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배우 정아율 사망사건
1987년 2월3일 인천에서 태어나 경북 포항에서 성장했다. 본명은 ‘정혜진’이다.
스튜어디스를 꿈꾸고 영진전문대학 국제관광과를 졸업했지만 번번이 항공사 시험에 떨어졌다. 마냥 도전할 수가 없어 디스플레이 업체에 취업했다.
그러다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1년 우연히 연예기획사에 의해 ‘길거리 캐스팅’ 됐다. 정아율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 상경한다. 가족과 떨어져 24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됐다.
같은해 8월부터 3개월 정도 가수 연습생 트레이닝을 받았다. 하지만 정아율은 가수보다 연기에 관심을 보였고 배우로 전향한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정식으로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고 데뷔 절차를 밟았다.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광고도 찍었다. 2012년 연이어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와 문화체육관광부 공익광고를 촬영했다.
같은해 5월 KBS 아침 드라마 <사랑아 사랑아>에 주인공 홍승희(황선희 분)의 친구로 출연하며 배우로 정식 데뷔했다. 단역으로 드라마 초반에만 잠시 나왔다.
정아율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방송 시스템상 광고와 드라마 촬영비가 방영 1~3개월 후에 지급되는 상황에서 당장 손에 쥐는 돈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6월10일 오후 정아율은 SNS에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는 데 사막에 홀로 서 있는 기분. 세상의 무게감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엄청난 공포가 밀려온다. 아직 어른 되려면 멀었나 봐. 엄마, 아빠 보고 싶다”라고 적었다.
다음날 새벽에는 자신의 “아무것도 위로가 안 돼…”라는 글을 남겼다.
6월12일 밤 정아율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남자친구 장아무개씨(25) 등과 술을 마신 후 귀가했다. 다음날 정씨의 매니저는 정아율에게 연락했으나 계속해서 받지 않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밤 9시쯤 강남에 있는 정아율의 집으로 찾아갔다. 인터폰을 눌러도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매니저는 정아율의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비밀번호를 물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정아율은 없었지만 욕실문을 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아율이 목을 맨 채 발견된 것이다. 매니저는 119구조대에 연락했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 향년 25세.

경찰은 정아율이 13일 0시부터 시신이 발견된 그날 오후 9시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타살 흔적과 자택에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다는 점을 바탕으로 유족과 지인들의 진술을 종합해본 결과,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정아율의 어머니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예인하면서 단 10원도 벌지 못했다. 군대에 있던 남동생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할 만큼 어려운 형편이었다”라고 말해 무명배우로서의 고달픈 삶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정아율이 떠나는 길에는 그의 생전 동료들도 함께했다. 그가 출연 중이던 ‘사랑아 사랑아’의 제작진과 출연진인 선우재덕 등 10여 명이 촬영을 끝내고 조문했다. 고인의 유골은 화장을 거쳐 경북 봉화군의 한 공원묘지에 안치됐다.
이제 막 연기의 꽃을 피운 신인 배우는 이렇게 스스로 삷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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