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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죽음 인정 못해 7년간 시신과 동거한 ‘방배동 미라사건’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빌라에는 약사인 조아무개씨(여)가족이 살았다.

그녀의 남편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환경부 고위공무원(3급)이던 신아무개씨였다. 조씨는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하겠다”고 할 정도로 신씨를 지독하게 사랑했다.

2006년 10월쯤, 신씨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환경부에 휴직원을 제출했다. 신씨는 집에서 투병생활하다 2007년 3월 42세의 나이에 사망한다.

조씨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 사망사실을 누구한테도 알리지 않았다. 더욱이 시신을 화장하거나 매장하지도 않았다.

2008년 11월, 조씨는 환경부를 찾아가 “남편 거동이 불편해 대신 명예퇴직원을 제출하러 왔다”며 퇴직처리한다.

조씨는 남편의 시신을 집안에 보관하고 매일같이 씻기고 옷도 갈아 입혔다. 평소처럼 함께 식사하고 잠을 잤다. 조씨의 세 자녀들은 외출할 때나 귀가할 때 숨진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다.

조씨는 누군가 남편의 안부를 물으면 “잘 지내고 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조씨와 그의 세 자녀들, 그리고 함께 살던 남편의 친누나는 시신이 살아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신이 부패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방배동의 한 동네에서는 몇 년전부터 시체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냄새의 진원지인 조씨 집을 신고했다.

하지만 조씨는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2013년 12월26일 경찰은 영장을 받아 조씨 집을 압수수색했다. 집안으로 들이닥쳤을 때 거실에는 한 남자의 시신이 누워있었다. 놀라운 것은 7년 전 사망했음에도 시신은 크게 부패하지 않은 미라 상태에 가까웠다.

경찰은 “집에 별다른 장치나 이런 것도 없었다. (시신이) 부패하고 그러진 않았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든지 그런 게 아니고 깨끗했다”며 “얼굴의 코는 정상적으로 있었고 치아도 있고 머리카락도 일부 좀 있었다. 딱 봤을 때 외부적으로 변형이 일어났거나 어떤 손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씨가 약사인 것을 감안해 방부처리를 의심했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시신 부검을 진행했지만 타살의혹이나 방부처리에 필요한 약품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조씨를 사체유기 혐의와 남편의 휴직수당과 명예퇴직금 등을 타내 수억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검찰 시민위원회를 연 끝에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특별한 방부처리를 하지 않고도 남편의 시신이 부패하지 않은 채 깨끗이 보관됐고, 조씨도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한 적 없다. 남편의 심장소리와 맥박을 느꼈다”고 진술하는 등 사체를 유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대신 공무원이던 남편이 숨진 뒤 남편의 휴직수당과 명예퇴직금 등을 타내 수억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조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조씨(48)는 거짓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해 2007년 4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남편의 휴직수당 7400만원, 명예퇴직금과 퇴직연금 1억4300만원 등 총 2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재판부는 “남편이 죽은 시점이 특정되지 않아 수당·연금 등을 부정 수령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사기 혐의도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약사로서 일정한 수입이 있었고, 남편을 사망 신고해도 사망보험금으로 상당한 금원을 수령할 수 있었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범행의 동기 역시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른바 ‘방배동 미라사건’은 당시 큰 논란을 불러왔다. ‘사랑과 죽음사이’ 아내는 정말 남편이 살아있었다고 믿은 것일까. 아니면 남편이 살아날 것으로 믿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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