더 이상의 진척이 없었다.
신정동 여성 연쇄 납치 살인사건

지난 2005년과 2006년 신정동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
20대 후반의 회사원 권씨(여)가 2005년 6월6일 현충일 오전 약국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다음날 오전 주택가 쓰레기 무단투기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성폭행이 의심됐지만 정액반응은 음성으로 나왔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11월20일 40대 주부가 퇴근 후 귀가하다 실종됐다. 이틀 후 이 여성은 신정동 주택가 주차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렇게 또다시 약 6개월의 시신이 흘렀다.
2006년 5월31일 20대 여성이 신정역에서 내렸다가 괴한에게 납치된다.
범인들의 거주지로 보이는 주택가 반지하로 끌려간 이 여성은 가까스로 탈출해 2층 계단 앞 신발장 뒤에 숨었다. 이때 신발장에 붙어 있는 엽기토끼 스티커를 보고 기억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몽타주가 만들어졌으나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대구 초등학생 납치 살인사건

2008년 5월30일 새벽 4시10분쯤 대구 달성군 용봉1리에 있는 허씨(72) 집에 괴한 1~2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주먹과 발로 허씨의 얼굴 등을 사정없이 때렸다. 다른 방에는 허씨의 손녀들이 잠들어 있었다.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놀란 허씨의 큰 손녀 은정양( 12)이 할아버지의 방으로 가서 괴한을 말렸다.범인들은 허양을 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건 발생 13일째인 6월12일 유가면 용봉리 비슬산 자락인 용박골 8부 능선에서 허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를 감안해 납치 당일 살해한 뒤 계곡으로 던진 것으로 추정했다.
범인들을 본 유일한 목격자는 할아버지 허씨였다. 하지만 허씨는 횡설수설하며 진술이 여러번 바뀌었다. 계속된 진술 번복으로 증언의 신빙성도 떨어졌다. 급기야 허씨가 사건 발생 84일 만에 지병으로 숨지면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인천 병방동 살인사건

2008년 8월19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아파트 옥외 주차장에서 6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신원 확인결과 피해자는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에서 50m쯤 떨어진 곳의 3층 다세대 주택에 사는 A씨(63)였다.
A씨는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남편과 함께 3층에 살았다. 1~2층과 지하는 전‧월세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전날 친구의 생일 축하모임에 참석한 후 귀가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범인은 A씨를 발견하고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얼굴을 무차별 폭행하고 살해한 것으로 판단됐다.
경찰의 탐문결과 사건 당일 밤 한 남성이 아파트 주변을 배회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몽타주도 만들어 수배했다.
의정부 여중생 성폭행 살인사건

2008년 9월22일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동에서 중학교 2학년인 최양(14)이 살해된다.
범인은 하교 후 외출했다가 귀가하는 최양의 뒤를 따라 집안에 침입했다. 이어 최양을 성폭행하고 흉기로 살해한다.
범인은 최양의 방에서 나오다 최양 어머니와 마주쳤다. 최양 어머니가 놀란 사이 범인은 유유이 집을 빠져나갔다.
최양의 몸에서는 범인의 정액이 검출됐다. 분석결과 혈액형은 B형이었다. 경찰은 동종 전과가 있는 우범자들과 현장에서 확보한 DNA를 대조했으나 일치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에 있던 CCTV를 확보해 분석했는데, 최양의 집 쪽에서 황급히 빠져나오는 한 남성이 포착됐다. 화질이 좋지 않고 뒷모습만 확인됐다. 경찰은 최양 어머니 진술에 따라 용의자의 몽타주를 만들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