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사건

구로 유치원생 조하늘양 실종사건

2007년 10월 서울 구로동에 있는 하늘이네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하늘이 아버지 조병세씨는 거실에 걸린 가족사진을 가리키며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사진이 걸리게 된 사연을 말해줬다.

원래 하늘이네 집에는 가족사진이 없었다. 하늘이가 실종된 후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지 않았다고 한다.

하늘이가 없는 가족은 ‘가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화목했던 하늘이네 가족도 어둠이 짙게 깔린 불행이 시작됐다. 가족들 사이에서는 하늘이가 잊혀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런데 2007년 3월쯤 하늘이 오빠가 군대에 가게 됐다. 오빠는 부모님께 딱 한 가지 소원을 말했는데 그건 “가족 사진을 한 번 찍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하늘이 부모님은 하나 남은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런데 사진 속의 얼굴이 하나 같이 무표정이다.

하늘이 부모님은 지금도 하늘이가 빠진 사진은 가족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하늘이가 찾아와서 빈자리를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늘이 오빠도 불행하게 자랐다고 한다. 동생이 실종된 후 집안에서 숨소리 한번 크게 내지 못했다. 동생이 없는 집에서 웃을 수도 없고, 또 울 수도 없었다.

청소년기에는 부모님께 투정 한번 부리지 못했다. 아버지 조씨는 “하늘이 때문에 아들한테 제대로 된 사랑 한번 주지 못했다. 그것이 마음에 걸리고 너무 미안하다”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지만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은 실종자를 둔 가족 모두가 겪고 있는 아픔이다.

하늘이는 1995년 6월16일 저녁 무렵 서울 구로4동 집 앞 골목에서 놀다가 없어졌다. 당시 5살 때다. 목격자는 “누가 하얀색 승용차에 태우고 갔다”는 말을 전했다. 아버지 조씨는 하늘이가 유괴된 후 다른 가정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늘이 부모는 이곳 저곳을 딸을 찾아 다녔다. 당시는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이 터진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온 나라가 개구리소년을 찾는데 집중 하다 보니 하늘이 실종사건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1998년 전국 사설 유치원과 국·공립 유치원에 하늘이를 찾는 실종 전단지를 보냈는데 제보 전화 중에 하늘이가 있었다고 한다. 조병세씨는 “전단지 전화번호를 회사 대표전화로 넣었다. 어느 날 회사 직원이 전화를 받았는데, 유치원 원장이 ‘하늘이를 졸업시켰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 한 번은 하늘이가 직접 전화를 했는데 내가 받지 못했다”라며 아쉬워했다. 조씨는 점조직 형태로 아이들을 납치하는 범죄 조직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아이들을 납치해 정부 보조금을 노린 보육시설 인원확보용이나 해외밀매용으로 빼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는 홍보물에 하늘이를 찾는 내용이 게재됐다.

이걸 보고 전남 나주의 한센인촌에서 제보 전화가 왔다. “하늘이와 똑같은 애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었고, 방송사와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이 함께 확인을 위해 찾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DNA 검사를 해 봤지만 하늘이가 아니었다. 나 회장은 “사진을 보니 하늘이와 똑 같았다. 혹시나 하고 어렵게 유전자 검사를 해 봤지만 부모와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늘이 엄마에게는 또 다른 아픔이 있었다. 하늘이 엄마도 10살 때쯤 실종돼 보육원에서 자랐다.

기구하게도 하늘이가 실종되면서 ‘실종 대물림’으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하늘이 엄마는 딸이 실종된 후 대인 기피증, 우울증에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하늘이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피 눈물 나는 노력을 했다.

2010년 한 방송사에 하늘이 엄마의 사연이 방송됐는데, 다행히도 수 십 년 동안 헤어졌던 친정 식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어렵게 가족과 상봉했지만 친정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고, 오빠와 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하늘이만 찾으면 이 가족의 실종 대물림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

하늘이 아빠에게 전화해서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이 추운 겨울에 우리 하늘이가 잘 있는지 너무 걱정스럽다. 엄마, 아빠는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만나는 그날까지 잘 있어라”라고 말했다.

나주봉 회장은 “실종자 부모들이 아이가 가장 생각날 때는 어린이날과 설날과 같은 명절이다. 남들은 고향가서 가족들 만나는데 이들은 고향도 못 가고 실종된 아이 생각뿐이다. 아이가 살아 있는지, 살아 있다면 건강하게 잘 있는지, 결혼할 나이라면 좋은 사람과 인연이 됐는지… 그리움과 걱정때문에 눈물만 흐를 뿐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제보는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02-963-1256)이나 112, 또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182)로 하면 된다.

범인이 남긴 단서들

1.납치 유괴 가능성 높다
5살 아이가 집 앞에서 사라졌다면 길을 잃고 미아가 됐을 가능성은 낮다. 이럴 경우 목격자가 여러 명 있거나 신고가 접수됐다면 경찰이나 시설에서 보호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경찰에 신고된 것 없었다. 특히 목격자의 말대로 “흰색 승용차에 탄 누가 데려갔다”면 납치나 유괴에 무게가 실린다.

2.범행 목적 ‘돈’은 아니다
하늘이가 유괴나 납치된 것이라면 범인에게는 목적이 있다. 일단 부모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범인의 목적이 아이를 볼모로 삼아 돈을 뜯어내려는 계획은 아닌 것이다. 범인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3.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하늘이 아버지는 딸이 살아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하늘이가 유괴된 후 다른 가정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만날 수 있다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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