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임산부 ‘이별 스토킹’ 살인사건
경북 경산시의 한 아파트에 살던 정아무개씨(여‧30)는 2006년 4월 결혼해 딸을 낳았다.
얼마 후에는 두 번째 아이를 임신했다.
아이의 재롱과 태교로 마냥 행복한 일상을 보내야 할 정씨. 하지만 그녀에게는 근심거리가 하나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옛 애인이 문제였다.
정씨는 2001년 9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김남국(32)과 4년 정도 사귀다가 헤어졌다. 이후 그와 연락을 끊었다. 남녀 사이는 헤어지면 서로 제 갈길 가는 게 순리다. 하지만 김씨는 결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씨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자 병적인 집착을 보이기 시작했다.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더니 그때부터 약 3년 간 정씨를 추적했다. 그는 집요했다. 정씨가 사는 곳을 알아내자 그때부터 협박과 스토킹으로 이어졌다.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협박했다.
남편에게 “사귄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괴롭혔다.
심지어 가족들에게 까지 협박하기 시작했다. 정씨와 그의 가족들은 김씨로 인해 평화로웠던 일상이 완전히 무너졌다. 하루하루 협박에 시달리며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김씨는 갖은 명목으로 민·형사 소송까지 제기했다.
정씨는 김남국의 협박을 견디기 힘들었다. 어떻게든 정씨의 스토킹과 괴롭힘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의 협박 등 증거를 수집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2007년 부산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렇게 하면 김씨의 협박과 스토킹이 멈출 줄 알았다.
하지만 김남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송이 오가면서 악 감정이 극에 달했고, 결국 정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김씨는 정씨 주변을 배회하며 동선 파악에 들어갔다.
그리고 평일 오후 일정한 시간에 딸을 어린이집에서 혼자 데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김씨는 이때를 노리기로 했다.

그는 칼, 망치, 청테이프, 노끈, 수건 등 범행에 사용할 도구를 준비했다. 왼쪽 허리에는 칼이 든 칼집을 찼다. 승용차를 렌트해 범행 후 도주 준비까지 마쳤다.
2009년 5월25일 오후 2시10분쯤 김씨는 흉기를 소지하고 정씨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정씨는 평소처럼 어린이집에서 수업을 마친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세 살 난 딸은 엄마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정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김남국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순간적으로 정씨를 밀어 넘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 정씨의 얼굴을 내리쳤다.
얼마나 세게 내리쳤는지 망치 자루가 부러질 정도였다. 이미 이성을 잃은 김씨는 괴물 그 자체였다. 그는 부러진 망치 자루로 정씨의 얼굴을 수차례 내리찍었다. 정씨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피투성이가 됐다.
김씨는 다시 가방에서 칼을 꺼내 정씨의 머리와 얼굴, 가슴, 배 등을 무려 26차례에 걸쳐 온 몸을 난도질 했다. 정씨의 딸은 엄마가 흉기에 찔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또 엄마의 몸에서 나온 피를 흠뻑 뒤집어쓰는 등 참혹한 광경이었다.

김씨는 아파트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수사기관의 조사와 재판과정에서 전혀 반성하거나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가 살해 동기를 제공한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는 등 인면수심의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김씨를 영원히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3년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협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도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뒤 피해자 딸이 보는 앞에서 임산부인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거의 보이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