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동거남에 빠져 27개월 딸 죽게 한 비정한 엄마


지난 2008년 피아무개씨(여·당시 20세)와 정아무개씨(남·당시 28세)는 연애를 시작했다.

얼마 뒤 두 사람에게는 아이가 생겼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고, 출산 직전 혼인신고를 해서 부부가 됐다. 그리고 2010년 딸 지향이를 낳았다.

지향이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약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키도 작았다.

결혼계획 없이 아이를 낳다보니 부부는 육아를 무척 힘들어했다. 지향이가 태어나면서 부부는 싸움이 잦아졌다. 생후 6개월쯤부터 부부싸움의 정도가 심해졌고, 툭 하면 이혼 얘기가 나왔다.

피씨가 지향이를 못 키우겠다고 하자 결혼도 안 한 고모에게 맡겨졌고, 고모는 자신의 딸처럼 정성들여 키웠다. 지향이가 생후 18개월쯤 되자 다시 부모인 동생부부가 데려갔다.

지향이 할아버지는 아들 부부에게 방을 얻으라고 돈을 마련해 줬다. 하지만 피씨는 2012년 4월 지향이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부부도 파경을 맞았다. 이혼신고를 하지 않아 이때까지도 법적으로는 부부 상태였다.

그런데도 피씨는 자신보다 두 살 연하인 김아무개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고, 새 살림도 차렸다. 살림방은 지향이 할아버지가 마련해준 돈으로 마련했다.


지향이 엄마가 새 남자를 만나면서 지향이는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다. 피씨와 동거남은 지향이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을 어린이집에 맡겼다. 지향이는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지내야 했다.

어린이집이 쉬는 날에는 혼자 집에 방치됐다.

그러면서 피씨와 동거남은 밖에 나가 술을 마시거나 심야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피씨는 게을렀다. 평소 아침 잠이 많은데다 밤 늦게까지 동거남과 밖에 나돌아다니다 보니 지향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힘들어했다. 어린이집 통학버스를 놓치는 일도 잦았다.

2013년 2월부터는 아예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같은해 2월24일 피씨는 지향이와 외출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던 중 지향이가 넘어졌다. 지향이 머리에 혹이 났고, 이때부터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밥도 잘 먹지 않고, 잠이 많아졌다.

그리고 3월16일 오후 8시쯤 지향이는 자신이 살던 원룸 화장실에서 두 번째 넘어졌다. 이때도 머리에 탁구공만한 크기의 물혹 2개 생겼다. 구토를 심하게 한 후 잠이 들었다. 피씨는 지향이 상태가 심각했는데도 병원에 데려갈 생각은 하지 않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했다.

지향이는 또 다시 혼자 집에 방치됐다.

피씨는 이날 밤 늦게까지 동거남과 영화를 보고는 다음날 새벽 2시쯤 집에 들어왔다. 지향이는 잠들어 있었다. 오전 8시쯤 동거남 김씨가 출근했고, 피씨는 오후 4시쯤에 일어났다.

지향이를 흔들어 깨워 밥을 먹이려 했으나 일어나지 않자 그냥 놔뒀다. 3월18일 오전 피씨와 동거남은 자는 지향이를 두고 출근했다. 일어나면 먹으라고 비닐을 뜯어놓은 빵과 빨대를 꽂아둔 우유를 두고 나갔다.


하지만 갓 세 살을 넘긴 지향이가 그것도 아픈 몸으로 빵과 우유를 제대로 챙겨먹었을리 만무했다. 지향이는 오전에 찬 기저귀를 갈지 못하고 하루종일 차고 있을 때도 있었다.

이날 밤 9시40분쯤 퇴근한 피씨가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봤더니 지향이는 동공이 풀린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들춰 안고 종합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이틀 뒤 숨졌다. 병원 검사 때 지향이의 위에는 남은 음식물이 하나도 없었다. 지향이는 ‘급성외인성 뇌출혈’이라는 사망진단을 받았다.

피씨와 동거남은 지향이를 급하게 화장했다. 병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가 아니면 경찰 조사를 거쳐야 한다. 지향이의 경우도 경찰 조사를 거친 후 화장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그런데 피씨와 동거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개인병원 의사는 지향이의 사망 원인을 ‘단순 뇌출혈’로 사망종류는 ‘병사’로 고쳐 사체 검안을 해줬다. 25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물론 불법이다. 지향이의 몸은 이렇게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가 됐다.

지향이 사건은 그냥 묻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문을 들은 지향이 할아버지 친구가 경찰에 알리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또 지향이 고모가 인터넷 블로그에 억울한 사연을 올리면서 사망 원인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대구 달서경찰서는 피씨를 유기치사·아동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동거남 김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향이 엄마는 수사 과정에서 ‘잘못했다’고 반성했으나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죽은 딸 보다 동거남과의 헤어짐이 아쉬웠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알고 보니 피씨의 직업은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있는 어린이집 교사였다.

법원은 유기치사죄 등을 적용해 지향이 피씨에게 징역 4년을, 동거남 김씨에게는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또 지향이가 병으로 숨진 것처럼 검안서를 허위로 작성한 의사 양아무개씨(65)와 장의사 김아무개씨(47)에게는 각각 징역 1년6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씨에게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의 친모로서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저버린채 방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데 대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피씨는 여기에 불복하고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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