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사건

집 앞에서 놀다 사라진 ‘정지영양 실종사건’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던 이순임씨 가족은 1980년 3월 외가가 있는 서울 중구 신당동으로 이사했다.

이씨는 작은 구멍가게를 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남편,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 한순간에 가족의 행복이 무너졌다.

서울에 이사온 지 15일 만인 3월30일 큰 딸인 정지영양(4)이 실종됐다.

이날 정양은 집 앞에 놀고 있었고, 이씨는 아침식사를 차린 뒤 딸을 찾으러 갔다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이씨 부부는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이의 모습은 없었다. 부부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딸을 찾아나섰다.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고 서울시내 보육원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어디에도 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때에 한 무속인이 접근해왔다. 부적을 쓰고 굿을 하면 딸을 찾을 수 있다고 현혹했다. 부모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큰돈을 건네 부적을 쓰고 심지어 배를 타고 바다에까지 나가 굿을 했지만 돈만 날렸다.

이씨 부부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했던 무속인에게 속은 것이다.

이후에도 간간히 제보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헛걸음만 했다. 그렇게 세월은 하염없이 흘렀다. 그사이 이씨는 몸과 마음이 깊게 병들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딸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지영양은 또래 아이들 보다 키와 체격이 큰 편이었다. 또 양쪽 새끼 손가락이 굽었고, 왼쪽 눈썹과 눈 사이에 4바늘 꿰맨 자국이 있다. 넙적 다리에는 검은점이 있다.

제보는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02-963-1256)이나 112, 또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182)로 하면 된다.

범인이 남긴 단서들

1.아이는 납치・유괴됐다.
실종 당시는 일요일 오전이었다. 만약 아이가 길을 잃고 헤맸다면 본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목격자는 나오지 않았다. 또 아이는 부모 이름과 집 주소, 전화번호까지 외우고 있었다. 길을 잃었다면 누군가의 도움으로 부모에게 연락이 올 수 있었다. 경찰이나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었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디서도 지영양을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은 없었다. 때문에 부모는 낯선 사람이 아이를 데려갔다고 믿고 있다.

2.범인에게서 몸값 요구 없었다.
범인들은 부모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전화번호를 묻거나 전단지에도 연락처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연락이 가능했다. 범인들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3.어디에 있을까.
현재 아이의 생사는 쉽게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어딘가에 살아 있어서 부모와 꼭 만나기를 기원할 뿐이다. 지영양의 부모도 언젠가 딸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과 애타는 그리움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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