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청혼 거절한 ’58세 남성’과 결혼한 19세 딸
인도네시아 남부 술라웨시의 작은 시골 마을 바나. 산비탈을 따라 조용한 농경지가 펼쳐진 이곳에서 2021년 4월7일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58세 농부 보라(Bora)와 19세 여성 아이라 파질라(Ira Fazilah)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39살이다. 아버지와 딸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들의 결합은 단지 나이 차이 때문에 주목받은 것이 아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 과정에 얽하고설킨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한동안 마을 전체가 술렁거렸다.
거절된 청혼과 뜻밖의 제안
사연의 시작은 신랑 보라가 아이라의 어머니에게 마음을 전하면서부터다. 그는 평생 홀로 살며 농사를 지었다. 나이가 들고 몸이 예전 같지 않자 여생을 함께할 짝을 찾고 싶었다. 그가 떠올린 사람은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인 아이라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오래 전 남편과 헤어진 뒤 홀로 삼남매를 키우고 있었다.
보라는 아이라의 어머니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청혼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이미 삶의 무게가 무거웠던 어머니는 그 청혼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 대신 뜻밖의 제안을 내놓았다. 자신의 첫째 딸인 아이라와 만나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뜻을 전한 것이다.

보라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머니는 곧바로 아이라에게 다가가 뜻을 물었다. 19세의 어린 딸 역시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 관계자 역시 당초 보라가 어머니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한 뒤, 어머니의 권유와 두 사람의 동의로 결혼이 성사되었다고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결혼식 날 보라는 신부 측에 지참금으로 현금 1000만 루피아(약 77만 원)와 1ha(약 3천평) 크기의 땅을 선물했다. 흙을 일구며 살아가는 시골 농부에게는 평생 모은 귀한 자산이었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시골 마을에서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이 결혼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아이라의 어머니가 가난 때문에 나이 어린 딸을 나이 많은 남성에게 돈을 받고 넘긴 것이 아니냐는 수근거림이었다. 이른바 ‘매매혼’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당사자인 아이라의 생각은 달랐다. 아이라는 주변의 소문을 일축했다. 그녀는 나이가 많고 홀로 외롭게 살아온 보라의 모습에서 측은함과 깊은 정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라는 “그가 삶을 마감할 때까지 곁에서 잘 돌보고 싶어 청혼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결혼을 마친 두 사람은 보라가 살던 작은 목조 주택에서 소박하게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보라는 거창한 변화보다 그저 농부로서 지금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많은 나이 차이와 주변의 시선 속에서도 두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함께 일궈나가기로 했다.

제도와 관습 사이, 인도네시아 조혼의 실상
이들의 결혼은 인도네시아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0대에 일찍 결혼하는 관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세대 차이를 뛰어넘는 결합도 시골 마을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의회는 지난 2019년 여성의 법정 혼인 최저 연령을 기존 16세에서 19세로 올렸다. 남성과 여성의 기준을 동일하게 맞춰 조혼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이 바뀌었어도 현장의 관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부모가 원하고 종교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예외적으로 조혼이 인정되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의 일부다처제 문화도 한몫을 한다. 남성이 첫 번째 아내의 동의를 얻고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다른 아내를 맞이할 수 있다. 물론 아내와 가족을 똑같이 양육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아내가 질병이나 장애로 의무를 다하기 어렵거나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재혼이 가능하다. 다만 공무원이나 군인, 경찰은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 한 명의 아내만 둘 수 있다.
바나 마을의 작고 낡은 목조 주택에는 오늘도 정적을 깨는 바람 소리가 지나간다. 누군가는 삶의 조건과 관습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오가는 금전의 무게를 계산한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세상의 평가 뒤편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온기에 의지한 채 조용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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