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 작전동 ‘이발소 여주인’ 살인사건
인천광역시 작전동은 계양구의 남쪽 중앙에 위치한 법정동(법률로 지정된 일정한 명칭과 영역을 지닌 구역)이다.
경인고속도로를 경계로 남쪽으로 부평구와 인접해 있다. 예부터 마을에 큰 우물이 있어 까치우물·까치말·작정(鵲井)이라고도 불렀다.
부평구와 계양구를 연결하는 왕복 6차선 계양대로에는 ‘미진상가’가 있었다. 상가는 A와 B동이 있었는데, B동은 지하1층 지상 4층 건물이었다. 지하1층과 옥외에는 긴 회전등 2개가 밤낮없이 돌아가며 손님들의 발길을 끌었다. 보통 회전등 1개는 정상이발소, 2개는 유사성행위 등을 하는 퇴폐 이발소로 구분된다.
상가 사람들은 이발소의 여주인 A씨(43)에 대해 “키가 작고 예쁘장하게 생긴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상가는 큰 대로변에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다.
A씨는 2002년 10월쯤 다른 사람이 하던 이발소를 인수해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내고 영업을 시작했다. 하루 평균 손님은 3~4명 정도. A씨의 여동생 B씨도 손님들의 면도를 해주는 ‘면도사’로 일했다.
2003년 10월17일 오전 7시50분쯤 B씨는 언니 A씨의 전화를 받았다.
“오후 2시쯤 이발소에 나와서 가게 좀 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B씨는 오후 1시30분쯤 이발소에 나왔다. 지하1층으로 내려와서 가게 문을 열었는데, 실내가 조용했다. “언니”하고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B씨는 이발소 안을 두리번거리며 살폈고, 바닥을 내려다보고는 질겁했다. 언니 A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B씨는 황급히 “언니” “언니” 부르며 A씨를 흔들어 봤지만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 B씨는 오열하면서 1층으로 올라와 “우리 언니가 피를 흘린 채 죽어 있다”며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웃 상가 사람들이 112에 신고했고, 관할 계양경찰서 형사대가 사건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을 통제하고 정밀 감식에 나섰다. A씨는 발견 당시 업소용 가운을 입은 상태였고, 목 왼쪽 아랫부분을 예리한 흉기로 한 차례 찔렸다. 성폭행을 당하거나 저항한 흔적은 없었다.
이발소 안에 있던 현금 등 금품도 그대로 있었다. 범인의 흔적도 남아 있는 게 없었다. 지문과 신발자국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도 찾지 못했다.
A씨의 상처는 목에 난 단 한 곳 밖에 없었다. 보통 목을 흉기로 찔릴 경우 피가 뿜어져 나오면서 많은 양의 혈액이 밖으로 분출된다. 이로 인해 바닥이나 주변에는 혈흔이 낭자하고 범인의 옷에도 피가 튀었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이발소 안에 흘린 혈흔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경찰은 범인이 A씨를 살해한 후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물로 씻었다고 판단해 이발소 세면대에서 혈흔반응을 검사해봤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사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였다. 시신의 경직 상태로 봐서 사망추정시간은 16일 밤부터 17일 오전 사이로 추정됐다.
시간을 좀 더 좁혀보면 A씨와 B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오전 7시50분 부터 정오까지로 볼 수 있다. 이 사이에 범인은 A씨를 살해하고 유유히 사라진 것이다.
계양경찰서는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완전 맨 바닥에 헤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범인의 흔적, 증거가 없었다. 이발소 안과 상가건물에는 CCTV가 없어 사건발생 전후에 누가 이발소를 드나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더욱이 사람의 왕래가 많은 대로변의 상가였는데도 목격자가 한 명도 없었다.
범행 동기가 원한 관계인지 아니면 강도인지도 구분이 안 됐다. 다만, A씨의 목에 난 상처의 각도 등으로 볼 때 범인은 2~3명 정도로 추정됐다. 한 명이 A씨의 뒤쪽에서 양팔을 잡았고, 또 다른 한 명이 앞쪽에서 예리한 흉기로 찌른 것으로 판단됐다. 경찰은 A씨가 청부 살해 등 전문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우선 이발소 손님들부터 파악했다. 이발소에 자주 드나들었던 단골손님을 탐문해 조사를 벌였다. 이들의 사건 당일 알리바이부터 일일이 확인했으나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
건물 4층에는 인력사무소가 있어 사람들이 자주 출입했다. 경찰은 인력사무소를 드나들던 건설 인부 중에서 의심가는 사람이 없는 지도 살폈다. 또 인근 지역 우범자, 동종 전과자 등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조사를 벌였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확실했다.
이번에는 A씨의 주변 인물들로 범위를 확대했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여동생 B씨에 대해서도 이상한 점이 없었는지 면밀하게 살폈으나 의심할 만한 것이 없었다. 경찰은 A씨의 남편에 대해서는 집중 조사를 벌였다. A씨와 남편은 법적으로는 혼인상태였으나 별거중인 상태로 남남이나 다름없었다. A씨는 부평에서, 남편은 지방에서 따로 거주하고 있었다.
더욱이 A씨의 남편은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지고 있었다. 여기에다 A씨가 사망할 경우 상속 1순위로 단독주택 등 3억 원이 넘는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경찰은 A씨의 남편이 빚에 쪼들리자 아내를 죽이고 유산을 상속받아 빚을 갚으려고 한 것은 아닌지 짙게 의심했다.
그러나 남편의 알리바이가 확실해지면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경찰이 상가 건물 상인들과 주변인물 들을 탐문해 본 결과 A씨가 누구에게 원한을 살 만한 것도 없었다. 결국 범인에 대한 윤곽도, 범행 동기도 파악하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지금까지 13년째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있다. 아울러 죽임을 당한 A씨와 유족들의 억울함도 풀지 못했다.
사건 이후 미진상가에서는 괴담이 끊이질 않았다. 지하1층은 살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라고 소문이 퍼져 임대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할 수 없이 한동안 비어있었다. 그 후 호프집이 들어왔으나 2개월도 안 돼 문을 닫았다고 한다.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며 종업원들이 불안에 떨어다는 것이다. 인근 상가 사람들은 A씨의 원혼이 이발소가 있던 자리를 떠돌고 있다고 봤다. 이 사건과 관련한 제보는 인천지방경찰청 강력계 미제사건팀(032-455-2854)로 하면 된다.

범인이 남긴 단서들
1.마지막 손님이 범인일 수 있다.
퇴폐 이발소의 경우 보통 24시간 영업한다. 낮 보다는 밤이나 새벽에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종업원이 몇 명이냐에 따라 시간대는 다를 수가 있다. 24시간 영업하지 않더라도 밤 장사는 거르지 않는다. 늦은 밤이나 새벽 손님의 경우에는 이발소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이런 경우 오전 7~8시까지는 이발소에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건물 4층에 인력사무소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발소에서 잔 손님은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다. 마지막 손님이 A씨와 요금이나 퇴소하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우발적으로 살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범인은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이발소에 들어왔을 것이다.
범행이 오전 8시~9시 사이에 벌어졌고, 범인이 바깥의 동태를 살피다 몰래 빠져나갔다면 목격자를 찾기가 힘들다. 이 시간대는 직장인의 경우 출근하는데 바쁘고,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가가 많거나, 문을 열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가가 대로변에 있어 범인이 출근하거나 지나다니는 인파속에 슬쩍 들어가면 이발소에서 나왔는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2.’경우의 수’에 집착하지 말자.
경찰관들은 자기 생각과 판단에 몰입할 때가 많다. 자신만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그것에 집착하면서 정작 중요한 단서를 놓치기 일쑤다. 이 사건에서도 몇 가지 선입견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 중 4가지를 꼽아보면 ①’면식범일 것이다’ ②’2~3명일 것이다’ ③’청부를 받은 전문 킬러일 것이다’ ④’계획적이다’ 등이다. 이것에 너무 집착하면 변수를 놓칠 수가 있다.
이 사건의 현장은 ‘퇴폐 이발소’라는 특수성이 있다. 24시간 영업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들어오고, 또 밤이나 새벽에 들어왔다가 나간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돈만 내면 들어와서 쉬었다가(때론 잠자다가) 나갈 수가 있다. 뜨내기가 손님으로 들어왔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A씨가 눈에 띄는 원한관계가 없거나 이발소에서 없어진 물건이 없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3.칼을 잘 쓰는 냉혹한 성격이다.
범인은 단 한 번에 A씨의 목을 찔러 살해했다. 이것으로 봐서 칼을 잘 쓰거나 여러 번 써 본 경험이 있을 듯하다. 흉기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범인이 평소 휴대하고 다니는 것인지 아니면 이발소에 있던 것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범인은 차분하면서도 냉혹한 성격으로 보인다.
경찰은 흉기에 찔린 각도 등으로 봐서 2~3명일 것으로 봤으나 꼭 그렇다고도 볼 수 없다. 만약 범인이 누군가의 청부를 받았다면 40대 여성 한 명을 죽이기 위해 대낮에 2명씩이나 지하 이발소로 들어와서 범행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범인이 2~3명이라면 이렇게 추리해 볼 수도 있다. 손님으로 들어온 일행이 A씨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한 명이 A씨를 붙잡고 다른 한 명이 흉기로 살해했다는 보는 것이다. 범인이 한 명일 경우에도 흉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각도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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