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할머니 뱃속에서 발견한 60년된 화석 태아
칠레의 작은 바닷가 마을 라 보카에는 평생 아이를 갖지 못해 마음 한구석에 짐을 안고 살아온 에스텔라 멜렌데스(Estela Meléndez, 91)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평생을 평범한 어부의 아내로 살아온 그녀는 2015년 8월5일, 뜻하지 않은 사고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가벼운 골절상을 입고 엑스레이(X-ray) 촬영을 진행한 의료진은 할머니의 복부에서 이상한 형태의 덩어리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흔한 종양이나 암세포 덩어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정밀한 촬영을 진행한 의사들은 믿기 힘든 화면을 마주한다. 할머니의 몸속에 있던 것은 종양이 아니라, 형체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60년 전의 태아였다.
의학계도 놀란 희귀 현상, 몸속에서 화석이 된 아기
의학계에서는 이처럼 사망한 태아가 모체 안에서 석회화되는 현상을 ‘석태'(石胎) 또는 ‘화석 태아’라고 부른다. 이는 전 세계 의학 역사상 보고된 사례가 수백 건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문 현상이다.
보통 임신을 하면 아기는 자궁 안에서 자란다. 하지만 난자와 정자가 자궁이 아닌 나팔관이나 복강 등 엉뚱한 곳에서 만나 자리를 잡는 ‘자궁 외 임신’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태아는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보통 임신 초기나 중기에 사망한다. 일반적으로 사망한 태아는 모체의 몸 안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되거나 배출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태아가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사망하고, 크기가 너무 커서 몸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인체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독특한 방어 작용을 시작한다. 사망한 태아가 엄마의 몸 안에서 부패해 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태아의 겉면을 칼슘 성분으로 겹겹이 둘러싸 버리는 것이다.
멜렌데스 할머니의 몸속에 있던 아기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약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썩지 않고 돌처럼 굳은 채 보존되었다. 당시 발견된 태아의 크기는 약 15cm에서 20cm 내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을 괴롭힌 ‘배 속의 혹’, 그리고 아이를 원했던 부부
멜렌데스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배 안쪽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커다란 덩어리가 만져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로는 둔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고,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배가 묵직한 불편함이 늘 뒤따랐다. 하지만 당시 칠레의 낙후된 시골 마을의 의료 환경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기 어려웠다. 할머니 역시 그저 몸에 짓궂은 혹이 하나 생겼거니 생각하며 평생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았다.
이 발견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 이유는 할머니와 남편의 특별한 사연 때문이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평생을 함께한 어부 남편 마누엘 곤살레스(Manuel González)와 결혼한 후, 간절하게 아이를 원했다. 부부는 수십 년 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끝내 아기를 품에 안지 못했다. 자식이 없었던 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외로움을 달랬고, 남편은 이 발견이 있기 불과 몇 달 전인 그해 1월, 91세의 나이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뒤늦게 전해 들은 검사 결과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평생 그토록 원했던 아기가 사실은 이미 60년 전에 자신을 찾아왔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아기가 배 속에서 숨진 채 평생 자신과 함께 숨 쉬고 있었다는 것을 남편이 죽고 나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살아있을 때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워했다.
의료진은 처음에 이 화석 태아를 수술로 제거하는 방안을 깊이 고민했다. 아무리 석회화되어 안정된 상태라고 해도, 몸속에 이물질이 남아있는 것은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나이가 이미 90세를 넘긴 고령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전신 마취를 하고 배를 가르는 수술은 노환으로 쇠약해진 할머니의 생명을 오히려 위협할 수 있었다.
정밀 검사 결과, 화석 태아는 주변 장기를 심하게 압박하지 않고 있었으며, 이미 수십 년 동안 할머니의 몸 일부처럼 완전히 고착되어 있었다. 의료진은 수술을 감행하는 것보다 그대로 두는 것이 할머니의 남은 여생에 훨씬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할머니는 수술을 받지 않고, 평생을 함께해 온 아기를 그대로 몸속에 품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 침묵의 기록들
멜렌데스 할머니의 사례 외에도 세계적으로 이와 유사한 화석 태아 발견 소식은 종종 화제를 모았다. 2013년 콜롬비아에서는 82세의 여성이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몸속에서 40년 동안 머물렀던 화석 태아를 발견해 수술을 받았다. 2009년 중국에서는 92세의 황이쥔 할머니의 몸속에서 무려 65년 동안 존재했던 화석 태아가 발견되어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대부분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과거 시절, 시골이나 오지에 살던 여성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임신 초기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을 찾지 못해 유산된 태아를 몸속에 그대로 지닌 채 수십 년의 세월을 살아가는 것이다.
멜렌데스 할머니의 배 속에서 발견된 화석 태아는 단순한 의학적 기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평생 자식을 기다리며 살아온 한 부부의 잃어버린 시간이었고, 엄마의 몸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스스로 돌이 되어버린 아기의 흔적이었다.
남편은 먼저 떠났고 아기는 돌이 되었지만, 할머니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오랜 기다림의 증거를 몸속에 소중히 품고 살아갔다. 부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아기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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