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납치 성폭행 살인사건
대구광역시 소재 경북대에는 남아무개씨(여·22)가 재학 중이었다.
2013년 5월 24일 저녁 남씨는 중구 삼덕동 인근 클럽 골목의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함께 했던 지인들과 만나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길어졌고, 술기운도 상당히 오른 상태였다. 남씨는 다음날인 25일 새벽 4시쯤 지인들과 함께 호프집에서 나왔다. 남씨는 먼저 택시를 잡아 탔고, 지인들도 그녀가 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남씨는 이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씨의 어머니는 딸이 아침이 돼도 들어오지 않자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지만, 전원이 꺼져있었다. 딸과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들에게 전화해보니 하나같이 “택시에 태워 보냈다”는 말만 했다.
남씨 어머니는 불안했다. 도대체 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렇게 노심초사 딸의 연락만 기다리던 어머니는 “사고를 당했을 수 있다”고 판단해 5월25일 오후 7시쯤 대구 중부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남씨가 실종되기 직전까지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들을 불러 행적을 탐문했다. 하지만 지인들은 “이날 술에 많이 취해있었고, 남씨가 탄 택시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남씨가 택시에 탄 후 실종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이 수색에 나섰고,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11시간 만인 5월26일 오전 10시30분쯤 남씨는 경주 건천읍의 한 저수지에서 낚시꾼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된다. 시신 상태는 처참했다. 하의는 벗겨진 채로 속옷 상의만 입고 있었고, 윗니는 3~4개가 부러진 상태였으며, 얼굴에 심한 타박상이 있었다. 목에는 졸린 흔적이 있었다.
현장에서는 상의는 발견됐지만 하의와 휴대전화, 지갑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의 부검결과 남씨의 직접적인 사인은 물리적 충격에 의한 심장과 폐 등 장기손상으로 나타났다.
성폭행 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도 발견됐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남씨는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심하게 맞았고, 이로 인해 이가 부러졌으며, 나중에 목이 졸려 살해된 것에 무게가 실렸다.
사건 해결의 열쇠는 숨진 남씨가 마지막으로 탄 택시였다. 경찰은 택시를 추적하기 위해 남씨가 탄 곳과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최종 확인된 곳, 고속도로 톨게이트 CCTV를 분석했다.
언론에서도 앞다퉈 택시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보도했다. 그러다 영업용 택시 한 대가 유력하게 떠올랐다. 경찰은 5월31일 오후 8시20분쯤 대구시 달서구 모 아파트의 자택에서 택시기사 이아무개씨(31)를 긴급 체포했다. 그는 숨진 남씨를 태운 택시기사였다.
택시기사만 잡으면 사건이 해결될 줄 알았던 경찰은 당황했다. 이씨는 범행을 완곡하게 부인했고, 그가 해쳤다는 물증도 없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구 중구 삼덕동 삼덕소방서 인근에서 남씨를 태우고 수성구 만촌동 아파트까지 태워줬다”고만 시인했다.
남씨의 시신 상태로 볼 때 범인의 몸이나 손에는 상처나 멍 등이 남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 이씨에게는 그런 상처나 아무런 자국도 없었다. 이씨는 남씨가 실종·살해된 이후에도 평소처럼 택시를 운전하는 등 의심할 만한 정황도 별로 없었다. 전과기록을 조회해보니 깨끗했다.
경찰은 이씨가 몰던 택시의 운행기록계는 물론 택시 안에 남았을지 모를 흔적을 찾기 위해 먼지 하나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이씨에게 범죄 혐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석방했다.
그렇다고 아예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남씨를 태워 가는 도중 웬 남자가 애인이라며 택시를 세워 함께 타 방향을 돌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던 것이다. 경찰은 곧바로 대구시내 한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20대의 새 용의자를 체포했다. 그게 바로 조명훈(26)이다. 피해 여대생이 시신으로 발견된 지 8일 만이다.
경찰은 조명훈이 남씨가 실종된 지 20∼30분 뒤 자신의 주거지 근처인 대구 북구 산격동의 여관에 들어갔다가 빈방이 없어 나오는 장면이 CCTV에 찍힌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물증을 들이대며 추궁하자 조씨는 “남씨를 내가 사는 원룸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사건 당일 클럽에서 술을 마신 뒤 귀가하는 남씨를 뒤따라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조명훈은 남씨가 실종된 5월25일 오전 5시30분쯤 그를 자신이 사는 원룸으로 데려 성폭행 한 뒤 살해했다. 그리고 나서 이날 오후 렌터카를 빌려 경북 경주의 저수지로 이동, 밤에 시신을 유기했다.

조씨는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해 “경주와 아무런 연고가 없으며 무작정 차량 내비게이션을 따라 경주로 향했다”고 진술했다.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조씨는 2011년 2월부터 3개월 동안 저수지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서 서비스업종 일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남씨를 살해한 직후 휴대전화로 자신이 근무한 곳 부근을 검색해 저수지로 이동했던 것이다. 조씨가 시신을 버린 저수지는 신경주역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지만 인적이 드물어 저수지 부근 지리에 대해 알지 못하면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경찰은 “조씨가 이곳 저수지가 인적이 드물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저수지에 시신을 유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씨는 아동 성범죄 관련 전과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1년 1월 울산에서 여자 아이를 성추행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전력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건발생 4개월 전에도 자신의 집에서 또 다른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그해 1월 말 대구시내의 한 술집에서 지인의 소개로 20대 여성을 소개받았다. 조씨는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일행이 잠시 자리를 뜬 틈을 이용해 “일행들이 자신의 집으로 오기로 했다”며 여성을 대구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이후 조씨는 이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도망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피해 여성은 조씨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경찰서로 피해 사실을 제보해왔다.
조씨는 범행 당시 한 달 넘게 사귄 대학생 여자 친구도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그의 여성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그의 미니홈피에는 “내가 10번 찍어 안 넘어간 여자 못 봤고..” 등 여자와 연애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찬 글이 넘쳐났다. 실제로 그는 지인들에게 자신을 여자 전문가라고 자랑하기도 했었다.

조씨는 2녀 1남 중 장남으로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졸업한 뒤 대구에서 혼자 살아왔다. 그는 평범한 외모였다. 170cm, 56kg의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조씨의 일상은 ‘술’과 ‘여자’로 점철돼 있었다.
낮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대구의 한 도시철도역에서 주차관리요원으로 근무했고, 밤이 되면 나이트클럽 등 술집을 전전하며 여성들을 노렸다.
조씨 친구들에 따르면 “평소엔 조용하고 온순한데 술만 먹으면 무섭게 돌변해 여성을 폭행하곤 했다”는 말을 했다. 조씨의 폭력성과 범행의 잔인성, 범행 후의 모습 등을 판단해 범죄 심리학자들은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하고 여자에 대한 강한 혐오심이 있었던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이런 성향은 주로 어렸을 적 어머니로부터 받아야 할 사랑과 애정을 못 받아서 생기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경찰은 조명훈이 잔혹한 흉악범이라는 판단아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흉악범 얼굴 공개 범위를 정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2013년 4월5일 공포된 이후 대구에서의 첫 얼굴 공개 사례다. 강간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대해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1·2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동생이었던 피해자 남씨. 그의 꿈은 경찰관이었다. 주변 지인들은 그녀를 아르바이트도, 공부도 열심히 하는 밝은 여대생으로 기억했다.
그녀를 죽인 잔혹한 살인범 조명훈. 그는 이미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에 공개돼 있는 범죄자였지만 그의 범행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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