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생후 27주만에 장기기증하고 떠난 ‘850g 아기’ 백믿음군

사선을 넘은 엄마의 몸에서 태어난 아기 백믿음군.

믿음이 엄마 백혜정씨는 2006년 탈북해 중국을 거쳐 2010년 6월 한국에 들어왔다. 미혼모로 두 딸을 낳아 키웠다.

낯선 땅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쉴 틈이 없었다. 의지할 수 있는 가족도 없어 아이들 양육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었다. 셋째인 믿음이를 임신하고도 두 딸을 업고 다니느라 몸이 자주 아팠다.

병원에서는 휴식을 권유했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2014년 8월 백씨는 몸이 지쳐 집에서 쉬고 있다가 산기를 느꼈다. 병원에 갔다가 출산 예정일 보다 무려 14주나 빨리 출산했다. 아이의 몸무게는 불과 850g에 불과했다. 백씨는 이름을 ‘믿음’이라고 지었다.

세상에 너무 빨리 나온 아기는 엄마의 품이 아닌 병원 인큐베이터 안에서 지냈다. 백씨는 퇴원한 후 매일 일터와 병원을 오가면서 아들을 살폈다. 그래도 믿음이가 웃어주고 옹알이 한 번 하면 그것으로 힘들고 고된 마음에 위로가 됐다.

믿음이는 건강하지가 못했다. 급기야 저산소로 뇌손상을 입어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됐다. 병원에서는 아이와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고심 끝에 믿음이가 다른 사람을 살리고 떠나는 외롭고 힘든 결정을 내렸다.

믿음이의 장기가 누군가의 몸에서 살아 숨쉬기를 바랐고 이런 뜻을 의료진에게 전달됐다.

2015년 1월19일 믿음이의 몸에서 이제 막 몸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신장이 적출돼 신장질환을 앓던 네 살 배기 다른 아이에게 이식됐다.

엄마 백씨는 “믿음이의 짧은 삶이 의미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며 “믿음이가 누리지 못한 행복을 대신 누리며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마의 따뜻한 품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27주의 짧은 삶을 살다 간 믿음이. 비록 세상 밖에 나오지 못했지만 ‘생명 나눔’이라는 큰 선물을 주고 하늘나라의 천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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