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죽자 하루 종일 무덤 지키는 반려견
베트남 남부에 자리한 롱안성의 한 시골 마을에는 조금 특별한 단짝이 살았다. 이 집에는 스물두 살의 청년 응우옌 탄 끼엣과 그가 제 자식처럼 아끼며 기르던 반려견 ‘미노’가 있었다.
미노는 첫날 집으로 온 순간부터 끼엣 씨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연신 꼬리를 흔들었다. 끼엣 씨 역시 고된 하루의 끝에는 늘 미노를 품에 안고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이들은 말을 섞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러나 행복은 길지 않았다. 2017년 어느 날, 청년 끼엣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온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가족들은 차마 끼엣 씨를 멀리 보낼 수 없어, 그가 평소에 자주 거닐던 집 앞마당 한구석에 작은 무덤을 만들고 그를 묻었다.

주인의 죽음을 알 리 없는 미노에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매일 자신을 반겨주던 주인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미노는 밥도 먹지 않은 채 집 안팎을 서성이며 주인을 찾아 헤맸다.

뜨거운 시멘트 바닥도 막지 못한 그리움
끼엣의 무덤이 완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은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 미노가 그의 무덤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무덤으로 향한 미노는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처음에 끼엣 씨의 할머니는 동물이 손자의 무덤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할머니는 미노를 달래서 다른 곳으로 옮겨놓기도 하고, 때로는 따끔하게 나무라며 쫓아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미노는 잠시 쫓겨났다가도 가족들이 한눈을 파는 사이 어김없이 다시 무덤 위로 기어 올라갔다. 결국 가족들은 미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그 행동을 묵묵히 지켜보기로 했다.

미노의 행동은 날이 갈수록 가족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미노는 평소 주인이 살아생전 좋아했던 빵이나 과일 같은 음식을 발견하면, 이를 입에 대지도 않고 물어다가 무덤 머리맡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마치 주인에게 먼저 맛보라고 건네는 듯한 몸짓이었다.
베트남 남부의 한낮은 햇볕이 매우 강렬하다. 한여름에는 무덤을 덮은 시멘트 상석이 살을 델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노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만큼 상석이 뜨거워질 때만 잠시 바닥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무덤에서 멀어지지 않고, 바로 옆 나무 그늘에 숨어 무덤을 바라보며 열기가 식기를 기다렸다.
하늘이 내려준 지붕 아래, 끝나지 않은 기다림
이 특별한 사연은 마을 주민들의 입을 통해 이웃 동네로, 다시 온 나라로 번져나갔다. 말 못 하는 짐승이 보여주는 깊은 사랑에 감동한 사람들이 미노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한 언론 매체가 이 사연을 보도하면서 더 큰 기적이 일어났다. 사연을 접한 한 이름 없는 기부자가 미노가 한낮의 뜨거운 햇볕과 갑작스러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돈을 보내온 것이다. 가족들은 이 도움을 받아 끼엣 씨의 무덤 위에 단단한 지붕을 세워주었다.

무덤 위에 작은 그늘이 생기자 미노는 이제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주인의 곁을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계절이 수없이 바뀌는 동안에도 미노의 일과는 한 결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무덤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주인의 숨결을 느끼며 하루를 보내는 삶.
누군가는 미노가 이미 세상을 떠난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어쩌면 미노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곳에서 주인과 함께 숨 쉬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노가 지키고 서 있는 그 작은 무덤 위에는 지금도 보이지 않는 따뜻한 사랑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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