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거침없이 하이킥’ 모델 겸 탤런트 김지후 사망사건

유명 스타에게만 주목하는 냉혹한 연예계의 세계. 무명의 터널을 벗어나려던 한 신인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김지후는 22살 때인 2007년 유명 디자이너 송지효‧장광효 옴므 컬렉션 무대에 서면서 모델로 데뷔했다. 183cm의 훤칠한 키와 독특한 마스크를 가져 촉망받는 모델로 주목 받았다.

이후 방송으로 진출해 MBC TV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 <거침없이 하이킥> 등 드라마와 시트콤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다.

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 MBC 에브리원 <인간실험극장>, 리얼TV <발칙한 동거 솔룸메이트> 등에도 나와 얼굴을 알렸다.

2008년 4월 김지후는 홍석천이 진행하는 tvN <커밍아웃>에 출연해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5월에는 한 여성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 첫사랑을 만났으나 실연의 아픔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후 김지후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연예활동을 좌우할 수 있는 연예기획사와의 전속계약이 백지화됐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예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진행하다 커밍아웃 이후 모든 것이 무산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 이후에는 쏟아지는 네티즌들의 조롱과 모욕 등 살인적인 악플에도 시달렸다.

김지후는 점점 설 자리를 잃으며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

그리고 같은해 10월7일 오후 9시29분쯤 서울 잠실 자택에서 어머니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된다. 자신의 방에서 끈으로 목을 맨 상태였다. 유서형식의 메모도 발견됐다. 여기에는 ‘외톨이다. 힘들다. 하늘로 날아가고 싶다. 뿌려 주세요’라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연예활동을 원하던 아들이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자살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김지후의 미니홈피에는 연예활동에 대한 기대감과 커밍아웃으로 인한 고통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죽기 한 달 전인 9월11일에는 미니홈피 메인화면에 “조만간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 찾아뵐게요”라고 올렸다. 하지만 10월3일에는 다이어리에 “인생은 바람같은 거야”란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여기에는 “다 바람같은 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니?…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아”라며 죽음을 암시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죽기 전에는 삶을 체념한 듯 미니홈피의 제목을 ‘인생은 바람 같은 거야’라고 바꿔놓았다. 그리고 그는 며칠 후 바람처럼 세상을 떠났다. 향년 23세.

김지후의 지인들은 미니홈피에 “니가 이렇게 죽으면 누가 알아주기나 한데? 왜 그런짓을 저지른 거야? 엄마랑 동생은 어쩌고?” “니가 사고를 쳤구나? 나한테는 안죽을꺼라고 해놓고선… 죽으니까 좋니?” 라고 남기며 비통해했다.

홍석천은 김지후가 숨진 다음 날 자신의 SNS 계정에 일기 형식의 글을 올렸다.

그는 “악플러들과 맞짱 뜨자. 마음 먹는다. 지면 끝이다”며 “숨을 고르자. 뒷꿈치에 힘을 놓아선 안 된다. 턱은 똑바로 눈은 매섭게! 우린 불쌍한 존재들이지만 티를 내진 말자. 여기서 지면 숨을 곳도 없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어 “그 허접한 것들에게 승리의 축배를 들게 해선 안된다. 살아 남은 자의 숙제가 뭔지 꼭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먼저 떠난 영혼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위로란 하나뿐이다. 쓰러지지 말자”며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의 뜻에 따라 김지후의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고, 시신은 입관식을 거쳐 화장한 후 동산에 뿌려졌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