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남양주 노래방 도우미 살인사건

경기도 남양주시에 살던 이아무개씨(남‧39)의 직업은 ‘정형사’다. 정육점에서 칼로 고기의 뼈와 살을 발라내는 일이다.

그는 2019년 4월13일 오후 10시25분쯤, 평소 일할 때 사용하는 칼날 길이 32cm의 긴 칼을 가방에 넣고 시내의 한 노래방에 들어갔다. 업주에게 “도우미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얼마 후 도우미 A씨(여‧36)가 들어와 이씨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약 2시간이 지날 무렵 이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나 오늘 누군가 죽이고 자살할 거야”라고 말한 뒤 A씨의 몸을 만지려고 했다.

A씨는 “왜 이러세요”하며 거부했다.

그러자 이씨는 가방 안에 있던 흉기를 꺼내더니 A씨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노래방 업주가 뛰어왔고, 곧바로 119 구급대를 불렀지만 A씨는 끝내 사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노래방 업주는 경찰에서 “2시간 정도 이씨와 A씨의 노래 소리가 들렸는데 이후 룸 안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뛰어가 보니 A씨가 왼쪽 옆구리를 찔려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가족들은 경찰에 “이씨가 평소 알코올 중독과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고, 이씨 역시 “A씨가 심기를 건드려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은 최대 징역 20년이지만 범행 동기와 중대성 등을 고려해 상한을 넘는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던 중 별다른 이유 없이 무방비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으로부터 살해당한 피해자의 원통함과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정신적인 충격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수일 전 흉기를 사 가방에 넣고 있었던 점, 실직과 채무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던 점, 피해자에게 ‘오늘 누군가 죽이고 자살할 거야’라고 말한 점 등에 비춰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거워 상응하는 중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서로 알고 있었던 사이”라며 양형기준을 낮춰 1심보다 형량을 5년 줄였던 것이다. 다만 “강제추행을 거절한 피해자가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며 양형 기준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는 같은 살인죄라도 유형별로 양형을 달리 정하고 있다. 1심은 별다른 이유 없이 불특정인을 향한 ‘묻지마 살인’으로 보고 제3유형인 ‘비난동기 살인’을 적용했다. 제3유형은 기본이 징역 15~20년, 가중할 경우 징역 18년이나 무기징역 이상을 선고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은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작위 살인 범행을 했거나 (그렇게) 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A씨를) 살해했다고 봤다”며 “하지만 우리 법원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살해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피해자를 세 번째 만난 사이라 모르는 사람을 무작정 죽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를 한 번 찌른 뒤 들어온 노래방 업주에게 칼을 휘두르지 않고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있다가 빼았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무작위로 살인을 한다거나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적 살인을 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의 몸을 만지려고 했는데 여러 번 거절당하니 자기를 무시한다는 생각으로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찌른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따라서 제2유형인 보통동기 살인이 적용돼야 하는데 1심은 이 부분에서 오류가 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 일부를 오류로 판단하고 1심보다 형량을 낮추기는 했지만 양형 기준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보통동기 살인’은 양형 기준상 징역 16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돼 있지만 피해자의 잘못이 없고, 유족이 피고인을 엄벌하라고 탄원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이 그 정도로 ‘나를 무시하구나’라고 해 갑자기 칼을 꺼내 살인을 했다는 것은 범행 동기로서 참작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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