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딸 성폭행 살해범 27년 추적한 ‘아버지의 복수극’


프랑스 회계사인 앙드레 밤베르스키(43)는 1977년 아내와 이혼했다.

그는 딸 칼린카 밤베르스키(10)와도 헤어지게 됐다. 이후 밤베르스키는 프랑스에서 혼자 남았고, 칼린카는 어머니와 독일인 새아버지 디터 크롬바흐(42)를 따라 독일 린다우에서 살게 된다.

딸을 몹시 사랑했던 밤베르스키는 5년 뒤인 1982년 충격적인 비보를 접하게 된다. 바로 칼린카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밤베르스키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독일로 가서 딸의 시신을 마주했다.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얼마 후 부검 결과를 받은 밤베르스키는 분노에 휩싸인다. 칼린카의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에서 의문의 주사바늘 자국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 딸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른손잡이인 칼린카의 오른팔에 주사자국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주사를 놓았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이상한 것은 또 있었다. 칼린카의 생식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다만, 이물질이 칼린카의 몸에서 나온 것인지 남성의 정액인지는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밤베르스키는 딸이 타살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독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주사자국은 새아버지인 크롬바흐가 주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크롬바흐는 경찰에서 “철분제 주사를 놔줬다”고 진술했다. 밤베르스키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크롬바흐가 약물을 투여한 뒤 딸을 성폭행했고, 그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크롬바흐를 성폭행과 살인 혐의로 독일법원에 고소했다.

그러나 1987년 독일 대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크롬바흐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다. 두 가지 이유였다. 칼링카의 시신에서 약물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과 생식기에서 검출된 물질이 크롬바흐의 정액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밤베르스키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는 프랑스 법원에 크롬바흐를 성폭행 살인혐의로 고소했다. 칼링카가 프랑스와 독일 이중국적자여서 가능했다. 프랑스 법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크롬바흐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나오지 않고 버텼다. 그러자 1995년 프랑스 법원은 궐석재판을 열고, 밤베르스키의 주장을 받아들여 크롬바흐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후 프랑스 검찰은 크롬바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프랑스는 독일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나 이미 판결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서 다시 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내세워 거부했다.


1997년 크롬바흐는 자신의 환자이던 16살 소녀를 마취시킨 뒤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의 의사면허는 정지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밤베르스키의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딸의 사진을 들어보이는 밤베르스키.

밤베르스키는 더 이상 법의 심판만을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제 손으로 직접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두 사람의 청부업자를 고용해 크롬바흐의 행적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그리고 2009년 10월 청부업자들은 크롬바흐를 밧줄로 꽁꽁 묶어 독일의 접경도시인 뮐루즈의 법원 앞에 끌어다 놓았다.

당시 크롬바흐는 손발이 묶이고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됐다. 프랑스 법원은 궐석 재판 때와 같이 크롬바흐에게 징역 15년 형을 선고하고 교도소에 수감했다.

딸이 잠들어 있는 묘지를 참배하는 아버지.

이로써 사건발생 27년 만에 크롬바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뤄지게 됐다. 아버지의 집념과 끈기로 딸의 복수를 하게 된 것이다. 어느 새 그는 70대의 노인이 됐다.

하지만 밤베르스키도 크롬바흐를 납치 사주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밤베르스키의 지지자들은 “복수가 아니라 정의를 원한 것”이라며 그를 옹호했다. 2014년 6월 프랑스 법원은 밤베르스키가 납치를 모의했다고 판결하면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 집행을 1년간 유예했다.


법과 정의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고심하던 법원은 법 집행을 1년간 유예한다는 결론으로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청부 받은 납치를 실행한 두 사람은 각각 징역 1년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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