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부부 1호’ 최양락-팽현숙을 이어준 의외의 인물들
최양락(1962년생)은 1981년 제1회 MBC 개그 콘테스트 대상을 받으며 개그맨으로 데뷔한다.
이후 대부분의 활동은 KBS에서 했으며 <쇼 비디오 쟈키>나 <유머 1번지> 등 개그 프로그램에서 촐랑거리고 깐죽대는 캐릭터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팽현숙(1965년생)은 21살 때인 1985년 어느 날 연예인이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KBS 방송국을 찾아갔다. 로비에 앉아서 있다가 운명처럼 최양락과 만난다.
당시 최양락은 ‘유머1번지’ 녹화를 끝내고 KBS 별관을 지나는데 전유성이 “미국 코미디 프로를 보면 여자들이 진짜 예뻐. 코미디 프로에는 예쁜 역할도 필요한거야”라면서 로비에 앉아 있는 팽현숙을 보고 “쟤 예쁘다. 가서 개그맨 시험 보라고 해”라고 시켰다.
여자와 대화하는 걸 쑥쓰러워했던 최양락은 선배인 전유성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고 팽현숙에게 다가갔다.
그는 팽현숙에게 ‘웃기는 걸 연습할 수 있게 해주겠다. 키워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개그맨 시험을 권유했다.
이에 팽현숙은 “저는 남을 웃길 줄 몰라요”라며 거절했지만, 자신에게 일주일만 배우면 코미디언이 될 수 있다는 최양락의 끈질긴 설득 끝에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이후 일주일 동안 근처 카페에서 개그를 가르쳤다. 최양락의 가르침을 받은 팽현숙은 같은 해에 열린 제3회 KBS 개그 콘테스트에 응시해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개그우먼으로 데뷔한다.
얼마 후 팽현숙이 할 말이 있다며 최양락을 찾아왔다. 팽현숙은 “한 번은 밀어줘야 하지 않냐”며 “스타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책임져라”는 식으로 말했다.
마침 최양락은 연인 코너를 기획 중이었는데, 곧바로 담당 PD한테 팽현숙을 투입하자고 전했다. PD는 팽현숙 캐릭터에 의문을 가졌지만, 최양락은 “김미화, 이경애는 처음부터 연기를 잘했냐. 시키면 된다”고 적극 어필했다.

그렇게 ‘남 그리고 여’ 코너가 탄생했고, 최양락과 팽현숙은 커플로 호흡을 맞췄으며, “나는 봉이야” 등 당시 엄청난 유행어를 남겼다. 이 여세를 몰아 최양락은 개그맨 1위, 팽현숙은 개그우먼 1위, 결혼 신붓감 1위가 되기도 했다.

처음 최양락은 팽현숙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없었다. 다른 여자도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최양락의 아버지가 “너랑 같이 하는 애 걔 괜찮다. 내일 방송국 가서 자세히 봐”라고 했고, 이후 최양락은 이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때부터 팽현숙을 쭉 지켜보게 됐고 여자로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후 최양락은 팽현숙에게 “너를 여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아버지 말씀대로 쭉 지켜봤다 너도 잘 생각을 해봐라”라고 고백했다
팽현숙은 ‘좋다’ ‘싫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프랑스로 해외 촬영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면서 당시 고가인 90만 원짜리 가죽 잠바를 최양락 선물로 사 왔다. 최양락은 선물을 보고 자신의 고백을 받아준 거라 생각했다.
팽현숙에게 사랑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가수 전영록이다. 같이 해외 촬영을 갔던 전영록은 비행기 안에서 “현숙아, 내가 최양락은 좋은 사람이야. 걔 괜찮은 놈이야”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팽현숙 주위 사람들은 최양락을 ‘남편감’으로는 좋지 않게 봤다. 팽현숙도 최양락이 평소 술을 좋아하는데다가 경제관념이 없다는 것 때문에 탐탁치 않게 여겼던 것이다.

그러다 최양락이 회의 때마다 2,30개씩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보고 그 열정에 감동한다.
팽현숙은 “다른 코미디언들은 매주 한두 개씩 아이디어를 내는데 최양락은 늘 007가방을 들고 나타나서 20, 30, 40개까지 아이디어를 내더라. ‘저 사람 큰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해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최양락은 팽현숙에게 결혼하면 경제권도 주고 술도 끊겠다고 약속했다.
얼마 후 한 스포츠신문에 두 사람의 열애설이 터지자 최양락은 팽현숙의 부모님을 찾아간다. 최양락은 눈물을 보이며 결혼만 시켜주면 경제권도 주고 술도 끊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진심어린 모습에 결국 마음이 움직인 팽현숙은 최양락을 받아들인다. 두 사람은 1988년 결혼에 골인해 개그맨 부부 1호가 됐다. 이들은 슬하에 1남1녀를 낳았다.
결혼 후 최양락은 약속대로 팽현숙에게 경제권은 줬지만 술은 끊지 못했다. 팽현숙도 남편이 선후배와 술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짰기 때문에 잔소리도 할 수 없었다.

부부는 JTBC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에 출연해 30년 넘게 돈 관리는 팽현숙이 하고 있고, 최양락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부분은 술값과 안줏값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들 부부는 2011년 SBS 연예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2018년엔 KBS 연예대상에서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가끔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