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인아-이근 대위-유튜버 김용호의 ‘특별한 관계’
배우 정인아(본명 정혜경)는 2015년 6월 전남 고흥 스카이다이빙 강하장에서 발생한 낙하 사고로 사망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는 안타깝게도 35세의 나이에 하늘의 천사가 됐다.
정인아가 스카이다이빙을 배우게 된 것은 영화 촬영때문이다. 정인아는 빚보증 사기사건 등으로 고통받다가 연기자의 꿈을 접었다. 한동안 운동과 골프 등에 힘을 쏟다가 어렵게 영화에 캐스팅 된다.

정인아가 맡은 역에는 극중 스카이다이빙하는 장면이 있었다. 정인아는 자신의 성격대로 배역에 몰입해 갔다. 원래는 대역을 쓰려고 했지만 정인아는 자신이 직접 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스카이다이빙학교에 입교해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는 열정을 불태웠다. 수료 후에는 스카이다이빙 동호회 회원들과 낙하했다가 그만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정인아의 지인은 “재능이 많은 친구인데 안타깝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그런데 사망한 지 5년 후인 2020년 갑자기 정인아가 인터넷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전 연예기자 출신인 유튜버 김용호(76년생)가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배우 정인아와 연인 사이였던 이근이 스카이다이빙 교육 중 사망 사고를 냈다”는 취지의 방송을 하면서다.
여기서 ‘이근’은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예비역 대위 이근(이하 이근 대위)을 말한다.
김용호는 정인아의 실명을 적시하고 정인아와 이근을 ‘연인 사이’로 단정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근이 서울스카이다이빙학교 코치였다는 것과 강하하기 전 이근과 정인아가 함께 경비행기에 타고 있는 사진, 정인아의 시신 수색에 이근이 참여하고 장례식에 조문갔다는 것 등이었다.

김용호는 이런 퍼즐 조각을 맞춰 정인아와 이근이 연인사이였다고 몰아갔다.
사실 그가 근거로 든 내용은 빈약하다. 김용호의 주장대로라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옆자리에 앉고, 함께 차를 몇번 타고,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으면 누구든지 다 연인이라는 논리다.
‘연인’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 또는 ‘몹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김용호가 정인아와 이근 대위를 연인사이라고 주장하려면 서로가 연인이라고 인정해야 하고, 최소한 연인사이로 볼만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김용호는 불확실한 ‘추정’을 갖고 ‘단정’했다.
더욱이 한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설사 이근이 “나와 정인아는 연인 관계였다”고 해도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물론 이근 대위도 김용호의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고 발끈하며 반박했다.
그는 “지금까지 배 아픈 저질이 방송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든 말든 그냥 고소하고 무시했지만 이제는 하다 하다 제 스카이다이빙 동료 사망사고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고? 별 쓰레기를 다 봤다”고 말했다.
또한 “그분의 가족들한테도 제2차 트라우마를 불러오는 행동”이라며 “현장에도 없었던 나를, 그분의 교관을 한 적도 없던, 남자친구도 아니었던 나 때문에 사망했다고? 이 사실은 정인아의 가족도 다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일이 대응 및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안 했지만 나의 가족을 공격하고, 이제 내가 존중했던 스카이다이빙 동료를 사망하게 했다고 하니 증거를 제출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처럼 이근 대위도 김용호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씨가 주장한 연인관계 중 한 사람은 고인이고 또 한 사람은 부정했으니 정인아와 이근의 연인관계는 성립될 수가 없다.
김용호의 주장을 무력화하는 또 다른 증언도 나왔다. 김씨는 이근 대위가 정인아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서울스카이다이빙학교장 차아무개씨는 이근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차씨가 이와 관련해 2020년 11월19일 보낸 공문에는 정인아 사망 당시의 상황이 자세히 담겼다.
그는 먼저 자신을 “사고 당시 강하를 주관했던 관리책임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고흥 스카이다이빙 강하장에서 발생했던 사고의 책임이 있었다면 저의 책임이고 이근 대위는 이 사고와 아무 관계가 없다”며 “당시 이근 대위는 정인아 님의 담당 코치도 교관도 아니었고 항공기 및 강하장 현장에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차씨는 “저는 사망사건으로 인하여 고흥경찰서 2회, 송파경찰서 2회, 국토교통부 1회 등 총 5회의 사건 조사를 받았고,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강한 풍속이 원인이었다고 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사고 당시 바람은 있었으나, 강하 지침 매뉴얼에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차씨는 “당시 경찰은 함께 탑승한 모든 스카이다이버들을 조사하였고, 안전교육을 실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강하 당일 관계자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는데 참고인 조사 대상에도 이근 대위는 포함된 적 없었다. 사고와 연관된 정황이나 근거가 전혀 없다는 사실임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차씨는 이근 대위와 고인이 생전 연인관계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이근 대위와 정인아 님은 서울스카이다이빙학교를 수료한 동문이다. 그런데도 이 학교 수료생들 중 유명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사실과는 엄연히 다른 이슈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차씨는 이근 대위가 학교 스태프들과 함께 실종자 수색에 참여하고 다른 동문들과 함께 정인아의 빈소를 조문한 사실은 인정했다.
이에 대해 차씨는 “사실과 다른 의도를 왜곡시키는 일부 매체를 볼 때는 안타깝기만 하다”며 “저는 정인아 님의 사고에 대한 관리책임자로서 고인과 고인의 가족께 죄송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통함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사실이 와전되어 오해가 되지 않도록 사고현장에 있었던 책임자로서 증언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이 글을 무겁게 쓴다”며 “고인은 스카이다이빙에 대한 열정뿐 아니라, 인간애가 너무나도 따뜻한 분이었다”고 전했다.

이근 대위, 정인아와 함께 활동했다는 한 스카이다이버도 SNS에 글을 올려 김용호를 비판했다.
그는 “하다하다 이제는 인아 누나까지 건드리네요”라며 “무엇보다 애통하고 힘드실 가족분들께 김용호씨가 한 행동이 얼마나 큰 상처와 고통을 주는 일인지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결과적으로 김용호가 주장한 정인아와 이근의 연인관계는 사실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당사자인 이근도 부정했으며, 정인아의 강하를 주관했던 스카이다이빙학교장도 이를 반박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따지면 김용호는 사자명예훼손과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 특히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인의 도마에 올라 난도질 당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하에 있는 정인아가 통곡하고 있을 지 모른다.
김용호의 무분별한 폭로와 일방적 주장으로 인해 ‘정인아-이근-김용호’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관계’가 된 것이다.

김용호는 2021년 8월27일 유튜브 채널에 “남들을 괴물이라고 공격하면서 내 안에 또 하나의 괴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폭주하기 전에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쏟은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악행을 이어갔다.
김용호는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사생활 등을 무차별 폭로하고, 끊임없이 가짜뉴스 논란을 불러오며 10여건의 소송에 휘말렸다. 급기야 연예인들의 약점을 잡아 수억원의 돈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인 2023년 10월2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투신해 사망한다.
김용호는 마지막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고, 자기 합리화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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