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보다 비싼 물고기 ‘황순어’ 한 마리에 5억원
중국 남동부 해안가 마을에는 어부들 사이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그물에 걸리기만 하면 단숨에 평생 먹고살 돈을 벌게 해준다는 수수께끼의 물고기, 바로 ‘황순어'(黄唇鱼)다.
입술 주변이 노란빛을 띠어 황순어라 부르고, 황금처럼 귀하다는 뜻에서 ‘금전어’라고도 한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1미터(m)에서 1.5미터(m)에 이르고 무게는 보통 15킬로그램(kg)에서 30킬로그램(kg)을 웃돈다. 드물게는 50킬로그램(kg)이 넘는 대형 개체가 잡혀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 물고기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주로 사는데, 중국 푸젠성과 광저우 주변 바다에서 가끔 모습을 드러낸다. 황순어가 바다에서 건져 올려질 때마다 세상이 들썩이는 이유는 상상을 초월하는 몸값 때문이다.
아파트 한 채 값을 움직인 ‘세 번의 기적’
지난 2011년 1월, 중국 푸젠성의 한 작은 어촌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한 어부가 무게 18킬로그램(kg)짜리 황순어를 잡았기 때문이다. 평생을 바다에서 보낸 노련한 어민들도 그렇게 큰 황순어는 처음 본다며 입을 모았다. 이 물고기는 현장에서 40만 위안, 당시 우리 돈으로 약 6800만 원에 팔렸다.

진짜 대박은 이듬해에 터졌다. 2012년 8월, 푸젠성 롄장현의 한 어부가 파도에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길이 2미터(m), 무게가 80킬로그램(kg)에 달하는 거대한 황순어였다. 이 물고기는 경매에서 무려 3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5억 4000만 원이라는 거액에 낙찰됐다. 가난했던 어부는 물고기 한 마리로 단숨에 집을 사고 팔자를 고쳤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6년 9월에도 푸젠성의 또 다른 어민이 명절을 앞두고 그물을 던졌다가 길이 1.93미터(m), 무게 90킬로그램(kg)짜리 초대형 황순어를 낚았다.
이 물고기는 처음에 150만 위안(약 2억 5500만 원)에 팔린 뒤, 중간상인을 거치며 값이 계속 뛰었다. 결국 최종 소비자가 사간 금액은 300만 위안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에서 이 물고기를 두고 ‘바다의 로또’라고 부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물고기는 도대체 왜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맞먹는 대접을 받는 것일까.
황순어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는 고기 맛 때문이 아니다. 핵심은 물고기가 물속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기 주머니, 즉 ‘부레’에 있다. 황순어의 부레는 말려서 약재로 쓰이는데, 중국에서는 인삼이나 녹용보다 귀한 명약으로 대접받는다.
건조한 부레는 특히 간과 신장 기능을 돕고, 몸에 기운을 북돋우는데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출산 직후 산모의 지혈에 효과가 좋고,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한 불임 여성에게 명약으로 꼽히면서 부유층 사이에서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살코기와 비늘, 아가미도 비싸게 팔리지만, 잘 말린 부레는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편이다.


황순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에는 또 다른 숨겨진 이유가 있다. 중국의 신흥 부호들 사이에서 황순어 부레는 단순한 약재를 넘어, 자신들의 부와 신분을 과시하는 수집품으로 여겨진다.
부레를 먹지 않고 최고급 장식장에 보관하며 손님들에게 자랑하는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오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종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실제로 수억 원을 호가하는 부레가 골동품처럼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는 가짜 황순어 부레가 판을 치기 시작했다. 모양이 비슷한 다른 대형 물고기의 부레를 정교하게 말려 황순어 부레로 속여 파는 사기극이 기승을 부렸다. 전문가들조차 육안으로 쉽게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진짜 황순어를 구하려는 부호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일확천금의 꿈 뒤에 숨은 ‘멸종의 그늘’
하지만 이제 이런 ‘대박 신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돈이 된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그물을 던지면서 황순어의 씨가 마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중국 정부는 황순어를 국가 1급 보호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동물인 판다와 같은 수준의 최고 등급 보호 조치다.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도 이 물고기를 심각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했다.
현재 중국 법에 따르면 어쩌다 그물에 황순어가 걸리더라도 개인적으로 팔 수 없다. 반드시 당국에 신고하고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몰래 잡아서 거래하다가 적발되면 엄청난 벌금은 물론이고 감옥에 갈 수도 있다.
한때 어부들에게 일확천금의 꿈을 심어주었던 황순어는 이제 바다에서 쉽게 마주할 수 없는 귀한 존재가 되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물고기의 가치를 아파트 값만큼 올렸지만, 그 욕심 때문에 물고기는 바다에서 영영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바다의 보물에서 인류의 탐욕이 낳은 비극의 상징이 되어버린 황순어. 지금도 어두운 암시장 어딘가에서는 황금 부레를 찾는 은밀한 거래가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바다에는 황금빛 물고기의 푸른 헤엄 대신 박제된 부레의 쓸쓸한 흔적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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