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실종 17년 만에 돌아온 ‘경찰관 아들’ DNA의 반전


인류의 역사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증명해 왔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거대한 재앙은 수많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남겨진 이들에게는 평생 지우지 못할 깊은 슬픔의 흉터를 남긴다.

뜻하지 않은 이별을 맞이한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실날 같은 희망을 품은 채 평생을 그리움 속에서 살아간다. 2004년 겨울, 인도양을 집어삼킨 그날의 비극 역시 수많은 가정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모든 것을 집어삼킨 그날

그해 12월26일 아침,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앞바다의 초대형 지진은 시속 800킬로미터(km)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바닷물을 몰고 왔다. 최고 30미터(m) 높이의 이 거대한 파도는 인도양 연안 12개 나라를 뒤흔들었다.

지구촌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큰 자연재해로, 24만 명이 넘는 사람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만 13만 명이 세상을 떠나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피해가 집중된 반다아체 지역에서 20대 젊은 남성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자이날 아비딘(남)도 이 파도에 휩쓸렸다. 거센 물살이 지나간 자리에서 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나라에서는 그를 실종자로 분류한 뒤 사망 처리했고, 가족들 역시 눈물 속에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렇게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2021년 3월 초, 아체 지역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40대 남성 환자의 사진이 인터넷 공간에 올라왔다. 사진을 올린 이는 과거 실종된 아비딘의 젊은 시절 경찰 제복 사진을 나란히 붙여 놓았다. 두 사람의 눈매와 코, 입술 모양은 한눈에 보아도 똑 닮아 있었다.

소식을 접한 아체주 지방경찰서는 사진 속 인물이 진짜 동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병실에서 마주한 남성은 17년 전 사라진 아비딘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다.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당시 60대 어머니와 가족들도 남성을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가족들은 남성의 이마에 남은 흉터와 오른쪽 귀에 있는 점을 가리키며 그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마의 상처는 그가 어릴 적 화장실에서 넘어지며 생겼던 자국이었다.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아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는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꿈만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남성은 당시 입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기억을 잃고 눈만 멀뚱멀뚱 다소 멍한 모습을 보였지만, 옛 동료들과 가족들은 살아 있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 감동적인 사연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기적의 생존자’로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과학이 던진 뜻밖의 반전

기쁨도 잠시, 인도네시아 경찰은 행정적인 신원 확인을 마무리하기 위해 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밟았다. 남성의 지문을 채취하고 가족들과의 유전자(DNA)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나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장에 있던 모두를 커다란 혼란에 빠뜨렸다.


병원에 있던 남성의 유전자가 아비딘 가족들의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이다. 외모는 물론이고 어릴 적 다쳤다는 이마의 흉터 위치와 귀의 점까지 똑같았지만, 과학은 두 사람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람의 눈과 기억이 만들어낸 완벽한 일치가 과학의 분석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가족들과 동료들이 그토록 확신했던 기적은 어쩌면 아들을 간절히 보고 싶어 했던 마음이 만들어낸 착시였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 수많은 언론의 카메라와 사람들의 관심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하지만 병실에는 여전히 이름 모를 한 40대 남성이 남아 있다.

그는 2004년의 그날, 어떤 일을 겪었기에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이 정신병원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아비딘의 가족들이 품었던 17년간의 그리움은 이제 어디로 향해야 하는 것일까.


기적은 아주 잠시 슬픈 가족의 곁을 찾아와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 주었지만, 그 온기가 떠난 자리에는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두 개의 슬픈 운명이 홀로 남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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