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으로 2명 살린 ‘아기천사’ 길재흥군
길재흥군은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6살, 8살 터울의 형, 누나와도 잘 지내던 아이였다.
2016년 1월14일, 길군은 가족들과 함께 차량을 타고 이동중이었다. 오후 3시36분, 길군이 탄 SUV 승용차가 차량 결함으로 인천국제공항도로에 멈춰섰다.
이때 뒤에서 달려오던 광역버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길군의 할머니가 숨졌고, 엄마와 11살 누나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뒷좌석에 할머니와 함께 탄 재흥이도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행을 피한 건 아빠와(44)와 고3이 된 형 뿐이었다.
길군의 아버지는 7년간 중국에서 회사 주재원으로 일하다 한국 본사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일어난 사고였다.
급히 인근의 국제성모병원으로 이송된 재흥이는 상태가 심각했다. 의료진들이 응급조치를 했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고, 여기에 뇌부종이 심해지면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아버지 길씨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아들의 회복을 간절히 기원했다. 하지만 깨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료진의 말에 절망한다.
길씨는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기에 이른다. 고심 끝에 장기기증을 결심하고 병상에 있던 아내(42)의 동의를 얻어 의료진에 이같은 뜻을 전했다.
재흥이 아버지는 “옹알이만 듣고 아직 대화도 제대로 해 보지 못 한 채 아들을 보내 가슴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우리 천사가 다른 생명을 구하고 하늘나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재흥이의 장기를 적출해 간과 신장은 2명에게 이식됐다. 아이는 생후 22개월 만에 불치병을 앓는 또래 2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됐다.

한국장기기증원은 “어린이 장기기증은 매우 드물다”며 “장기 사이즈가 비슷한 다른 어린아이들에게 이식돼 더욱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재흥 군의 아버지는 “희망이 있다면 어떻게든 살리고 싶지만, 자꾸만 변해가는 재흥이의 상태를 보며 결국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어딘가에서 또 다른 생명이 되어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장기기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장기기증 현실이 너무 암울하다. 재흥이가 전한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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