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버킹검 모텔 여주인 살인사건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일대’는 부산 최대의 번화가다. 명성에 걸맞게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 있던 ‘버킹검 모텔’에서는 인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장기 숙박을 해왔다. 객실 4~5개 정도만 하루짜리 숙박객을 받았고 나머지는 장기 숙박자들이 이용했다.
모텔의 주인은 서울의 유명 여대출신으로 미혼인 이아무개씨(46)였다.
그녀는 서울에서 생활하다 2010년 중순쯤 아버지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와 모텔을 운영했다. 몇 달 후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혼자 모텔을 꾸려갔다.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타지에 살고 있었다.
2010년 10월1일 오전 10시45분쯤, 종업원 김아무개씨(56)가 모텔에 출근했다. 이때 주인 이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 문이 열려 있었기에 모텔 안에 있거나 가까운 곳에 나간 것으로 생각했다.
이씨는 모텔 청소를 하려고 비품 창고로 사용하는 카운터 옆 101호 문을 열었으나 굳게 잠겨 있었다. 열쇠를 찾을 수 없었고, 주인 이씨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할 수 없이 열쇠수리공을 불렀다.
수리공은 공구를 이용해 잠긴 문을 열었다. 그 순간 김씨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주인 이씨가 이불을 덮어쓴 채 그 안에 숨져 있었던 것이다. 온몸이 흉기에 찔리고 피가 범벅이 돼 있었다.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도 피해자의 참혹한 모습에 경악할 정도였다. 이씨는 무려 74곳을 흉기에 난자당했고, 이중 4~5곳은 상처가 꽤 깊었다. 반면 방안은 비교적 깨끗했다. 이불과 수건이 흩어져 있었으나 거칠게 몸싸움을 하거나 저항한 흔적은 없었다.
누가 왜 이렇게 잔인하게 이씨를 살해한 것일까.
일단 강도의 소행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에 보관 중이던 현금 30만원이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깊은 원한을 가졌거나 정신이상자의 소행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씨가 부산에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딱히 원한을 살 만한 사람도 없었다.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은 사건 전날부터 모텔을 출입한 사람들을 모두 용의선상에 올렸다. 1층 로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해보니 경찰 출동 전까지 모텔에 드나든 사람은 약 200여명이나 됐다. 경찰은 일일이 이들의 신원을 파악해 당시 행적과 알리바이를 조사했다.
우선 모텔 투숙객부터 조사했다. 이씨의 시신이 발견된 101호 옆방에는 남녀가 투숙해 있었다.
경찰이 확인해보니 모텔 방음상태는 좋지 않았다. 피해자가 수십 번에 걸쳐 흉기에 찔린 것을 감안하면 옆방에서는 비명 소리라도 들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뜻밖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투숙객들 중에서도 크게 의심할 만한 인물은 없었다. 경찰은 전 객실을 대상으로 혈흔반응 검사를 실시했지만 피해자의 혈흔은 나오지 않았다. 도무지 용의자를 특정할 수가 없었다.
수사도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경찰의 고민도 깊어졌다. 모텔의 구조상 누구라도 안으로 들어오면 카운터를 거쳐야 한다. 그 위에는 방문객들을 촬영하는 CCTV가 있었다. 범인이 모텔에 들어온 이상 CCTV에는 분명 흔적이 남아 있어야 했다. 이곳에 단서가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경찰은 다시 CCTV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형체가 흐릿하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사람을 발견했다.
아쉽게도 CCTV영상에는 얼굴이 나오지 않고 점퍼를 입은 모습만 찍혀있었다. 경찰은 CCTV 화면을 출력해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모텔 종업원, 투숙객, 주변 상인 등을 상대로 이 남성을 알거나 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으나 하나 같이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경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남성이 이동했을만한 동선을 추정해 인근 CCTV를 샅샅이 뒤졌다. 이곳에 실날 같은 희망을 걸었으나 혹시나는 ‘역시나’가 됐다.
당시 모텔 인근에 설치된 CCTV가 많지 않아 모텔 골목을 빠져나가는 희미한 장면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결국 이 남성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남성은 모텔을 나온 뒤 곧바로 택시를 타고 서면을 떠난 것으로 추측됐다.
결국 이 사건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미궁으로 빠졌다. 지금까지 ‘부산 부전동 모텔 여주인 살인사건’으로 명명되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사건에 대한 제보는 부산진경찰서(051-806-7000)로 하면 된다.
범인은 누구일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범죄’를 제외하면 모든 범죄는 이유와 목적이 있다. 묻지마 범죄의 경우 대부분 야외나 공공장소에서 벌어진다. 범죄 특성상 이 사건과는 거리가 있다. 범인은 분명 특정 목적을 갖고 모텔에 들어왔고, 주인 이씨를 참혹하게 죽였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범인은 왜 이씨를 잔인하게 죽인 것일까.
1.우발적 살인
우선 범인이 모텔에 투숙하기 위해 들어왔다가 이씨와 요금 등의 문제로 시비가 일자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수 있다. 이 경우가 맞다면 범행의 잔혹성으로 볼 때 범인은 분노조절장애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2.강도
처음부터 강도 목적으로 들어왔고, 금품을 빼앗으려다 예상치 않은 상황에 직면하면서 흉기를 휘둘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씨가 범인과 몸싸움을 하거나 크게 저항한 흔적이 없는 것을 볼 때 방심한 상태에서 허를 찔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강도’ 가능성은 낮아든다. 이씨가 흉기로 위협을 했다면 본능적으로 방어를 했을 텐데 이런 정황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3.원한이나 청부살인
원한이나 청부 살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텔을 인수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원한을 사거나 기타 목적으로 청부살해 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전에 함께 모텔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사망하자 모텔사업을 접고 영어학원을 운영하려고 했었다. 이런 것과 맞물려 필자는 ‘청부살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범인이 모텔 인근 거주자가 아니라 외지인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완벽하다고 할 만큼 범행을 실행했고, 흔적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계획적 범죄’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피해자인 이씨를 무려 74번이나 찔렀다는 것도 청부살해 가능성을 높여준다. ‘청부살인’의 목적은 상대가 죽어야 목적이 달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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