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여월동 여성 살인사건
경기도 부천시 여월동은 마을의 지형이 반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월동 휴먼시아 아파트 단지 근처에는 야산을 깎아서 조성한 근린공원이 있다.
2011년 6월30일 오후 2시쯤 여월동 주민인 박아무개씨(여·75)는 근린공원에 오르다 흙을 밟겠다며 산책로를 벗어나 안쪽으로 들어갔다.
천천히 공원 정상을 향해 걷던 박씨는 8부 능선에 있는 나무숲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마네킹 같기도 하고 죽은 사람의 시신 같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부패가 심해 사람의 시신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찜찜했던 박씨는 다음날 오후 5시20분쯤 며느리 공아무개씨(여·45)를 데리고 시신이 있는 장소로 다시 갔다. 며느리에게 “이게 사람의 시체 아니냐”고 물었고, “어머니, 이거 시체 맞아요”라고 말하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서 보니 시신은 큰 나무 아래 전신이 땅 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이미 시랍화가 진행되고 있어, 마치 밀랍인형처럼 굳어 있었다. 자세는 알몸으로 하늘을 보고 양팔과 다리를 벌리고 누운 상태였다. 얼굴은 짐승에 의해 뜯겨 먹힌 듯 심하게 훼손되고 뼈의 대부분이 드러나 백골화 돼 있었다. 음부에서부터 왼쪽 대퇴부와 종아리의 연부조직까지 소실돼 있었다.
특이한 것은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모두 절단돼 있었다는 것이다. 또 머리카락 뭉치가 머리뼈에서 이탈된 상태로 머리 위에 흩어져 있었다. 사체 위에 나뭇가지들이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볼 때 범인이 최초 유기할 때 나뭇가지를 덮어 시신을 은폐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잘린 손가락과 발가락 부분이 있는지 주위 야산을 수색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사체 주변에서는 변사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그 어떤 유류품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변사자의 신원과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변사자는 40대 여성으로 확인됐다.
키는 158cm 전후이며, 몸무게는 약 33kg에 혈액형은 A형이었다. 신체 특징은 앞 윗니와 아랫니에 각 3개의 보철(브릿지) 시술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오른쪽 엉덩이에는 약 5cm 크기 마름모 형태의 몽고반점이 있었다.
목, 가슴, 배, 옆구리 등에서 특이한 손상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흉기나 둔기로 살해됐다면 그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지만 부검 과정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장기에서도 약물이나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부패가 심해 부검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국과수는 시신의 손가락과 발가락이 절단된 것에 주목했다. 범인이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해 훼손된 것인지는 사건 해결을 위한 중요한 단서였다. 만약 의도적인 훼손이라면 범인은 변사자와 잘 아는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골절된 손가락 뼈와 발가락 뼈를 세심하게 살펴본 결과 부러진 끝단에서 공구(톱, 칼, 망치 등)를 이용해 절단한 흔적이 없었다. 가장자리가 매끈하지 않고 불규칙한 것으로 볼 때 동물의 이빨에 의한 손상으로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국과수는 부패로 인해 명확히 단정하긴 어려우나 변사자에서 관찰되는 손상은 사후 동물이나 곤충에 의해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살해된 후 손상된 부위에 추가적으로 동물이나 곤충에 의해 사후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결국 사체에서 사인을 추정할 만한 근거는 확보하지 못해 ‘사인불명’으로 나왔다.
얼굴이나 손가락 등 피해자의 신원 확인이 가능한 부위는 부패가 너무 심해 더 이상의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사망추정 시점은 시신발견 전까지 최소 2~3개월이 경과된 것으로 추정됐다.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는 무엇보다 변사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누구인지만 알면 범인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경찰도 변사자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모든 수사력을 집중했다.
치과에서 시술을 받은 흔적이 나옴에 따라 치료한 치과 의사를 찾으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술 방법이 다소 특이한 형태와 치료방법이었다는 것에 주목했다. 경찰은 대한치과협회에 검사를 의뢰했으나 신원을 알아내는 것은 실패했다.

부천과 서울, 인천지역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변사자와 동일 인물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또 사건현장 인근의 1개월 통화건수 410만 건의 기지국 자료를 분석했다. 하지만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변사자의 얼굴을 복원해서 몽타주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신 전체를 CT 검사하고 두개골을 3D촬영하여 가상 얼굴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복원된 얼굴을 토대로 수배 전단을 만들어 부천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 공고했다. 이후 경북 영천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변사자가 실종된 자신의 이모 최아무개씨와 동일인 같다는 것이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생김새, 체형, 실종사실, 엉덩이의 검은 반점까지 같았다.
경찰은 여기에 기대를 걸고 DNA 분석을 의뢰했으나 결과는 달리 나왔다. 변사자와 최씨가 동일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수사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시신 또한 ‘신원불명자’로 분류돼 화장 처리했다.
이제 남은 건 ‘몽타주’ 뿐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제보는 부천 오정경찰서(032-670-2175)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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