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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실사판’ 세계서 가장 긴 코를 가졌던 남자


동화 속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 현실에서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온몸으로 살아낸 사내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영국 요크셔주에서 태어난 토마스 웨더스(Thomas Wedders)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이름은 역사 속에서 ‘토마스 와드하우스’라는 이름으로도 기록되어 있다. 1730년 세상에 태어난 그의 삶은 오직 하나의 신체 부위 때문에 남들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바로 비정상적으로 길었던 그의 코 때문이다.

그가 성인이 되었을 때 코 길이는 무려 19cm에 달했다. 성인 남성의 손바닥 길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일반적인 사람의 코 길이가 4cm에서 5c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코는 보통 사람보다 네 배 이상 길었던 셈이다. 이 기이한 외모는 그를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가게 두지 않았다.

런던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에 있는 토마스 웨더스의 밀랍 인형.

당시 영국은 기이한 외모나 특별한 장기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구경거리로 삼던 ‘기인 쇼’와 서커스가 성행하던 시기였다. 웨더스 역시 자신의 긴 코를 내세워 서커스 무대에 올랐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긴 코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생계를 유지했다. 수많은 관객이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는 요크셔 일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되었다.

화려한 무대 뒤에 가려진 슬픈 기록

당시는 카메라가 발명되기 전이었기에 웨더스의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19세기 말에 발간된 영국의 유명 잡지 ‘더 스트랜드 매거진을 비롯한 옛 언론 보도와 기록을 통해 그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당시 언론은 그의 코가 비정상적으로 자란 원인을 선천적인 안면 기형 때문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옛 기록들은 웨더스가 심한 지적 장애를 앓고 있었다고 전한다. 비정상적인 외모에 지적 능력까지 부족했던 그는 무대 안팎에서 늘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관객들은 그의 코를 보며 신기해하면서도, 뒤에서는 그를 ‘바보’라고 부르며 손가락질했다.

튀르키예 남성 메흐메트 오즈위레크.

사실 웨더스가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하며 번 돈은 적지 않은 액수였다. 그러나 지적 장애가 있던 그는 자신이 얼마를 버는지, 그 돈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의 주변에는 이 점을 악용해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들과 악덕 서커스 단장들이 늘 들끓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작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 것은 거의 없었다. 평생을 타인의 시선과 이용 속에서 살아갔던 셈이다.

웨더스는 그리 오래 살지 못했다. 1780년 무렵, 그는 자신의 고향인 요크셔주에서 눈을 감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50대 초반이었다. 18세기 영국의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아주 짧은 삶은 아니었지만, 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그는 철저히 외로운 기인으로 남았다.

세기를 뛰어넘어 박물관에 박제된 얼굴

웨더스가 세상을 떠난 지 수백 년이 흘렀지만, 그의 기록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계적인 기록 인증 기관인 기네스 세계 기록은 그에게 ‘역사상 가장 긴 코를 가진 사람’이라는 공식 칭호를 부여했다. 이 기록은 2020년대인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그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의 기이한 기록들을 수집하는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Ripley’s Believe It or Not!) 런던 박물관에는 그의 얼굴을 그대로 재현한 밀랍 인형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기록을 토대로 고증된 밀랍 인형 속 웨더스는 이마에서부터 턱 아래까지 길게 늘어진 거대한 코를 가지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서 가장 코 큰 남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사람은 튀르키예 남성 ‘메흐메트 오즈위레크’다.

종종 인터넷상에서는 튀르키예의 메흐메트 외즈위레크라는 인물과 웨더스의 이야기가 섞여 전해지기도 한다. 외즈위레크는 현대에 살아있는 사람 중 코가 가장 길었던 인물로, 콧구멍으로 풍선을 부는 묘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19cm라는 압도적인 길이를 가진 웨더스의 기록 앞에서는 현대의 그 어떤 기록도 빛을 바랜다.

인간의 욕망과 호기심이 만들어낸 서커스 무대 위에서, 웨더스는 평생을 피노키오로 살아야 했다. 관객들의 웃음소리와 차가운 시선 속에서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박물관 유리창 너머로 관람객을 응시하는 그의 밀랍 인형은, 말이 없지만 무언가 긴 이야기를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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