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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병방동 여성 살인사건



2008년 8월19일은 인천 계양구 병방동에 있는 한 아파트의 재활용 분리수거 날이었다.

주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집에 있던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나와 분리수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한 주민이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려고 아파트 옥외 주차장에 나왔다. 그는 옹벽과 일렬로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 모양을 한 하얀 물체였다.

그는 물건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 상태의 60대 여성이 참혹한 모습으로 숨져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은 즉시 재활용 분리수거장에 있던 경비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현장을 확인한 경비원은 “00아파트 주차장에 여자의 시신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인천 계양경찰서 형사대가 사건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현장 감식에 들어갔다.

시신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알몸 상태인데다 얼굴은 폭행당해 시퍼런 멍이 들어 있고, 심하게 부어 있는 상태였다. 더욱이 성기에는 막대기가 꽂혀 있는 엽기적인 모습이었다. 아스팔트 바닥에는 시신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시뻘건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조회에 들어갔다. 그녀는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에서 50m쯤 되는 곳의 3층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A씨(63)였다. A씨는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남편과 함께 3층에 살았다. 1~2층과 지하는 전‧월세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이 다세대 주택에는 큰 대추나무가 있어 인근 주민들에게는 ‘대추나무 집’으로 불렸다. 아울러 주인인 A씨는 ‘대추나무집 할머니’로 통했다. 주민들은 A씨에 대해 평소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친구들과 자주 놀러 다니는 등 ‘대추나무집 멋쟁이 할머니’로 기억했다.

이런 그녀가 왜 집 근처의 아파트에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일까.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계양경찰서는 관내 임학파출소에 형사 8개팀으로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경찰은 A씨의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아울러 현장 인근 수색에 나서 A씨의 소지품 등을 찾기 시작했다.

A씨의 사망원인은 ‘경부압박질식사(목졸림)’으로 나왔다. 경찰은 범인이 A씨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얼굴을 무차별 폭행했고, 목을 졸라 살해한 다음 성기에 막대기를 꽂은 것으로 추정했다.

A씨의 소지품 일부도 발견됐다. A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5층짜리 4동으로 구성된 아파트였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곳에서 약 20~30m 떨어진 곳에는 이 아파트의 후문 경비초소가 있다.

아파트에는 옹벽이 둘러쳐 있었는데, 그 위에는 화단이 조성돼 있었다. 이곳에서 A씨가 갖고 있던 화장품과 양산이 발견됐다. 또 다른 곳에서는 현금 등이 들어있던 가방과 소지품을 불태운 흔적이 있었다. 범인이 완전범죄를 노리고 증거물을 인멸하려고 했던 정황이다.

A씨의 마지막 행적도 드러났다. 그녀는 사건 전날인 8월18일 오전 친구의 생일 축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부천에 갔다. 모임을 마친 A씨는 당일 저녁 수도권 전철 1호선인 부천역에서 혼자 전철을 타고 인천도시철도 1호선인 임학역에서 내렸다.

A씨의 모습은 이날 밤 10시56분쯤 계양구 병방시장 주변의 한 빌라 앞에 설치된 CCTV에 포착됐다. 이게 A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당시 A씨 외에 다른 사람이 지나는 모습은 없었다.

A씨를 비롯한 아파트 근처 주민들은 지하철을 타러 가거나 집으로 갈 때는 단지 바깥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파트를 가로 질러 이동했다고 한다. 그만큼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었다.

이걸 근거로 보면 A씨는 18일 오후 11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인 19일 오전 5시 사이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경찰은 동종 전과자, 지역의 마약 상습 투약자 등을 용의선상에 두고 용의자를 압축해 나갔다. 한편으로는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에 대한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범행이 엽기적인 것을 감안해 마약 상습투약자들을 상대로도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아파트와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도 병행했다. 그리고 사건 당일 밤 수상한 남성이 있었다는 유력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건 당일 현장을 지나던 목격자에 따르면 18일 밤 11시40분쯤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아파트 주변을 배회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신원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몽타주도 만들어 ‘강도 살인 용의자’로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키는 167cm 정도이며, 왜소한 체격에 곱슬머리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다. 얼굴에는 여드름 자국이 있는 곰보형이며, 피부는 까무잡잡한 편이다. 당시 남성의 복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상의는 겨자색(밝은 황갈색) 남방을 입고 있었고, 하의는 검정계통의 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기에다 오래된 검정색 가방을 메고 있었다는 것이다. 유력 용의자가 확보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띄었으나 그 때 뿐이었다.

이제 경찰이 확보한 지문과 이 남성이 일치하면 범인을 특정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문은 형태가 불명확해 ‘감정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이 남성과 관련한 제보도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40대의 중국 동포다. 그는 사건 이후 중국으로 입국했으며 현재는 소재파악이 안 된다. 다만, 이 남성이 범인이라는 증거만 확보되면 인터폴을 통해 검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제보는 인천지방경찰청 미제사건팀(032-455-2855)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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