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 팔공CC 캐디 살인사건
대구 북쪽 끝에 위치한 팔공산(1193m)은 경북 군위군 부계면·영천시 신녕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1991년 5월9일 오후 6시20분쯤, 주민 김아무개씨(여·40) 등 3명은 팔공산 중턱 속칭 ‘둔덕미골’에서 나물을 캐고 있었다.
이때 흙에 반쯤 파묻혀 있던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의 상태는 참혹했다. 몸통과 양팔, 다리 등이 70cm 정도의 높이로 흙에 덮인 채 얼굴과 가슴, 왼쪽발가락 등이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얼굴은 부패해 식별이 곤란했고 발톱에는 붉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또 옷이 모두 벗겨졌으며 신체 일부가 훼손된 상태였다.
현장에는 뱀 2마리가 들어 있는 1.8ℓ들이 소주 1병과 검은 머리띠가 흩어져 있었으나 유류품이나 범행에 사용한 흉기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변사자의 신원파악을 위해 나섰으나 지문 채취에 실패했다. 그러다 시신 발견 5일 만에 비로소 신원이 확인됐다. 변사자는 대구 팔공컨트리클럽(CC) 캐디 이아무개씨(26)였다.
경찰은 숨진 이씨의 언니(34)와 형부(35), 친구(28) 등에게 사진을 보이고 이씨의 이를 치료한 치과병원을 통해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시신이 발견된 골짜기는 이씨의 집에서 36km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이씨가 팔공산 인근 연못에서 살해당한 뒤 곧바로 골짜기로 들어와서 암매장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 이유는 ▲변사체 발견 장소부근에 소주병 1개와 포대, 머리띠 등만이 발견됐을 뿐 이씨가 입었던 옷가지 등 유류품이 없었고 ▲흙에 피가 전혀 묻어있지 않았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목, 손목, 유방, 국부 등에 남은 상처가 숨진 뒤에 생겼고 ▲몸에 피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으며 ▲간, 신장 등의 조직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된 점 등이다.
경찰은 이런 정황에 따라 범인이 팔공산 주변의 연못에서 범행을 했거나 완전범죄를 노려 물속에서 신체 훼손 등의 행위를 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씨가 살해당한 정확한 장소는 알아 낼 수 없었다.
경찰은 이씨의 행적을 추적해 4월25일 오후 직장 동료 이아무개씨(여·27) 등 3명과 대구 수성구에 있는 동경나이트클럽에 출입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씨는 이곳에서 이아무개씨(32) 등 장교 2명과 어울려 춤을 춘 뒤 이씨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친구들과 타고 가다 26일 0시30분쯤 지저동 집 부근에서 내린 것을 확인했다. 이후 행적은 파악되지 않았다.
이씨 집에는 평소 내연남들이 자주 들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런 정황에 따라 치정 살인에 의한 면식범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이씨의 남자관계는 복잡했다. 이씨와 깊게 사귄 남자가 확인된 것만도 10여명에 이르고 상대 남자의 연령도 20대에서 40대, 직업도 사장에서 무명가수까지 다양했다.
이씨의 수첩에 적힌 전화번호가 120여개에 달했다.
경찰은 이씨와 내연관계에 있던 남자들을 중심으로 대구 시내 대학교 관공서 인근 골프 연습장까지 탐문수사를 벌였다. 아울러 동일 범죄 전과자나 우범자, 불량배 등도 용의선상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사건과 연결 지을 만한 단서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유류품이나 범행에 사용한 흉기 등도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5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6천장의 전단지를 배포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2006년쯤 공소시효가 끝나면서 영구미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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