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산맥에서 ’12억 보물상자’ 발견한 의대생
미국인 남성 포레스트 펜은 뉴멕시코주 산타파에 거주하는 골동픔 거래상이자 작가로 활동했던 억만장자다.
그는 1988년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자신이 평생 모은 금괴와 보석, 황금 동전 등 100만 달러(당시 기준 약 12억)가 넘는 보물을 상자에 담아 로키산맥 어딘가에 숨겨놓았다.
이런 사실은 그가 2010년 출간한 자서전 <스릴 넘치는 추억>(The Thrill of the Chase)을 통해 알려졌다.
이 책에는 “뉴멕시코주 산타페에서 캐나다 국경 사이 해발고도 1.5km 이상인 로키산맥 일대 어딘가에 금과 루비, 에메랄드 등이 가득담긴 보물을 숨겨놓았다”며 “누구든지 상자를 찾는 사람에게 보물을 전부 주겠다”고 적었다. 보물을 묻어놓은 위치를 담은 24행짜리 시 한편도 수록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보물상자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탐험에 나섰다. 10년 동안 35만명 이상이 일환천금을 꿈꾸며 보물을 찾아다녔는데, 이들 중에는 본래 직업을 그만 둔 사람도 있었다.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최소 5명은 사고 등으로 사망했다.

의대생인 잭 스터프(23)도 보물상자를 찾아나선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만화가를 직업으로 삼다가 뒤늦게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2018년 펜의 보물 이야기를 접한다. 그는 펜의 책과 시는 물론 그의 인터뷰 등을 모니터링해 보물이 숨겨져 있을 만한 장소를 좁혀갔다. 스터프는 그 일대를 2년 동안 총 25일에 걸쳐 수색했고, 2020년 6월 마침내 보물상자를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스터프는 보물상자를 가지고 뉴멕시코주에 있는 펜을 찾아가 보여줬다. 펜은 자신이 숨겨놓은 보물상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런 사실을 개인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탐험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보물은 나무가 무성한 로키산맥 어딘가에 별들이 우거진 하늘 밑에 있었고 10년 전 내가 묻어둔 곳에 그대로 있었다”고 전했다.
보물찾기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자연을 탐험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다”며 “탐험에 나선 수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앞으로도 또다른 모험에 이끌리는 삶을 살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스터프에 대한 신상은 비밀에 부쳤다. 그가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어서다. 얼마 뒤 펜은 90세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비밀은 오래 지켜지지 못했다. 보물을 찾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터프는 각종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한 여성은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자신이며 문자와 이메일이 해킹당했다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러자 스터프는 2021년 초 스스로 자신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물찾은 장소가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그는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그 장소가 공개되면 필시 많은 이들이 그곳을 순례지처럼 여기며 방문할 것이 분명할 텐데, 그곳은 펜에게 사적으로 무척 중요한 곳이어서 펜도 나도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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