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모스크바 동물원서 84세로 사망한 ‘히틀러의 악어’


아돌프 히틀러(1889-1945)는 독일 나치의 총통이자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패색이 짙어지자 1945년 4월30일 베를린 함락 직전 권총 자살했다.

당시 베를린 동물원에는 ‘새턴'(Saturn·토성)이라는 악어가 있었다. 1936년쯤 미국 미시시피에서 사로잡혀 이곳으로 보내졌다.

히틀러는 전쟁 전 이 동물원을 자주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이 악어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역사가들은 이때부터 새턴은 히틀러의 개인 애완동물 중 한마리가 됐다고 한다. 역사가들 중에는 ‘개인 애완동물’이 아니라 동물원의 다른 동물보다 이 악어를 좋아했을 뿐이라는 반론도 제기한다.

1943년 11월 연합군이 베를린을 폭격할 때 이 동물원도 피해가지 못했다. 대형 수족관이 포탄에 맞아 대다수 악어가 죽고 몇 마리만 살아남았다. 이 중 한 마리가 새턴이다.

이후 새턴은 나치 독일이 항복한 지 1년 뒤인 1946년 영국군에 의해 발견된다. 지난 3년 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지난 행적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새턴은 동맹국인 구소련에 인계돼 1946년 모스크바의 한 동물원으로 보내졌다. ‘히틀러의 악어’라는 특수성 때문에 동물원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새턴은 사육사를 알아볼 수 있었고, 솔로 마사지를 받는 것을 좋아했으며, 화가 나면 철로 만든 집게와 콘크리트 조각을 이빨로 거뜬히 부서뜨릴 정도로 힘이 셌다고 한다.


여러 차례 죽음의 위기도 모면했다. 1980년대 수족관에서 새턴은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에 맞아 하마터면 숨질 뻔했다. 또 한 방문객이 집어던진 돌멩이에 머리를 얻어맞아 몇 개월 동안 치료를 받기도 했다.

위험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새턴은 동물원에 온지 74년 만인 2020년 5월22일 8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보통 야생 악어의 평균 수명이 30~50년인 것에 비하면 새턴은 엄청 장수한 셈이다. 크기는 3.5m다. 긴 세월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모스크바 동물원은 2020년 7월23일 트위터에 새턴을 씻기는 짤막한 영상과 함께 “어제 아침 새턴이 노환으로 죽었다”며 “우리는 74년 동안 새턴을 지킬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글을 올려 부고를 알렸다.

동물원은 또 “새턴은 우리에게 하나의 시대였다”며 “우리는 그의 눈을 바라보고 그의 곁에 있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은 “한때 독일 나치당 당수 아돌프 히틀러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악어 새턴이 22일 사망했다”고 전했다. 새턴은 박제돼 모스크바에 있는 국립 생물학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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