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살해 후 4년간 ‘미라 시신’과 동거한 아내와 내연남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주택에는 김아무개씨(여‧31)와 박아무개씨(남‧39) 부부가 슬하의 3남매와 살고 있었다.
소아마비장애 2급을 앓고 있던 박씨가 가정폭력을 행사하면서 부부사이는 평탄치 않았다.
2008년 아내 김씨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정아무개씨(39)를 만나 내연관계를 유지한다. 김씨는 정씨에게 “남편을 죽여달라”고 부탁했고, 둘은 치밀하게 범행계획을 수립했다.
2009년 3월10일 새벽, 박씨가 잠에 들자 정씨가 집안에 침입했다. 그는 김씨에게 미리 건네받은 열쇠를 이용해 현관문을 열었고, 준비한 흉기로 박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그의 옆에는 세 명의 아이들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박씨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시신을 이불로 꽁꽁 싸매 장롱에 유기했다.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했던 이들은 며칠 후 시신을 꺼내 방부제를 넣은 뒤 김장용 비닐과 이불로 겹겹이 싸맸다.
이번에는 공업용 테이프를 이용해 시신을 10겹 이상 겹겹이 감쌌다. 이렇게 해서 박씨의 시신은 미라 상태가 된다.
범행 후 김씨는 내연남의 고향인 청주로 이사했다. 시신은 이불과 비닐 등으로 둘러 싸서 이삿짐 운반용 상자에 담아 옮겼다. 종이 상자의 크기는 가로‧세로 70cm에 불과했다.

청주로 이사를 한 뒤에는 시신이 담긴 종이상자를 다락방에 방치한 뒤 다른 물건 등으로 가려 놓고 시신과 동거하기 시작했다.
아빠의 행방을 묻는 자녀들에게는 “아빠는 집을 나갔다”고 거짓으로 답했다. 이들은 숨진 박씨의 장애수당으로 매월 나오는 17만 7100원을 꼬박꼬박 챙기며 생활비로 사용했다. 박씨는 호적상에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돼 있었다.
이들의 범행은 우연한 기회에 탄로난다.
2014년 2월14일 내연남 정씨는 지인 A씨와 술을 마시다 술김에 “시체를 옮겨야 하는데 도와 줄 수 있느냐”고 말을 꺼낸다.
충격적인 말을 들은 A씨는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상당수 율당동의 한 다세대주택으로 출동해 박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김씨와 정씨도 체포했다.
이로써 치밀했던 다락방 미리와의 동거는 4년 만에 끝이 났다. 두 사람은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내연남과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김씨에게 선처를 베풀었다. 60세가 넘는 친정아버지가 돌보고 있는 자녀 양육과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등을 감안, 권고 형량보다 낮은 징역 7년을 선고한 것이다.
내연남 정씨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장치 부착 20년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부인 김씨가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정씨를 만나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데다 자녀 3명을 양육해야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을 주도한 정씨는 강도살인미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가석방된 뒤 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에서 재범 위험성이 높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형량이 무겁다고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오히려 더 무겁게 처벌했다. 김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2년을, 내연남에게는 2년을 더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저항 없는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용서받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범행”이라며 “피해자의 시신을 감춘 뒤 수년 동안 태연자약하게 사회생활을 해오는 등 반사회적 범행을 저질렀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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