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수석입학생 윤홍장씨 사망사건
지난 2006년 공주고등학교를 졸업한 윤홍장씨.
그는 고교 2학년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서울대와 경찰대에 동시 합격했고, 토익 만점을 받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500점 만점에 493점을 받은 수재였다.
윤씨는 서울대 대신 경찰대를 선택했고 당당히 수석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2남 1녀 중 막내였던 그가 경찰대를 선택한 것은 ‘가난’ 때문이다. 그는 집안을 일으켜 세울 유일한 희망이었다. 부모는 경찰대에 수석 입학한 막내아들의 뒷바라지를 열심히 해 줬다.
윤씨는 어릴 때부터 치아가 좋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런 아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치아교정을 시켜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천안 소재 대학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치대 Y(윤)교수는 홍장씨에게 치아 교정에 필요한 ‘양악수술(상악골 수평 절단술)을 권했다. 병원은 서울 강남 교대역 근처에 있던 E치과를 추천했다. 이때가 2007년 12월 30일쯤이다.
그 후 윤씨는 E치과에 다니며 임아무개 원장에게 마취 안정성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2008년 1월 9일 오전 7시30분에 양악수술을 받기로 정했다.
윤씨의 부모는 “수술 날짜와 시간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며 수술을 오후 시간이나 날짜를 1월 15일쯤으로 연기해 줄 것을 부탁했다. E치과는 날짜와 시간을 변경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수술 날짜는 변동이 없었다.
하루 전 날 윤씨는 수술에 필요한 치료를 받기 위해 대학병원 치대 Y교수를 찾아갔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수술에 필요한 중요한 보형물을 병원 측에서 분실했다는 말을 들었다. 다음날 수술 날짜를 잡은 상태였던 윤씨는 밤새 새로 보형물을 만들어야 했다.
윤씨와 가족들(어머니와 형)은 수술 당일인 9일 오전 6시30분경 E치과에 도착했다. 촉박한 수술 날짜, 병원 측의 보형물 분실 등으로 인해 홍장씨는 약 2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한 상태였다.
E치과 측에 이런 사정을 얘기했지만 “괜찮다” “상관없다”며 예정된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오전 8시30분경 윤씨는 간호사로부터 항생제와 스테로이드계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주사를 놓는 간호사가 상당히 서툴렀다. 링거를 나비 바늘에 꽂고, 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바늘조차도 제대로 꼽지 못했다. 윤씨 어머니는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간호사는 “나는 이 병원 소속이 아니고 오늘 처음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두 번의 주사 후 전신마취를 위한 주사를 한 번 더 맞았다. 그런데 그 뒤부터 상태가 이상했다.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는데 바지 단추를 제대로 풀지 못할 정도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땅바닥에 주저앉는 것이었다.
이를 이상히 어머니가 “환자가 이런 상태인데 수술을 받을 수 있겠느냐”며 “잠을 2시간 밖에 못 잤는데 수술을 연기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재차 물었다. 하지만 병원은 “괜찮다”며 수술을 강행했다.
오전 9시 윤씨는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폐경련을 일으키며 의식불명에 빠진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원장 임씨가 급히 들어와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잠시 병원 인근에 나가 있던 가족(어머니와 형)에게는 2시간 34분이 지난 오전 11시 34분경에나 알려줬다.
윤씨 형에 따르면 “어머니와 내가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동생은 의식 불명상태였다. 1%의 자가 호흡도 없이 100% 기계호흡에 의존한 채 심장만이 뛸 뿐 동공 반응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수술실에는 7~8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있었지만, 심폐소생과 산소호흡에 필요한 의료기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술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이었다는 것이다.
윤씨 어머니와 형은 “당장 홍장이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인근 강남성모병원으로 이송된 것은 폐경련과 심정지가 일어난 후 약 2시간 50분이 지난 정오(12시)경이었다. 이미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훨씬 지난 후다. E치과에서 강남성모병원은 불과 5분 거리에 있었다.
윤씨는 의식불명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약 3개월 후인 3월31일 저산소성 뇌병증으로 20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강남성모병원이 발급한 사망진단서에는 선행사인 ‘미상’, 두 번째 사인 ‘저산소증 뇌손상’, 최종 사인 ‘다발성 장기 부전’이다. 사망진단서로 보면 고인의 사망 원인은 미스터리다. 고인을 죽게 만든 선행 사인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가족에게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건강하던 아들이 턱관절 수술을 받으려다 사망한 것도 망연자실해 할 일이지만 왜 죽었는지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인의 형은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했다. 사망 후 검사가 직접 나와서 검안을 했다. 병원, 검찰, 유족들은 부검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4월1일 가족 입회하에 부검을 했다. 누구도 전신마취에 사용된 마취제의 문제점을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태에서 고인의 장례는 4월2일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고인의 형은 다음 아고라 등에 이런 억울한 사정을 호소했다. 당시 필자는 한 종합대 의대 교수가 마취과다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 중이었다. 이와 연관성을 찾고자 고인의 형에게 전화했고, 다음날 그는 동생의 의료기록을 갖고 <시사저널>로 찾아왔다.
필자는 우선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물어봤다.
누가 봐도 병원 과실에 의한 의료 사고가 분명한데도 해당 치과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고인의 가족들이 책임을 따지며 항의하면 경찰을 불렀고, 접근 금지신청을 했다.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병원은 미리 짜여진 각본처럼 행동하는데 E치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인의 형은 “병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우리가 여러 차례 합의 의사를 밝혔는데도 여기에 응하지 않은 채 의료 사고 소송 전문 변호사를 선임한 후 모든 것을 변호사한테 일임했다. 변호사는 무조건 과실이 없다고 발뺌한다”며 억울해 했다.
병원 측의 적반하장식 횡포는 계속 이어졌다. 고인의 유족들이 병원에 1㎞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인터넷상에 병원과 의사의 실명을 유포하면 4천 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협박했다. 심지어 아들이 의식을 잃은 1월9일 저녁 아버지가 성모병원에 왔다.
응급실에 와서 “누가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냐”라고 물었는데, E치과 원장은 팔짱을 끼고 미안한 감이 없이 “내가 그랬다”라며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화가난 고인의 아버지가 원장의 멱살을 잡았는데 곧바로 목에다 깁스를 하고 사진 찍고 총무과 직원들한테 아버지가 폭행했다는 거짓 진술을 확보하고 폭행범으로 몰아갔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인의 어머니가 원장 비서의 전화를 받고 E치과에 가서 갑자기 병원에서 쓰러졌다. 그런데 E치과는 어머니가 병원에서 소란을 피운 것처럼, 아버지가 폭행한 것처럼 고소장을 작성해서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고인의 형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가. 멀쩡하던 동생이 병원에서 치과치료를 받으려다 사망했는데 병원에는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으니, 그럼 우리 가족의 책임이란 말인가. 더욱이 E치과는 우리 가족들을 폭행 혐의 등으로 누명을 씌워서 고소까지 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우선은 고인이 왜 사망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했다.

필자는 고인의 형에게 입수한 의료기록을 갖고 당시 의료단체 연구원장(의학박사)을 찾아갔다. 그는 필자가 내민 자료를 검토해 보더니 마취기록지를 들어보이며 “고인의 사망원인은 ‘프로포폴’”이라고 단정했다.
일단 수술 당일 작성된 고인의 마취기록지에는 전신마취에 사용한 정맥마취제가 ‘프로포폴’이라고 적혀 있었다.
E치과에서 윤씨에게 프로포폴 12cc를 주사한 후 20분이 지나자 갑자기 혈압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취 전에는 120/70을 유지하던 것이 70/40까지 떨어졌다. 생명이 위급해지자 E치과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치과 치료를 받다가 숨진 것은 고인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5월에도 충치 치료를 받던 윤아무개양(당시 5세)이 숨졌다. 충남 천안의 대학병원 치과에서 전신마취 뒤 몸이 차가워져 응급실로 옮겼으나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병원에서는 전신마취의 위험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윤양이 숨진 대학의 치과병원은 고 윤홍장씨가 한동안 치과 치료를 받던 곳이다. 고인을 E치과에 소개해준 것도 이 대학 치대 의사였다. 필자는 2000년 이후에 전신마취와 관련한 사망 사고의 원인을 조사해보았다.
2008년 2월에는 20대 여성이 성형외과에서 턱 수술을 받은 직후 숨졌다. 서울 강남 ㅁ성형외과에서 턱관절 절개 수술을 받은 김 아무개씨(20)가 전신마취를 한 상태에서 수술 직후 숨졌다.
이때 ㅁ병원도 “마취 전 검사를 철저하게 했고, 수술 결과도 좋은 편이다”라면서 사망 원인을 짐작하지 못했다.
성형외과는 성형수술을 위해 먼저 프로포폴을 정맥 주사해서 수면을 유도한 후 수술 부위에 국소마취를 한다. 만약 수면유도가 안 될 때는 더 많은 양을 투여하는데 부작용 위험이 뒤따른다. 성형수술 중에 사망한 사망자들의 증상도 하나같이 비슷했다. 전신마취-호흡곤란·혈압저하·심장마비-중태-사망 순이었다.
프로포폴을 사용한 후 발생하는 전형적인 부작용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성형수술 중 일어나는 사망 사고는 거의 전신마취에 의한 쇼크사라고 판단한다. 성형수술의 경우 과다한 출혈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에 전신마취로 인한 쇼크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전신마취에 쓰인 마취제가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프로포폴 관련 사고를 좀 더 깊게 취재했다. 그랬더니 당시 잇따르고 있는 성형수술 중에 발생한 사망 사고에도 프로포폴이 관련되어 있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과 학계에서는 마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병원의 허술한 마취 인력, 빈약한 마취 시스템 등을 꼬집는다.
그러나 정작 수면 마취에 사용한 마취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성형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환자들의 면면을 보면 사각턱 교정, 가슴 성형, 지방 흡입술 등의 수술을 받다가 사망했다. 심지어 주름 제거 수술, 쌍꺼풀 수술 등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도저히 생명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수술을 받다가도 얼마든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고인이 된 윤홍장씨의 직접적인 사인이 ‘프로포폴’이라고 처음 밝혀졌다. 사망원인은 ‘프로포폴’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나 E치과는 의료사고를 인정하지 않고 유족들에게 사과도 없었다.
유족들은 E치과 원장과 마취과 전문의를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2월에 열린 항소심에서 법원은 각각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이로써 ‘경찰대생 윤홍장씨 사망사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끝났다.
하지만 가족들은 집안의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 눈물로 보내야만 했다. 가족 모두가 정신질환을 앓았고, 슬픔과 분노 속에 고통스런 나날을 살고 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고인의 가정은 이렇게 하루아침에 풍비박산되고 말았다.
만약 의료사고가 없었다면 지금쯤 고인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어엿한 경찰 간부의 모습으로 부모의 자랑이 됐을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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