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여승무원 살인범 민병일’ 검찰청 탈주사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사는 최아무개씨(여‧27)는 항공사 승무원이었다.

그녀는 2005년 3월15일 오후, 서현동에서 친구 10여명과 만나 저녁을 먹은 후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다음날 새벽 1시10분쯤, 최씨는 집에 가기 위해 택시에 탄 뒤 실종됐다.

하루가 지나도록 딸이 귀가하지 않자 어머니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최씨의 금융거래내역 확인에 나섰다. 그랬더니 실종 당일 오전 6시40분쯤 중원구 S전문대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최씨의 신용카드로 101만원이 인출된 기록이 있었다.

이어 17일 안산역과 중앙역 등 안산지역 전철역 현금인출기에서도 404만원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최씨가 강도를 당한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3월17일 오후 7시쯤 안산시 고잔동의 한 은행지점 현금인출기에서 최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90만원이 인출되면서 용의자의 꼬리가 잡혔다.

폐쇄회로(CC)TV에 한 남성이 감색 운동복 차림에 벙거지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쓰고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실종 5일 만인 3월21일 오전 10시15분쯤, 중원구 갈현동 3번 국도변 도로 옆 플라스틱 제설함에서 최씨의 사체가 환경미화원에 의해 발견됐다. 실종 당시 입고 있었던 검정색 카디건과 청바지 차림에 금목걸이도 그대로 차고 있었다.

목 주변에 졸린 것으로 추정되는 멍 자국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최씨가 살해된 것으로 확인되자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한 남자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아울러 현상금 500만원을 걸고 전국에 공개수배했다.

경찰은 강도 전과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던 중 전과 9범이자 택시기사인 민병일(38)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28일 오후 4시10분쯤 경찰은 서현역 인근에서 민씨의 택시에 승차한 뒤 그를 긴급체포했다.

민씨가 몰던 택시 조수석 의자와 바닥 사이에는 최씨의 왼쪽 구두가 끼어있었고, 운전석 옆에서 범행에 사용된 운동화 끈도 발견했다. 민씨 택시의 운행기록장치가 일부 조작된 사실도 밝혀졌다.

민씨는 경찰의 추궁에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증거들을 들이밀자 범행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조사 결과, 그는 사건 당일 최씨를 택시에 태우고 가던 중 그녀가 잠이 들자 범죄 욕구가 발동했다.

민씨는 탄천변 인근 도로에 택시를 세운 뒤 핸드백에서 신용카드를 빼냈다. 이어 경기도 광주로 이동한 후 개천 옆에 택시를 세우고 최씨를 깨워 “죽이겠다”고 협박해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목을 졸랐다. 최씨가 살아 움직이자 재차 운동화 끈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민씨는 방향을 다시 성남쪽으로 돌려 오전 5시10분쯤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 부근 국도 옆 모래 제설함에 최씨의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에게서 강탈한 신용카드로 5일 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현금 717만원도 인출했다.

민씨는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해 5월2일 오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민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성남지청 3층 교도관실에서 대기했다. 오후 3시쯤, 교도관 3명이 민씨와 다른 피고인 4명을 호송차에 태우기 위해 청사를 나섰다.

이때 민씨가 교도관 한 명의 눈을 때려 넘어뜨린 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수갑에 묶인 채 갈색 죄수복에 맨발인 상태로 2m 남짓 검찰청 담장을 뛰어넘어 성남세무서 방향으로 도주했다. 그대로 주택가로 들어간 민씨는 한 가정집 2층 베란다에 걸려있던 파란색 운동복과 흰색 운동화를 훔쳐 착용했다.

손에 찬 수갑 때문에 운봉복 상의는 대충 걸치기만 했다.

성남 지리에 밝았던 그는 골목길을 이용해 신흥동 H약국 앞 공중전화에 도착, 이혼한 전 부인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다시 오후 4시5분쯤, 중동 K약국 앞 공중전화에서 중학교 동창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30분 뒤 친구 유아무개씨를 만나 자수를 권유받았지만 “그럴 맘이 없다”고 했다.

민씨는 오후 6시쯤 상대원3동 공영주차장 주변 소공원에서 쇠톱을 주워 4시간동안 수갑을 잘라 오후 10시쯤 수갑을 푼 뒤 산택로에 파묻었다. 이어 자신을 면회왔던 친구 김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어 “옷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3일 오전 1시30분쯤 민씨는 김씨를 만나기 위해 수전1동 김씨 집 근처로 이동했다. 이때 김씨 대신 약속 장소에서 잠복중이던 분당경찰서 최희주 경사는 그와 마주치는 순간 달려들어 팔로 민씨의 목을 감고 제압했다.

최 경사는 민씨가 도망을 못가도록 선술집으로 밀고 들어간 후 시민들의 도움을 받고 검거에 성공했다. 이로써 흉악범 민병일의 탈주극은 11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는 탈주 동기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겁도 나고 삶의 의욕을 잃어 우발적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도주 후 계획에 대해서는 “어디로 가겠다는 계획은 없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뒤 자수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민병일을 검거한 최 경사는 경위로 1계급 특진했다.

그는 같은해 6월에 경사로 진급한 후 5개월 3일 만에 경위로 진급함으로써 경찰 내 초고속 승진기록을 세웠다. 이는 경찰 창설이래 가장 짧은 기간의 승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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