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처형 직전까지 환하게 웃던 ‘여자 사형수’의 진실

중국 후베이성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허 시우링.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24세 때 광저우로 향했다. 그곳에서 남자친구 왕 퀴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마약상이었다.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시우링은 헤어지려고 했지만 왕 퀴치는 그녀에게 보석과 휴대전화를 사 주며 환심을 샀다.

2002년 1월 왕 퀴치는 시우링에게 헤로인 6.8kg이 든 전자레인지를 광저우에서 우안까지 운반해달라고 부탁했다. 하루 아침에 마약 운반책이 된 그녀는 세 번의 마약 배달만에 공안에 체포됐다. 왕 퀴치는 그 길로 줄행랑을 쳤다.

공안은 시우링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면 감형될 수 있다”고 회유했다. 시우링은 그 말을 믿고 사실을 말했으나 2002년 9월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중국에서는 마약사범을 엄중하게 처벌한다.

여자 교도소에 수감된 시우링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음식을 시켜 먹고 간수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기도 했다. 범죄자라기 보다는 순진한 시골처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시우링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던 것은 수감 동료들과 교도관들이 “너는 15년형으로 감형 받을 것”이라는 말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두 번 다시 기회는 오지 않았다. 2003년 6월26일, 25세였던 시우링은 총살 몇 시간 전에야 사형이 집행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 날은 UN이 정한 ‘세계마약퇴치의 날’이었다.

시우링은 그때서야 자신의 가혹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부모님께 마지막 편지를 썼다. “그저 돈을 벌어 집에 부쳐드리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우링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한 사진기자는 “낯선 형 집행관과 사람들 속에서 시우링은 나를 향해 웃음을 지어보였다”며 “나도 그녀가 편해질 수 있도록 웃어보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수감자들끼리 그렇게 좋은 사이로 지내는지 몰랐다. 그들은 범죄자이기 전에 ‘인간’이었다”며 “그들에겐 나쁜 면도, 좋은 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우링의 마지막 모습은 사형 집행에 대한 논란을 우려해 8년이 흐른 뒤에야 세상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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