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실종사건

구미 여대생 장윤정양 실종사건


2002년 8월8일 오후 2시8분쯤.

경북 구미시 구포동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장윤정양(20)이 홀연히 사라졌다.

장양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집 앞 버스정류장으로 나갔다. 이때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버스 시간을 확인한 후 출발 하겠다’고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남자친구는 약속 장소에서 장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넘었는데도 장양이 나오지 않고, 연락이 안 되자 이런 사실을 가족에게 알렸다. 장양의 부모는 이날 저녁 오후 10시쯤 황상파출소에 실종 신고하러 갔다.

그런데 경찰에서는 대수롭게 보지 않았다. “혹시 밤에 돌아올지 모르니 기다려 보라”며 실종신고를 미뤘다. 단순 가출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장양 부모는 경찰 말을 듣고 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으나 아무런 연락이 없자 다음날인 8월9일 오전 9시쯤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장양이 가출할 이유는 없었다.

장양은 평균 학점이 4.5에 가까울 정도로 학교 성적이 좋았다. 또 가정불화도 없었고 남자친구와의 사이도 아주 좋았다고 한다. 장양의 아버지도 “윤정이가 가출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양이 실종되기 전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 안동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장양은 방학동안 부모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실종되기 며칠 전 장양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오던 중 두 명의 남자와 마주쳤다.

이들은 장양에게 접근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소개시켜 주겠다”며 접근했다. 이 남성들은 누구였고, 왜 장양에게 이런 말을 했던 것일까. 경찰도 이 남성들과 장양의 실종이 연관됐을 것으로 보고 신원 확인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정체를 밝히지는 못했다.

이상한 일은 또 있었다.

장양이 실종된 지 일주일째 되던 8월15일 오후 7시30분쯤이었다. 장양의 아버지에게 전화 낯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양 아버지의 말만 가만히 듣고 있다가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즉시 발신지를 추적해 김천시 삼락동에 있는 한 대학교 근처라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의 추적이 안 돼 발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당시 전화를 건 사람은 누구였을까.

장양이 실종된 지 14일 만에 같은 지역에서 한 여중생이 실종된다. 9월22일 오전 10시20분쯤 구미시 옥계동에서 “친구들과 이미지 사진을 찍기 위해 외출한다”며 집을 나선 김아무개양(14)이 행방불명됐다.

김양은 실종된 지 8일 만인 9월30일 오전 9시30분쯤 마을에서 20km 떨어진 경북 칠곡군 낙동강변에서 익사체로 낚시꾼들에게 발견됐다. 부검 결과 목이 졸려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장윤정양과 김양의 사건은 비슷한 점이 아주 많았다.

우선 김양의 집(옥계동)과 장양의 집(구포동)은 행정구역이 붙어 있는 인접지역이다. 김양도 장양처럼 버스정류장에 있다가 실종됐다. 양쪽 버스정류장의 거리는 불과 700m 밖에 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둘 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다. 또 가려던 반대 방향에서 휴대전화의 전원이 끊긴 것도 동일하다. 이렇게 두 사건은 공통점이 많았다. 경찰도 관련성이 있는지를 집중 수사했으나 밝혀낸 것은 없다. 이 사건 또한 범인을 잡지 못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사건 초기 장양과 김양의 부모는 경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실종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단순 가출’로 보고 수사에 적극성을 띠지 않았다. 시신으로 발견된 당일에야 김양을 찾는 전단지를 배포했으나 숨진 채 발견됐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김양의 주변 인물과 우범자, 동일수법 전과자 등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장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양의 부모가 최초 실종신고를 하러 갔으나 단순가출로 판단해 신고가 지연됐다.


장양 가족들은 “뚜렷한 가출동기도 없는 윤정이의 실종신고를 접하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다가 실종 50일이 지난 9월28일에야 겨우 수배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인력 부족으로 실종 신고에서 변사체로 발견되거나 납치돼 있다는 신고가 없으면 본격적으로 수사하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같은 지역에서 여중생과 여대생이 연달아 실종되고 이중 여중생이 살해된 채 발견됐으나 경찰의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품을 노린 납치의 경우 돈을 요구하는 등 연락을 해오기 마련인데 이 사건의 경우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범행 목적이 뭔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면서 시신으로 발견된 김양의 부모는 범인이 하루속이 잡히길 기대하고 있으나 현재 상태로서는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장윤정양의 부모는 딸이 돌아올지 모른다며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한동안 장양의 은행계좌에 돈을 넣으며 딸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 했다.

장양은 키 155cm, 50kg으로 보통 체형을 하고 있다. 둥근 얼굴에 윗 앞니 사이가 약간 벌어졌고 입술이 도톰한 편이다. 오른쪽 코 옆에 1cm 정도의 흉터가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제보는 구미경찰서 형사과(054-450-3272)로 하면 된다.

범인이 남긴 단서들

1.김양‧장양 사건 범인 동일인 가능성 높다.
두 사건이 일어난 지역, 장소, 휴대전화 전원이 끊긴 곳 등을 보면 동일범일 가능성이 높다. 범인이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장윤정양이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접근했던 두 명의 남성이 실종과 연관 됐다면 두 명일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장양 실종과 무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의 정체를 확인하지 않는 한 두 가지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는 것이다.

2.정류장을 범행장소로 노린 이유.
장양이 실종된 시각은 한낮이다. 이곳에서 납치 등 범행에 나서기를 위험부담이 크다. 사람이 지나다니고 차량이 오고가기 때문이다. 장양이 버스에 탄 것을 본 목격자도 없다. 범인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장양에게 승용차를 타고 접근했을 것으로 보인다. 장양에게 목적지를 묻고는 자신도 같은 방향이라며 태웠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장양이 차에 탄 후에는 흉기로 위협해 제압한 후 범행 목적을 달성했을 수가 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도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그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들에게 목적지가 어디냐고 묻고는 자신도 같은 방향이라며 여성들을 차에 태웠다. 여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창문을 내려두기까지 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잘 아는 외진 야산으로 끌고 가 휴대전화를 빼앗아 배터리를 분리했다. 강씨는 여성들을 발가벗겨 스타킹으로 양손을 뒤로 한 채 묶고는 성폭행하고 피해자의 가방에서 스타킹을 꺼내 목 졸라 살해했다.


3.성폭행 살해 가능성 높다.
돈을 노린 범행은 아니다. 만약 돈을 노리고 납치를 계획했다면 경계심이 적고 제압이 쉬운 아동을 노렸을 것이다. 장양이 사는 구미시 구포동과 김양이 사는 옥계동은 부유층이 사는 지역도 아니다. 또 돈이 목적이었다면 피해자를 납치한 후 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했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없었다.
성폭행 가능성이 높다. 사건이 일어난 해인 2002년 10월2일자 <문화일보>를 보면 시신으로 발견된 김양이 ‘누군가에 납치돼 성폭행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는 내용이 있다.
김양이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됐고, 장양 실종과 관련된 동일범이라면 이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장양도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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