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 장만한 집이 알고보니 ‘뱀 소굴’
평생 땀 흘려 모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순간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근처의 조용한 교외 도시인 센테니얼. 이곳에서 마흔두 살의 직장인 엄마 앰버 홀(Amber Hall)은 두 아이와 함께 살 새집을 분양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방 4개와 화장실 2개를 갖춘 넓은 단독주택은 그녀가 오랫동안 그려온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러나 2023년 3월 말, 이삿짐 트럭이 도착한 첫날부터 이 행복한 꿈은 순식간에 깨어지고 말았다.
새집에 도착해 한창 짐을 정리하던 오후였다.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견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행동이 이상했다. 평소와 달리 꼬리를 바짝 내리고 살금살금 걷던 개는 차고 문 옆 벽면을 향해 털을 세우고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앰버가 조심스럽게 다가갔을 때, 눈앞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어른 팔뚝만 한 굵기의 뱀 두 마리가 차고 벽을 타고 미끄러지듯 기어오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벽면 구석에는 뱀이 드나든 것으로 보이는 작은 구멍도 뚫려 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짐 풀던 첫날, 반려견이 멈춰 선 차고 벽의 비밀
그날 이후 뱀은 집 안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차고는 시작에 불과했다. 따뜻한 햇볕이 드는 테라스 바닥 틈새는 물론이고, 심지어 가족들이 매일 사용하는 화장실 바닥에서도 뱀이 몸을 굴리며 기어 나왔다. 이사한 지 불과 열흘 동안 앰버가 집 안에서 직접 목격한 뱀만 10마리가 넘었다. 벽 뒤편에서는 온종일 무언가 스멀스멀 쓸고 지나가는 기분 나쁜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극심한 두려움에 질린 앰버는 뱀 포획 전문가를 급히 불렀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차고 벽면과 바닥재 일부를 뜯어냈다. 문짝을 뜯어내자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모습이 드러났다. 벽과 바닥 아래 빈 공간에 수십 마리의 뱀이 덩어리째 엉켜 있었던 것이다. 앰버와 아이들이 새로 이사 온 집은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된 뱀들의 보금자리였다.
그나마 다행으로, 발견된 뱀들은 독이 없는 ‘줄무늬가터뱀’으로 확인되었다. 북아메리카 지역의 풀밭이나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다. 현장을 조사한 전문가는 뱀들의 크기와 번식 상태를 분석한 뒤, 이 뱀들이 최소 2년 이상 이 집 밑바닥에 둥지를 틀고 살았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앰버는 집을 엉망으로 만든 뱀들이었지만 죽이지 않고 안전하게 생포해 멀리 떨어진 자연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위해 뱀 포획 전문가들에게 1000달러(약 132만 원)를 비용으로 지급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주택 매매를 중개한 부동산업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거래 과정에서 이전 집주인이나 관리인으로부터 뱀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으며, 서류상으로도 아무런 결함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외관상 깨끗해 보이는 집이라도, 콘크리트 패드 아래나 단열재 사이에 아주 작은 틈만 있으면 뱀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모여든다. 특히 이 집은 뱀들이 외부 침입자 걱정 없이 번식하기에 아주 좋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앰버는 전 주인이 남긴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 되었다.
이 사연이 전해지자 앰버의 사촌은 미국의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뱀을 완전히 없애려면 집 전체의 벽을 모두 허물고 바닥 콘크리트를 새로 타설해야 하는 대공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 주인과의 법적 공방을 위한 변호사 선임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평범한 직장인 엄마가 감당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나 컸다.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숨바꼭질
이후 진행된 정밀 조사에서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 집 아래쪽 흙과 콘크리트 사이에는 오랜 시간 물을 흡수하고 말라붙기를 반복하며 생긴 커다란 공간이 숨어 있었다. 대가족을 이룬 뱀들이 겨울에는 따뜻한 온수 파이프 주변에 모여 살고, 봄이 되면 벽 틈새로 기어 나왔던 것이다.
앰버는 매일 밤 집 안 어디선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들 역시 제방 침대에 눕는 것조차 무서워해 온 가족이 거실 한구석에 모여 밤을 지새우는 날이 늘어났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가장 두려운 공간으로 변해버린 순간이었다.
내 집 마련의 기쁨은 단 열흘 만에 깊은 정신적 상처로 바뀌었다. 평생을 일구어 온 꿈의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축하의 인사가 아닌 서늘한 파충류의 움직임이었다. 비록 독은 없었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불청객들과의 불편한 동거는 한 가족의 마음에 깊은 흉터를 남겼다.

앰버의 사촌 코리 니콜스가 개설한 고펀드미 페이지는 사연이 공개되자마자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간호사로 일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운 앰버의 성실한 삶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수백 명의 기부자가 참여하여 수천 달러 이상의 성금이 모였다.
하지만 이 모금액은 앰버가 당장 마주한 현실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액수였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뱀을 잡는 것을 넘어, 집 전체의 단열재를 뜯어내고 차고 바닥 콘크리트를 모두 깨부순 뒤 새로 타설해야 하는 대공사 비용과 임시로 지낼 호텔 숙박비, 그리고 방제 비용이 끊임없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사건 초기, 주택 매매를 담당한 양측 부동산 중개업체와 매물 등록 대행사, 그리고 대출 금융기관 등은 모두 책임이 없다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특히 전 주인과 상대 측 부동산은 “과거에 뱀과 관련된 어떠한 징후나 보고도 없었다”며 책임을 부인했고, 앰버의 연락을 피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분노한 앰버는 모금된 금액의 일부와 개인 자금을 보태 부동산 전문 변호사를 선임했다. 앰버 측은 “가터뱀 무리가 이 정도로 거대하게 형성되려면 수년이 걸린다는 전문가 소견이 있는 만큼, 전 주인이 이 사실을 전혀 몰랐을 리 없다”며 주택 매매 계약 과정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고의로 숨긴 ‘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법적 소송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미국 부동산 법에 따르면, 매도인이 주택의 중대한 결함을 알고도 숨겼을 경우 계약 취소나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 현지 법조계에 따르면 이러한 소송은 전 주인이 ‘진짜로 알고 있었는지’를 증명해야 하므로, 최종 판결이나 합의에 이르기까지 수년의 오랜 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싸움이 된다.
되찾은 평화와 지워지지 않는 흔적
전 주인을 상대로 한 소송은 법정까지 가서 몇 년 동안 지루하게 싸우는 대신, 양측 변호인을 통한 합의로 마무리가 되었다. 가터뱀 무리가 최소 2년에서 3년 이상 살았다는 전문가들의 명확한 증언과 소견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 주인 측도 법적으로 끝까지 갈 경우 고의성 묵인 혐의로 더 큰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는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부동산 분쟁 합의가 대부분 그렇듯 구체적인 합의 금액과 조건은 외부로 발설하지 않는다는 ‘비공개 조건’이 걸려 있어 정확한 액수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앰버는 합의를 통해 받은 보상금과 고펀드미로 모인 성금, 그리고 기존 자금을 회수하여 그 집을 처분하는 데 성공했다. 집을 구매할 때 받았던 대출 문제도 합의금과 집 처분 과정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앰버는 뱀 소굴이 된 그 집에서 도저히 평화롭게 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옷 한 자락을 만질 때도 뱀이 아닐까 놀라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삿짐 상자를 다 풀지도 못한 채 집을 비우고 임시 거처를 전전해야 했다.
평생을 바쳐 이룬 꿈의 집은 소송의 대상이자 처분해야 할 짐이 되었고, 앰버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결국 그 공간을 포기하는 길을 택했다. 비록 첫 내 집 마련의 꿈은 깨어지고 긴 법적 싸움이라는 상처를 남겼지만, 다행히도 법적인 보상과 대중들의 따뜻한 성원 덕분에 파산하지 않고 악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현재 앰버와 두 자녀는 그 집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아 이사를 마친 상태다. 이제 앰버와 아이들은 벽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안전한 집’에서 다시 찾은 평온한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 비록 보금자리는 바뀌었지만, 가족이 함께 안전하게 잠들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거실에는 오랜만에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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