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피자집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자살사건
충남 서산에는 여대생 이아무개씨(23)가 살았다.
2012년 8월9일 오전 이씨는 “친구들을 만나고 오겠다”며 아버지의 아반떼 승용차를 끌고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딸이 귀가하지 않자 부모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이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최종 확인된 지점 기지국 일대를 수색했다. 다음날인 8월10일 오후 5시10분쯤 서산시 수석동의 한 야산에서 아반떼 승용차가 발견된다.
그 안에는 이씨가 숨져 있었고, 옆에는 연탄불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씨의 돌연한 자살에 유족과 친구들은 충격 속에서도 의아해 했다. 평소 털털하면서도 시원시원하고 밝은 성격인데다 자살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왜 돌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죽음의 진실이 들어있었다. 경찰이 자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이씨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니 상반신 나체 사진과 유서형식의 메모가 나왔다. A4 4장 분량이나 됐다.
휴대전화 수신 문자함에는 가슴을 자신의 팔로 가리고 얼굴은 수치스러운 듯 옆으로 돌린 모습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찍은 사진으로 판단했다. 이씨의 휴대전화에서는 “너한테 죽을 바에는 나 스스로 죽겠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유서에는 죽음 직전의 공포와 절박함이 묻어난다.
이씨는 “아르바이트하는 피자가게 사장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 협박이 무서워 내키지 않았지만 함께 모텔에 가서 관계를 갖게 됐다. 치욕스럽고, 고통스럽고, 모욕스럽다. 그가 나에게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나를 죽일까봐 너무나 공포스럽다. 그래서 대신 내가 죽는다. 죽어서 진실을 알리겠다. 내가 당한 일을 인터넷에 띄워 알려 달라. 친구들아 도와줘. 경찰 아저씨, 이 사건을 파헤쳐서 그 사람을 사형시켜 주세요…”라고 남겼다.
또 “나는 살기 위해 그를 만나러 나갔다. 치욕을 당한 몸을 모두 소독하고 있다”는 내용에서는 심리적인 압박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유서를 쓰는 과정에서도 협박은 계속됐다. 이씨는 “이 더러운 놈 봐라. 이 순간에도 더러운 카톡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토할 것 같다”고 적었다.
경찰은 이씨의 상반신이 노출된 사진을 보내고, 유서에서 지목한 피자가게 사장 안아무개씨(37)를 체포해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이석민 피자 서산점의 점주였다.
안씨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이 안씨가 찍은 이씨의 나체사진과 함께 “치욕스럽고 고통스럽다. 죽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를 들이밀자 “사랑하는 사이였다. 헤어진 후 만나주질 않아서 사진을 보냈다”고 말을 바꿨다.
사귀는 사이였을 뿐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연이어 드러나는 증거 앞에 안씨는 결국 범행을 실토했다.
피해자인 이씨는 여상을 졸업한 후 2008년 충남의 H대 아동미술학과에 입학했다. 평소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게 꿈일 만큼 아이 돌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씨는 부모에게는 착하고 든든한 딸이었다. 대학 때는 줄곧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었다. 2학년 때는 고모가 운영하는 피아노 학원에서 보조교사로 일했다. 고등학교 때 관악부 활동을 하면서 피아노와 플루트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
2011년 6월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 아버지가 허리디스크로 일을 못하자 휴학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한 어린이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2012년 1월초 어린이집과의 계약기간이 끝나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동네에 있던 이석민피자 서산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6시간 정도를 일하고 60만원 정도를 받았다. 나머지 시간엔 공부를 하거나 장애우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점주 안씨는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하지만 그는 면접 때부터 이씨에게 “술 잘 마시느냐, 예쁘게 생겼다”며 추근댔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사귀고 싶다”고 했으나 이씨가 거절하자 “만나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자살하기 하루 전인 8월8일 오후 9시20분쯤에는 이씨의 집 앞으로 찾아간 후 수차례 협박해 밖으로 불러냈다. 이씨가 협박에 못 이겨 집 밖으로 나오자 벽돌을 깨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결국 위협을 느낀 이씨는 안씨에게 끌려 모텔로 들어갔다.

안씨는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성한 후 이씨를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성관계 사진과 나체 사진을 찍었고, 이중 상반신 사진을 이씨의 휴대전화로 전송했다. 그러면서 “내가 원할 때 만나주지 않으면 공개하겠다”고 재차 협박했다. 다음날인 9일에도 수 십 차례에 걸쳐 협박 문자를 보냈다.
협박을 견디지 못한 이씨는 성폭행을 당한 지 하루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음으로써 협박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또 죽음으로써 안씨를 고발했던 것이다. 안씨는 이씨가 사망한 후 반성은커녕 증거 없애기에 혈안이 됐다.
그는 사촌동생으로부터 이씨 사망소식을 전해 들었다. 실제 이씨가 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촌동생을 시켜 경찰서에 전화해서 사망사실을 확인했다. 이것도 못 믿겠던지 이번에는 장례식장에 사람을 보내 재차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여러 경로로 이씨의 사망사실을 확인하자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지우며 증거를 인멸했다.
이씨의 친구들은 억울하게 죽은 친구의 유지를 받들어 인터넷을 통해 안씨 범행을 폭로했다. 이들은 안씨의 가게에서 이씨와 일한 아르바이트생을 만나 증언을 들었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이씨가 그만두고 나서 안씨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가 협박성 전화를 받고는 울면서 잘못했다고 비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안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사시미 칼’이었고, 프로필 소개에는 위협적인 문구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안씨의 신상을 털어 그의 얼굴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씨는 아픈 가정사가 있었다. 2005년 두 살 터울인 오빠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슬픔을 겪었다. 아래로는 7살 늦둥이 남동생이 있었다. 중장비 기사인 아버지가 학비를 내줬지만 생활력이 강한 이씨는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그러다 악마의 덫에 걸린 것이다.
이씨는 죽으면서 눈도 제대로 못 감고 죽었다. 어머니가 눈을 감겨줬다고 한다. 이씨의 시신은 한줌의 재가 돼 그토록 좋아했던 바다에 뿌려졌다. 이씨의 어머니는 유골 뿌리는 장소에 따라가다 실신해 딸의 마지막 가는 길도 보지 못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씨는 발인식 다음날인 8월 13~15일 친구들과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 이날 입기위해 홈쇼핑에서 옷(검은색 반팔 티셔츠)도 주문했다.
하지만 끝내 입지 못하고 말았다. 8월12일 유족이 발인식을 끝내고 귀가하자 집에는 택배상자가 배달돼 있었다. 이씨가 주문한 옷이었다. 유족들은 이 옷을 끌어안고 다시 한 번 오열하고 말았다.
다음날 오전 이씨 부모는 이석민피자가 입주해 있는 건물로 찾아갔다. 영업이 한창일 때 들어선 부부는 “우리 딸은 죽었는데 너희들은 장사를 하려고 하느냐”며 접시를 계단으로 내던지는 등 분노를 표출했다. 부부가 가게를 찾은 것은 분풀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딸의 장례식을 치른 뒤 경찰에 “이놈 얼굴이나 봐야겠다”며 만나게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구속 상태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러자 피자가게 기물을 부숴 현행범으로 유치장에 들어가서라도 딸을 죽인 범인의 얼굴을 보려했던 것이다.

경찰이 출동하자 부부는 “우리를 구속시켜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딸을 억울하게 잃은 부모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 이제 부부에게는 2남1녀 중 늦둥이 아들만 남았다.
검찰은 안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흉기 등 협박 및 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9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공개 5년을 명령했다. 안씨는 여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2년이 줄어든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공개 5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무슨 이런 판결이 다 있느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며 오열했다. 현재 이 악마는 만기 출소해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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