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잔혹한 살인기계 ‘팔라리스의 놋쇠 황소’


기원전 6세기, 이탈리아 시칠리아 시실리섬에는 아크라가스(지금의 아그리젠토)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가 있었다.

기원전 570~554년까지 통치했던 팔라리스(Phalaris)는 일꾼들을 무장시켜 선왕을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했다. 그는 왕위에 올라 오르자마자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그러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언제 왕위에서 쫓겨나게 될지 모른다며 전전긍긍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팔라리스는 아테네의 유명한 조각가 페릴라우스를 불러 ‘놋쇠 황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실제 황소와 같은 크기인데, 이것이 인류 최초의 ‘살인 기계’다.

그는 사람을 가둬 죽이는 잔인한 형벌 도구인 황소를 만들어왔고, 팔라리스는 매우 흡족해 했다.

그러나 살인기계의 첫번째 희생양은 다름아닌 페릴라우스가 됐다. 이후 팔라리스는 연회 때마다 놋쇠 황소를 가져와,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사람을 집어넣고 처참히 죽였다.


원리는 아주 단순했지만 처형 방식은 악독했다. 청동으로 만든 황소형틀은 속이 비어 있고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문이 달린 구조였다.사람을 집어넣고 자물쇠로 문을 잠근 다음 황소의 배 아래에 화르를 설치해 불을 피워 죽이는 방식이었다.

황소 배 안에 갇힌 희생자는 빠져 나올 수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그러면서 심리적 공황에 빠지게 된다. 심장 박동도 빨라지면서 호흡도 영향을 받아 숨쉬는 것도 빨라진다. 황소에 열이 달아오르면 공황은 더욱 심해진다.

황소 안에는 또 다른 장치가 있었다. 내부에는 소의 입으로 연결된 놋쇠관이 있었다.

안에 있는 희생자가 고통을 받으며 관으로 기어가 관을 통해 공기를 흡입했고, 비명과 함께 내쉬었다. 이때 고음의 비명을 지르면 낮은 음의 소 울음으로 전환시켰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마치 소가 우는 것으로 들렸던 것이다.


기록에는 ‘무서운 소리’를 냈다는 내용이 있다. 이 살인기계는 ‘관악기의 시초’가 됐다.

황소에 열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희생자의 바깥 피부는 타들어가고 내부의 수분은 말라버린다. 그러면서 피부는 건조하고 딱딱해지는데 열에 의해 천천히 장기까지 익어 버린다.

극도의 열로 인해 정신은 잃어가고 희생자는 짧은 비명을 지른다. 열로 인해 10분도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팔라리스는 이렇게 재임기간 16년 동안 정적들을 놋쇠 황소에 넣어 요리했다.

단순한 처형 목적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도구였던 것이다.

기원전 554년 팔라리스는 결국 왕좌에서 쫓겨났다. 성난 민중들은 팔라리스를 놋쇠 황소에 불태워 죽였다.

그를 끝으로 놋쇠 황소는 바다에 던져졌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후에도 역사에 기록된 점을 보아, 정확한 시기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세시대까지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벨기에의 한 박물관에는 실물 크기의 ‘팔라리스 황소’ 모형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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