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사연

경찰관에게 ‘콩팥 떼어 준’ 소매치기 전과 11범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에 살던 이무진씨(사진 왼쪽)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1949년생인 그는 13세에 소매치기 조직에 납치된 후 가족과 생이별 했다. 이때부터 남의 주머니를 터는 ‘소매치기 인생’을 살며 20여년 간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1970년대 중반 시내버스 안에서 한 여성의 지갑을 날치기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헤어진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기막힌 상봉의 주인공이다.

1990년 공주교도소를 출감한 그는 전과 11범이 돼서야 범죄세계와 인연을 끊었다. 이씨는 목수로 새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다음해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의 손을 잡고 “부디 과거의 잘못을 씻고 새 삶을 찾아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어머니의 유언이 계속 귓전을 맴돌았다.

그는 ‘가진 것 없는 나로선 성한 몸뚱이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장기기증을 결심한다. 1992년 11월 이씨는 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아가 신장(콩팥)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년 전 그의 동거녀가 신부전증으로 사망한 안타까움도 작용했다.

이씨는 장기기증본부 측의 소개로 한양대병원 강종명 교수를 만났다. 병원 측은 이씨와 장기 신부전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마포경찰서 소속 이종원 경장(52)과 항체교차반응 검사를 실시했다.


강 교수는 두 사람을 불러 검사결과는 알려줬는데 “형제보다 조직 적합성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무진씨는 이때 이 경장과 처음 대면했다.

이씨는 처음 장기기증 수혜자가 경찰관이라는 말을 듣고는 내심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경찰에 쫓기던 악몽이 떠올랐다. 특히 자신의 전과 11건 중 4건이 경찰의 건수 올리기 때문에 조작된 것이라는 피해의식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마음을 바꿨다. 이 경장이 11년째 매주 세 번 병원을 찾아 혈액투석을 받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 흔들렸다.

1965년 경찰에 입문한 이 경장은 82년 6월 과로로 쓰러졌다가 월 70만원의 치료비를 대지 못해 대학생인 아들이 학업까지 중도에 포기했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렇게해서 이 경장은 이무진씨의 콩팥을 기증받고 새 삶을 살게 됐다. 이씨 또한 “난생 처음 나도 남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하니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용솟음쳤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한양대병원에 경무국장을 보내 직원들이 모금한 위로금을 두 사람에게 각각 전달했다.

패션전문업체인 ㈜비제바노는 이무진씨를 ‘이달의 인물’로 선정해 격려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비제바노는 ‘바른 사회 함께 사는 사회’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매달 선행-미담대상자를 선정해 수상해왔다.


격려금을 받은 이씨는 전액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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