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고교시절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던 뮤지컬 스타 남경주


1964년 9월27일 경북 문경에서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으며, 배우 남경읍의 친동생이다. 남경주는 서울 환일고등학교 재학 시절 악명높은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삼청교육대는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발령 직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전두환)가 사회정화정책의 일환으로 군부대 내에 설치했다. 같은해 8월 4일 ‘사회악 일소 특별조치’가 발표된 후 1981년 1월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삼청교육대로 보내졌다. 겉으로는 폭력범과 사회풍토문란사범을 소탕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무자비한 인권탄압이 이뤄졌다.

‘소탕 대상’은 그 기준이 매우 모호했다. 불건전한 생활 영위자, 재범 우려자 등 정확한 기준점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와 관련없는 사람들이 마구 끌려갔다. 어린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남경주는 고학년이 저학년을 때리는 것을 말리다 파출소에 갔다가 강제로 삼청교육대행 군용차에 오른다.

그는 “당시 학교에서 지도하기 힘든 학생 2명씩을 보내게 돼 있었는데 고학년이 저학년을 때리는 것을 내가 말리다 파출소에 가게 됐고 결국 삼청교육대로 끌려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함께 연루됐던 학생은 자퇴를 해서 가지 않았는데 나는 학교를 더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삼청교육대에 갔다”고 말했다.

삼청교육대에서의 생활은 지옥과도 같았다. 삼청교육대 입소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과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밤 10시까지 총 16시간 동안 연병장 훈련(순화교육)을 반복하고 장비 손질 등 일과를 따라야 했다.

연병장 둘레에 헌병이 집총 감시하는 가운데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가혹한 방법의 훈련이 계속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 목봉체조였다고 입을 모은다.전봇대만한 나무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훈련이다.


목봉의 무게는 최대 300kg였고, 보통 10명이 합을 맞춰 훈련했다. 만약 합이 한 사람이라도 맞지 않으면 무게가 몇 배로 더 무겁게 느껴지고 땅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그럼 바로 매타작을 당했다. 그렇게 매타작을 몇 번 당하면 겨우 균형이 맞춰지고, 그런 다음엔 목봉에 조교들 2~3명씩 올라탔다. 조교들이 땅에 떨어지면 또 매타작이 이어졌다.

밥을 먹기 전에는 “돼지보다 못하면 돼지고기를 먹지 말자, 소보다 못하면 소고기를 먹지 말자”고 복명복창했다. 그렇게 돼지밥도 못한 밥을 주고서는 10초만에 밥을 먹으라고 했다. 사실상 먹는 게 아니라 입안에 집어 넣는 것이었다. 밥에 구더기가 있어도 살기 위해 먹어야만 했다.

용변은 단체로 조교가 보는 앞에서 봤다. 야외 웅덩이를 빙 둘러서고 소변을 보게 했는데, 입소자들은 웅덩이를 ‘지옥탕’이라고 불렀다. 조교들은 웅덩이 속에 개구리를 여러마리 집어 넣은 다음 개구리를 잡으라고 시키기도 했다.

남경주도 삼청교육을 받으며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는 방송에서 “꽤 오랫동안 있었는데 혹독했다. 군대에서 얼차려 받는 걸 매일 했다”며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시대였고 내가 때를 잘못 태어나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탄했다. 그는 또 “결과적으로 삼청교육대를 다녀온 게 나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그래도 꼭 가야할 합당한 이유가 있었나”며 씁쓸해 했다.

당시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인원은 무려 4만 명. 그중 전과가 하나도 없던 인원은 40%에 달했다. 최고령 73세, 최연소는 14살. 중학생도 17명, 여성도 319명 포함돼 있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끌고갔던 것이다.

1998년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장 사망자 52명,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 397명, 정신장애 등 상해자 2천678명이 발생했다.


남경주는 삼청교육대를 나온 후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서울예술대 연극과를 졸업했다. 1982년 뮤지컬 <보이체크>를 통해 공연계에 입문했다.서울시립가무단시절인 1984년 뮤지컬 <포기와 베스>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사진=설앤컴퍼니 제공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데뷔 초 뮤지컬 <가스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1990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꽃미남 외모에 연기력까지 겸비하면서 여성팬들을 많이 확보했다.

11살 연하인 아내 정희욱씨도 배우와 팬의 관계로 만났다. 2005년 사인을 받으러 온 정씨를 본 남경주가 사인을 해주면서 세상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을 정도로 첫눈에 반해버렸다. 이후 구애 끝에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까지 골인했다.

남경주는 1997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2005년 한국뮤지컬대상 인기스타상, 2019년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2014년부터는 홍익대학교 공연예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칼린, 최정원과 국내 뮤지컬 1세대로 불리며, 대표작으로는 <브로드웨이 42번가>, <노트르담 드 파리>, <위키드>, <시카고>, <빅피쉬> 등이 꼽힌다. 2016년 11월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 43차 경연에서 ‘내가 만점이라니 시험지’라는 가명으로 나와 ‘A Whole New World’를 열창했다.

KBS 드라마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에서 403호 환자 윤기춘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