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71세 친구 엄마와 결혼한 16세 소년


인도네시아 서부 대순다 열도의 서쪽 끝, 푸른 자연과 거친 삶이 공존하는 인구 약 3650만 명의 수마트라섬. 2017년 7월 어느 날, 이 섬의 남수마트라주 외딴 시골 마을 카란덴다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날 마을 주민 300여 명이 모인 소박한 식장에서 한 쌍의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하지만 박수 속에서도 주민들의 눈빛에는 축하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었다. 예복을 차려입은 신랑과 신부의 모습이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당시 16세의 소년 슬라멧 리야디(Selamat Riyadi)와 71세의 여성 로하야(Rohaya)였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55년. 심지어 신부 로하야는 신랑 슬라멧의 절친한 친구의 어머니였다. 아들 친구와 친구의 엄마가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이들의 사연 뒤에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외로움과 상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외로움과 상처가 빚어낸 운명적 만남

현지 언론과 주민들에 따르면, 신랑 슬라멧은 지독하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홀로 남은 어머니는 얼마 후 다른 남성과 재혼하면서 어린 슬라멧을 차갑게 버려두고 가정을 떠났다.

의지할 곳 없던 소년은 마을 주민에게 입양되어 가까스로 끼니를 이어갔다. 양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났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깊은 트라우마와 마음 한구석의 서늘한 외로움은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았다.

그러던 중, 양부모가 로하야의 집 근처로 이사하게 되면서 슬라멧의 운명은 급변했다. 그는 로하야의 아들과 친구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신부 로하야 역시 깊은 삶의 상처를 안고 지내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과거 두 번 결혼했으나, 불행하게도 두 남편 모두 사별로 먼저 떠나보냈다. 마을의 모진 시선과 “나와 함께하는 사람은 모두 불행해진다”는 깊은 비관에 빠진 로하야는 재혼을 완전히 포기한 채, 아들과 함께 묵묵히 농사일만을 하며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고 있었다.

서로의 결핍을 알아본 것일까. 2016년 봄, 슬라멧이 말라리아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홀로 앓아누운 슬라멧을 가엽게 여긴 로하야는 정성스럽게 간호하며 그를 돌봤고, 그녀의 따뜻한 손길 속에서 슬라멧은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의 정’을 넘어선 ‘이성으로서의 사랑’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로하야 역시 소년의 순수한 구애에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렸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인도네시아 법이 정한 법정 혼인 가능 연령은 남성 19세, 여성 16세였다. 16세에 불과한 슬라멧은 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는 신분이었고, 가족과 주민들의 반대는 극에 달했다.

지독한 사랑과 ‘감금 소동’

그때 두 사람은 극단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같이 독약을 먹고 자살하겠다”며 목숨을 담보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이들의 진심이 단순한 치기가 아님을 깨달은 마을 추장과 주민들은 결국 ‘법’ 대신 ‘종교적 구제’를 택했다.

이슬람 율법(샤리아) 관점에서는 연령 제한보다 간통을 막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법적 신고 없이 종교적 예식만 치르는 전통 혼인인 ‘니카 시리(Nikah Siri)’ 형태로 두 사람의 결합을 공식 인정해 준 것이다.

슬라멧의 친구이자 로하야의 아들 역시 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이 결혼을 축복했다. 다만 친구였던 슬라멧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대신, 평생 ‘친구’로 지내기로 쿨한 합의를 보았다.

결혼 이후 세상은 “유산을 노린 결혼이 아니냐”, “소년이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수많은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로하야는 가난한 시골 노인이었기에 유산설은 곧바로 일축됐다.

오히려 결혼 후 대중을 놀라게 한 것은 남편 슬라멧의 ‘폭풍 질투’였다. 슬라멧은 아내 로하야가 너무 아름다워서 다른 남성들이 가로챌까 봐 전전긍긍했다. 급기야 그는 외출할 때 로하야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집 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다니는 기행을 벌여 현지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로하야 역시 “남편의 질투가 너무 심해 답답하다”고 토로했으나, 이내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러는 것을 안다.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들은 토크쇼에 출연해 서로를 바라보며 꿀이 떨어지는 눈빛을 보내는 등, 영락없는 신혼부부의 모습을 과시했다.

6년의 불꽃 같던 동행, 그리고 이별

세상의 편견을 비웃듯 행복하게 살아가던 두 사람의 동화 같은 로맨스는 영원하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노화라는 냉혹한 현실이 이들을 갈라놓았다.

결혼 후 약 6년이 흐른 2023년 9월, 아내 로하야가 77세의 나이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노환으로 인한 오랜 투병이었다. 로하야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을 때도, 청년이 된 슬라멧은 아내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극진히 간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하야의 임종을 지킨 슬라멧은 장례식장에서 깊은 슬픔에 잠겨 오열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장례를 마친 후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아내와 함께한 6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내 아내이자, 친구이자, 영혼의 동반자였습니다. 이제 그녀가 없는 삶이 너무나 두렵고 외롭지만, 나를 보살펴준 그녀의 사랑을 기억하며 꿋꿋이 살아가겠습니다.”


세상은 이들의 사랑을 호기심과 조롱의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가장 아픈 곳을 채워주며 그 누구보다 진실하게 서로를 사랑했다. 55세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불꽃처럼 타올랐던 수마트라섬의 특별한 로맨스는, 이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청년 슬라멧의 가슴속에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아 흐르고 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