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또 임신’ 남매 동시 출산한 여성
영국 잉글랜드 윌트셔주 트로브리지에 사는 40대 여성 레베카 로버츠는 2020년 어느 날,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대 위에서 얼어붙었다. 모니터를 번갈아 보던 의료진의 침묵이 지나치게 길어졌기 때문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 순간, 의사가 믿기 힘든 말을 건넸다.
“레베카 씨, 아기가 한 명 더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네요.”
자궁 안에는 이미 무럭무럭 자라고 있던 아들 ‘노아’ 옆에, 형체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작고 미성숙한 태아 한 명이 새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훗날 딸 ‘로잘리’로 불리게 될 아이였다.
두 아이는 같은 날 수정된 쌍둥이가 아니었다. 오빠인 노아가 자궁에 자리를 잡고 3주가 지난 뒤, 동생 로잘리가 완전히 새로운 수정란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이른바 임신 중 또 임신이 되는 의학적 기적, ‘중복 임신(Superfetation)’이었다.
인류 의학 역사상 단 15건, 확률 9%에 도전하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몸은 임신이 성립되는 순간 전방위적인 ‘셧다운’ 체제에 돌입한다.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면서 난소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난자를 배출하지 않는 배란 멈춤 현상이 일어나고, 자궁 경부는 두꺼운 점액 마개로 막혀 정자가 추가로 진입하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
설령 기적적으로 정자가 뚫고 들어와 새로운 수정란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미 첫 번째 태아가 선점하여 호르몬을 뿜어내고 있는 자궁벽은 새로운 생명의 착상을 허용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규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베카의 몸에서는 이 모든 철옹성 같은 방어 기제가 작동하지 않았다. 노아를 임신한 지 3주가 지났을 때, 그녀의 난소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또 하나의 난자를 배출했고, 정자가 자궁을 통과했으며, 이미 임신이 진행 중이던 자궁벽에 로잘리가 극적으로 착상에 성공했다.

의학계에서는 레베카가 임신 전 불임으로 고생하며 복용했던 ‘배란 유도제’가 이 기적의 도화선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몸에 남아있던 약물 성분이 호르몬 체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했고, 그 결과 첫 번째 임신이 성립된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두 번째 배란을 연이어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의학 학계에 공식 보고된 사례가 단 15건 미만일 정도로, 중복 임신의 발생 확률은 통계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수치다.
1kg의 기적, 인큐베이터에서 피어난 생명
두 번의 초음파 검사 때까지도 전혀 보이지 않던 로잘리가 12주 차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자, 레베카와 남편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자궁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3주나 일찍 들어선 오빠 노아가 영양분과 공간을 독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태아의 성장 속도와 무게 차이는 확연했다. 자궁 안에서의 3주는 태아에게 엄청난 시차다. 의료진은 두 아이가 하나의 수정란에서 갈라진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며, 각기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별개의 생명체라는 점을 확인하고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임신 후반기로 갈수록 위기가 찾아왔다. 동생 로잘리의 태반과 탯줄에 문제가 생기면서 성장이 눈에 띄게 더뎌진 것이다. 이대로 자궁 속에 두었다가는 로잘리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료진의 긴급 판단이 내려졌다. 결국 레베카는 노아의 재태 주수(임신 기간) 기준 33주 차에 조기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예정된 만삭 출산일보다 무려 7주나 빠른 선택이었다.
같은 해 9월17일, 세상에 첫 울음을 터뜨린 남매의 모습은 중복 임신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먼저 나온 오빠 노아가 2.09kg으로 미숙아치고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지만, 2분 뒤에 태어난 동생 로잘리는 고작 1.10kg에 불과했다. 로잘리는 설익은 과일처럼 몸의 모든 장기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채 태어난 상태였다.
노아는 병원에서 짧은 보살핌을 받은 뒤 곧장 엄마 품에 안겼지만, 로잘리는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NICU)의 인큐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사투를 벌여야 했다. 수많은 링거 줄과 호흡기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버트에내는 딸을 보며 레베카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기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로잘리는 엄청난 생명력으로 고비를 하나씩 넘겼고, 병원에서 정확히 95일(약 3개월)을 보낸 뒤 그해 크리스마스를 직전에 두고 마침내 퇴원 허가를 받았다. 온 가족이 그토록 바라던 기적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행복한 다섯 식구의 미래
현재 레베카의 가족은 남매보다 15살이 많아 육아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든든한 큰딸 섬머를 포함해 총 다섯 식구다. 태어날 당시 몸무게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며 주위를 애타게 했던 노아와 로잘리는 이제 여느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이 쾌활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레베카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특별한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로잘리가 인큐베이터에 있던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지금 건강하게 투닥거리는 남매를 보면 그 모든 순간이 축복 같다”고 전했다.
인류 의학 사상 가장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새 생명의 탄생으로 기록된 이들 ‘슈퍼 트윈스’의 성장 스토리는 SNS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깊은 감동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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