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유기·반려견 연쇄 살해 ‘양주 고교생 개 도살단’ 사건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오산리에는 한 건설회사가 위치해 있었다.

2011년 12월30일 새벽 1시쯤 이 회사에 괴한들이 침입했다. 이들은 회사 안을 두리 번 거리더니 공터에서 키우던 강아지 두 마리를 끌고 가려다 한 마리는 실패하고, 이중 ‘뽀순이’를 훔쳐갔다.

유기견이었던 뽀순이는 회사 직원인 A씨가 데려다 8년 정도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견이었다.

A씨는 아침에 출근해서 뽀순이가 보이지 않자 회사 폐쇄회로(CC)TV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10대로 보이는 아이들 여러 명이 어슬렁거리며 개를 훔쳐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A씨는 뽀순이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붙였고, 보름 만인 2012년 1월14일 근처 하천변에서 사체를 발견했다. 몸에는 학대받은 흔적이 있었다.

A씨는 뽀순이를 죽인 범인들을 찾기 위해 동물사랑실천협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협회는 제보를 통해 범인들이 양주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 7명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협회는 이들의 구체적인 범행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뽀순이의 사체 사진과 사건 내용을 명시하고 사례금 100만원을 내걸고 목격자를 찾기 시작했다. “양주시 소재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7명이 개를 죽이거나 끌고 가는 현장을 목격한 분들의 제보를 기다린다”며 “제보 한 건 당 100만원을 사례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범행 증거 확보를 위해 인근 지역에 현수막 3개를 추가로 달았다. 그러나 현수막을 거는 족족 철거됐다. 해당 고교생 학부모들은 “동물들이 있는 보호소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수십 건의 시민제보가 협회로 들어왔다. 언론에서도 취재에 나서면서 이 사건은 금세 전국 이슈로 떠올랐다. 동물애호가들은 관할 경찰서 홈페이지에 미온적인 수사를 성토하는 글을 올렸다. 협회 측은 “경찰이 고등학교 학생들이 벌인 일이라며 조용히 덮고 넘어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사람이 아닌 동물을 죽였다고 그 죄를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고등학생들이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고도 자랑을 하고 다녔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난 여론이 일자 경찰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담당 경찰관은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본 사건에 대해 은폐나 축소를 할 마음이 전혀 없다. 그 학생들이 개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면 마땅히 관련법에 의해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한치의 의혹도 없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고교생들이 죽인 개는 뽀순이 만이 아니었다. 최대 18마리를 죽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범행 대상은 유기견 뿐만 아니라 주인이 있는 개들도 포함됐다.

범행 수법은 극히 잔인했다. 둔기로 때리기는 기본이고 개를 하늘로 던져 올린 다음 발로 차올리거나 불로 지지는 등 갖은 학대를 다했다. 피해견이 도망가도 끝까지 쫓아가서 죽였다고 한다.


협회는 “제보에 따르면 고교생 7명은 2~3시간에 걸쳐 개를 발로 차고 던지며 몽둥이로 때렸을 뿐만 아니라 개의 몸에 불을 붙이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일당 중 주범겪인 학생은 스스로 ‘개신’이라고 칭하면서 “개 수십 마리를 죽였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을 정도다.

주변에는 이들의 동물학대를 직접 본 학생도 있으며 이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도 많았다.

다른 학생을 억지로 끌고 가 개를 죽이는 장면을 강제로 보게 한 일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범행은 주로 몸집이 작은 소형견들이 대상이 됐다. 언론에서는 이들을 통칭해 ‘고교생 개 도살단’이라고 명명했다.

경기 양주경찰서는 개를 훔친 뒤 도살한 고교생 서아무개군(18) 등 2명에 대해 특수절도 및 동물학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법원이 2명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동물 학대 사건으로는 최초 구속수사가 진행됐다.

이들 7명에게는 2010년 11월 말부터 한 달 동안 무려 개 9마리를 훔쳐 잔인하게 도살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범인들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법원은 7명 전원을 소년부에 송치했다. 재판부는 “비교적 장성한 나이에도 생명의 귀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타인의 반려동물을 훔쳐 장난삼아 해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한때 비뚤어진 생각과 집단심리 속에서 잘못된 행동에 이르렀으나 대부분 전과도 없는 평범한 고교생들로 이번 일로 인해 생명의 소중함과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후 꿈을 가지고 학업을 계속해 사회구성원으로 살고자하는 열망이 강한 점, 피해자와 합의된 점, 가족들도 철저히 선도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 소년부에 송치해 피고인들을 돕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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