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왕 출신’ 연쇄살인마 최신종이 노린 여성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원룸에는 A씨(여·34)가 혼자 살고 있었다.
2020년 4월 중순 A씨의 오빠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어찌된 일인지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었다. 연속 4일째 연락이 두절되자 A씨 오빠는 4월17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강력사건으로 보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A씨의 거주지에는 아무도 없었다. 통화 내역 분석 결과 그녀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은 후배 남편인 최신종(31)이었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4월14일 오후 10시40분쯤 효자동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머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모자와 마스크를 쓴 A씨가 승용차에 탄 후 내리려다 다시 차량 안으로 끌려갔고 몇 분 뒤 차는 유유히 사라졌다.
경찰은 승용차 운전자가 최신종인 것을 확인하고 4월19일 저녁 전주의 한 한방병원 주차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그의 승용차에서는 혈흔과 제3자 여성의 머리카락이 발견됐다.
최씨가 체포된 뒤 그의 아내가 경찰에 찾아와 “남편에게 받은 것”이라며 금팔찌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숨진 A씨가 손목에 차고 있던 것이다. 최씨 아내는 경찰에서 “남편이 선물이라고 주기에 출처를 물었더니 ‘중고로 샀다’며 둘러댔다”고 진술했다.
최씨의 아내와 A씨는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데다 사건 발생 전까지도 한동네에 산 가까운 사이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3개월 전 갑자기 사이가 벌어졌다. 이 금팔찌는 과거 최씨의 아내와 A씨 등 몇몇이 우정의 의미로 함께 맞춘 것이었다.
최씨의 금융계좌에서는 A씨 계좌에서 이체한 48만원이 발견됐다.
그러나 최씨는 경찰에서 “차에 잠깐 타서 이야기 한 것뿐”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범행을 부인했다.
A씨의 시신이 실종 9일 만인 4월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용포리 천변에서 발견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A씨의 사망원인은 경부압박질식사(목졸림)였고,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최씨는 이전의 태도를 바꿔 살인, 사체유기, 금품갈취, 성폭행 등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사건 당일 A씨를 승용차에 태운 후 4월15일 0시쯤 완주군 이서면 한 굴다리 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
이어 A씨의 지문을 이용해 모바일 뱅킹으로 48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이 돈은 무직이었던 A씨의 전 재산이었다. 최씨는 또 A씨가 사촌 언니와 함께 든 적금 4만9000원까지 빼갔다. A씨는 생전 사촌언니와 매일 1000원씩 붓는 ‘그룹 적금’에 가입했었다.
최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A씨 손목에 차고 있던 금팔찌를 빼앗아 아내에게 선물로 줬다.
A씨의 시신은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이튿날 오후 6시30분쯤 임실군 관촌면과 진안군 성수면 사이에 있는 천변에 유기했다. 최씨의 스마트폰에서는 범행 전후 ‘살인 공소시기’와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검색한 내용이 나왔다.
최신종의 살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씨가 검찰에 송치된 지 하루 뒤인 4월29일 부산진경찰서에는 B씨(여·29)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B씨 아버지는 “외동딸이 4월15일 집을 나간 뒤 며칠째 연락이 안 된다”고 걱정했다.
부산진경찰서는 B씨가 부산 집에서 나와 누군가의 승용차를 타고 전라도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4월18일 전주에 있었던 정황을 파악했다.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곳도 이 지역이다.
이에 따라 부산진경찰서는 전주 완산경찰서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B씨가 4월18일 늦은 밤과 19일 이른 새벽 사이 전주 한옥마을 근처 문 닫은 주유소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성이 운전하는 승용차에 탄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당시 두 사람이 차 안에서 옥신각신하고, 옆에 탄 남성이 B씨의 목을 조르는 듯한 모습이 찍힌 CCTV 영상도 확보했다.
승용차가 주유소를 빠져 나갈 때 B씨의 한쪽 팔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축 늘어져 있다가 1시간 뒤 완주에서 전주로 돌아올 때는 차 안에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그 사이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국과수 감식 결과 최씨의 차 안에서 발견된 여성의 머리카락이 B씨의 DNA와 일치하면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CCTV에 찍힌 차량도 최씨가 타고 다니며 범행에 이용한 장모 소유의 혼다 승용차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때부터 최씨의 연쇄살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다 B씨의 시신이 5월12일 오후 3시쯤 완주군 상관면 죽림온천 부근의 한 과수원에서 하의가 벗겨진 채로 발견된다. 이곳은 A씨가 사체로 발견된 곳과 승용차로 불과 20분 거리에 있었다.
경찰이 B씨 몸을 확인한 결과 “딸의 팔뚝에 본인 생년월일이 크게 새겨진 문신이 있고, 명치와 옆구리까지 수술 자국이 있다”는 B씨 아버지 진술과 일치했다.
잇따라 드러난 증거 앞에서 최씨는 “모두 내가 죽였다”며 연쇄살인을 시인했다.
최씨는 범행 동기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경찰은 돈을 노린 범행으로 판단했다. 최씨는 전주에서 퀵서비스를 운영하며 인터넷 도박에 빠져 수 천 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도 최신종을 기소하면서 도박을 통한 자산 탕진을 범행동기로 지목했다.
하지만 두 여성을 살해하고 최씨가 챙긴 금액은 현금 53만원 정도다. A씨에게서 빼앗은 300만원 상당의 금팔찌는 현금화하는 대신 아내에게 선물했다. 돈을 노리고 연쇄살인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반면 최씨의 범죄 전력을 보면 ‘성폭력’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씨는 2012년 공익근무요원 시절 여자친구가 이별을 요구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위협하고 차에 태워 6시간 동안 끌고 다니며 감금‧폭행하고 성폭행까지 했다.
그는 협박과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잔혹한 범행이었지만 당시 재판부는 “최씨가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감형사유 중 하나는 최신종이 쓴 반성문이었다. 최신종은 피해자와 합의하고 재판부에 다섯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또 “최씨의 나이가 많지 않고 교정 가능성이 있다”며 성범죄자 신상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2015년에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김제 한 마트에서 2천100만원을 훔친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에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앞서 면한 형기까지 추가돼 수년간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았다. 이처럼 최씨의 범죄는 ‘성폭력’과 ‘돈’으로 연결돼 있다.
최씨는 또 랜덤채팅앱(불특정 인물과 무작위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불특정 여성들을 만나왔다. 부산 여성인 B씨의 경우도 이런 방식을 통해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최신종은 강도, 강간, 살인, 시신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돌연 재판정에서 “피해자와 내연관계”라고 주장하며 성폭행 혐의는 발뺌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최신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울러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 신상정보 10년간 공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에 긴급체포 된 이후 첫 번째로 살해된 피해자와 관계를 진술하지는 않는 등 범행 일체를 부인했었다”며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자 피고인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살인과 시신 유기를 비롯해 금품 갈취, 성폭행 등의 구체적 방법 등에 대해 진술했다. 이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진술이어서 모순점을 찾기 어렵고 신빙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강간 부분에 대해 “피해자의 신체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됐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내연 관계라고 하지만 2020년 9월 이후로 연락이 잦지 않았고 성관계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여서 살인 범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피해자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기 위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충격과 슬픔은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최신종은 여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도 원심을 유지했다. 유족들이 선고 직후 최씨를 향해 ‘살인자’라고 소리치며 다가가자 최씨는 유족을 쳐다본 뒤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최씨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최신종은 누구인가
최신종은 한때 ‘씨름왕’으로 이름을 날린 모래판의 유망주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씨름부에서 활동했고, 2002년 소년체전 등 전국대회에 출전해 3개 체급을 석권했다.
최씨는 이를 바탕으로 그해 전북체육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최우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전국단위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날렸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갑자기 선수 생활을 접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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