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뱀 300만 마리 우글우글 ‘뱀 농사’로 대박난 마을


중국 저장성 더칭현에 자리 잡은 즈스차오(子思桥) 마을은 과거에 땅이 척박해 농사조차 짓기 힘든 몹시 가난한 동네였다. 주민들은 먹고살 길을 찾아 매일 고민해야 했다.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1980년대 초반이었다. 마을 주민인 양훙창(杨洪昌, 70대)이 가난과 질병을 동시에 이겨내기 위해 위험한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양씨는 젊은 시절 척추와 관절이 굳어지는 심각한 뼈 질환을 앓았다. 집안이 너무 가난해 병원 치료는 꿈도 꾸지 못했다. 소문을 듣고 찾아간 나이 든 한의사는 그에게 주위에서 뱀을 잡아먹어 보라고 권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양씨는 인근 산을 뒤져 뱀을 잡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뱀을 달여 먹으면서 통증이 줄었고 점차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먹고 남은 뱀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양씨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당시 중국에서는 뱀이 한약재와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아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 그는 단순히 뱀을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당에 울타리를 치고 본격적으로 뱀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것이 세계 최대 뱀 양식 마을의 시작이었다.어들었다.

수만 번의 실패와 목숨을 건 부화 작전

양식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중국에는 뱀을 인공적으로 기르는 기술이 없었다. 야생에서 잡아 온 뱀들은 좁은 우리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알을 낳지 않거나, 알을 낳아도 금방 썩어버리기 일쑤였다. 양씨는 첫해에 들여온 뱀 수천 마리를 모두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뱀의 생태를 밤낮으로 관찰했다. 온도와 습도에 극도로 민감한 뱀 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방 침대 아래에 알을 두고 체온과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면으로 된 천에 물을 적셔 습도를 조절하는 등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쳤다. 결국 그는 뱀 알의 부화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양씨가 뱀 양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자, 이웃 주민들이 하나둘 기술을 배우러 찾아왔다. 그는 독학으로 일궈낸 자신의 기술을 대가없이 전수했다. 현재 이 작은 마을에는 100개가 넘는 전문 뱀 농장이 들어섰다. 주민 800명 가운데 대부분이 뱀과 관련된 일에 종사한다.

즈스차오 마을에도 몇 차례 위기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마을의 뱀 양식 규모가 커지면서 통제 불능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농장에서 관리 소홀로 새끼 살무사 수천 마리가 탈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주민들은 아침에 눈을 떠 방바닥을 보면 뱀이 기어 다니고, 밥그릇을 들면 그 밑에서 독사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마을 전체가 뱀밭으로 변한 셈이다.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침착하게 빗자루와 자루를 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뱀을 다시 잡아들였다. 워낙 어릴 때부터 뱀을 보고 자란 탓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3년 중국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한 사스(SARS) 사태 당시, 정부가 위생 문제를 이유로 뱀 식용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식당 납품이 막히자 마을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때 주민들은 고기 판매를 포기하고, 뱀을 말려 한약재로 만들거나 화장품 연구소에 원료로 납품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질긴 생명력이었다.

현재 이곳에서 한 해 동안 키워내는 뱀은 약 300만 마리에 달한다. 뱀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고기는 식당의 고급 요리 재료로 팔려나가고, 껍질은 악기를 만들거나 가죽 제품의 재료가 된다. 쓸개와 뼈는 한약방과 제약회사의 귀한 약재로 쓰인다. 뱀으로 만든 약은 관절염이나 요통, 피부 궤양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요가 꾸준하다.

마을 주민들이 뱀을 통해 벌어들이는 연간 총수익은 1200만 달러(약 156억 원)를 웃돈다. 이는 인근 도시로 나가 고된 노동을 하는 것보다 몇 배나 높은 소득이다. 징그럽고 무서운 동물로 여겨지던 뱀이 마을을 살린 귀한 보물로 대접받는 이유다.

마을 농장들은 뱀의 부화부터 성장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 보통 봄에 알을 낳으면 인공 부화기에서 새끼를 깨운다. 새끼 뱀은 주로 작은 물고기나 개구리, 다진 고기를 먹으며 자란다. 다 자란 뱀은 크기가 1미터(m)에서 2미터(m)에 이르며, 종류도 구렁이부터 독성이 강한 살무사까지 다양하다.


1그램(g)에 수천 위안, 치명적인 독의 경제학

뱀 양식에서 가장 수익이 좋은 분야는 가장 위험한 ‘뱀독’ 추출이다. 살무사나 코브라의 머리를 손으로 고정한 뒤, 날카로운 이빨에서 흘러내리는 독을 유리 용기에 받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조금만 방심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렇게 모은 일반 뱀독은 건조 과정을 거쳐 1그램(g)당 70위안(약 1만 3000원)에서 80위안(약 1만 5000원) 사이에 거래된다. 하지만 구하기 힘든 희귀 독사의 독은 1그램(g)당 수천 위안을 호가한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 훨씬 비싼 값이다.

뱀독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정제 과정을 거치면 최고의 의약품 성분이 된다. 혈액을 굳지 않게 하는 항혈전제나 뇌졸중 치료제, 강력한 진통제를 만드는 데 쓰인다. 즈스차오 마을에서 생산한 뱀 약재와 뱀독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제약회사로 수출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뱀에 자주 물려서 몸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독사에 물려도 아무렇지 않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이는 의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치명적인 독이라도 자주 노출되면 몸이 버텨낼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실제 양훙창을 비롯한 숙련된 농부들도 독사에 물리면 팔다리가 크게 부어오르고 극심한 통증을 겪는다. 심하면 호흡 곤란이 오기도 한다. 주민들이 독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짜 비결은 내성이 아니라 ‘철저한 대비책’에 있다.

마을 곳곳에는 독사 종류별로 쓸 수 있는 항독소(해독제) 주사약이 상시 구비되어 있다. 뱀에 물렸을 때 독이 퍼지지 않게 상처 윗부분을 묶고 곧바로 해독 주사를 맞는 응급 대처 매뉴얼이 몸에 밴 결과다. 그럼에도 위험성은 늘 존재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안전을 위해 독사 대신 독이 없는 구렁이 위주로 업종을 바꾸는 농가도 늘고 있다.

위험을 품고 사는 삶, 공존의 내일

즈스차오 마을의 아침은 자욱한 안개와 함께 시작된다. 주민들은 오늘도 뱀 사료를 준비하고, 축사의 온도를 맞추며 하루를 연다. 누군가에게는 소름 끼치고 피해 가고 싶은 존재가 이곳에서는 한 가족을 먹여 살리고 아이를 대학에 보내는 고마운 바탕이 되었다.


세상이 변하면서 뱀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차가워지기도 하고, 위생 기준은 날로 까다로워진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뱀을 다루는 거친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찾은 생존의 방식이기에, 이들은 앞으로도 뱀과 함께 좁은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안개 속에서 수백만 마리의 뱀이 사스락거리며 내는 소리가 마을의 살아있는 맥박처럼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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