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수원 여대생 납치 살인사건


성에 굶주린 한 짐승에 의해 한 여대생이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혹자들은 ‘술 먹은 탓’을 말하는데 그건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자기가 변을 당하려고 술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

2015년 7월13일 저녁, 수원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A씨(여,22)는 수원역 인근에서 남자친구 B씨를 만나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이 오순도순 술잔을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술기운이 온 몸에 퍼졌다.

두 사람은 자정쯤 술집에서 나왔다. 이때는 이미 취기가 오를 대로 올라 인근 거리에 주저앉아 잠시 눈을 붙였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건설회사 임원이던 윤아무개씨(45)였다. 그는 A씨가 술에 취해 길에서 자는 것을 보고는 흑심을 품는다. 윤씨는 A씨 주변에 인적이 드문 때를 기다렸다가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 하자 B씨에게 접근했다.

윤씨는 B씨를 따돌리기 위해 “여자가 토했으니 물티슈를 사오라”고 시킨다. B씨가 편의점에 가자 ‘기회는 이때다’며 A씨를 강제로 납치했다. 키 150cm, 몸무게 45kg의 왜소한 체격의 A씨. 술에 취한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물티슈를 사서 A씨에게 돌아온 B씨는 깜짝 놀랐다.

조금 전 까지 함께 있던 A씨와 의문의 남성 윤씨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약 1시간 정도 주변을 찾아다녔지만 A씨를 찾을 수가 없었다. 더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B씨는 오전 1시18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최초 범죄가 발생했을 때부터 1분 1초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범죄 피해자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를 구하기에 1시간은 너무 길었다.

그사이 윤씨는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

최초 사건발생 지점인 수원역 앞 노상에는 폐쇄회로(CC)TV 한 대가 있었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윤씨가 A씨를 끌고 가는 장면은 포착되지 않은 것이다.

윤씨는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A씨를 부축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승용차까지 끌고 간 것으로 추정됐다. 수원역 인근은 유동인구가 많아 밤에는 불야성을 이룬다. 이런 번화가에서 윤씨는 대담하게 A씨를 납치한 것이다.

A씨와 남자친구가 함께 있는 모습.

술에 취해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A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는데 성공한 윤씨는 더욱 대담해졌다.

그는 범행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도청 인근의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A씨를 끌고 간 것도 회사 건물이었다. 이곳은 오후 6시 이후에는 1층 출입문을 폐쇄하고,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된 문만 개방하기 때문에 적합한 범행 장소라고 본 것이다.


윤씨는 A씨를 성폭행하기 위해 3층 남자화장실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옷을 벗기려고 하자 A씨는 강력하게 저항했다.

A씨가 저항하면서 화장실 내부 바닥 타일이 깨졌고, 좌변기가 움직일 정도로 바닥과 접착부분이 분리됐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격렬하게 저항했던 것이다.

결국 성폭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윤씨는 A씨를 목졸라 살해한다.

이후 그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14일 오전 1시16분쯤 A씨의 시신을 등에 업고 건물을 내려와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 그리고는 회사 건물을 빠져나와 수원서부터미널, 영통 경희대 등 수원 일대를 배회하다 오전 7시쯤 수원을 빠져나와 평택 방면으로 향했다.

윤씨의 목적지는 평택 진위면의 한 배수지(정화과정을 거쳐 깨끗해진 물이 가정에 공급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거치는 연못). 그는 여기에 A씨의 시신을 유기했다.

이곳은 윤씨가 건설회사를 다니면서 공사했던 인근이다. 그가 A씨를 살해한 후 시신유기 장소로 쉽게 떠올렸던 것도 평소에 지리를 봐 뒀기 때문이었다.

윤씨는 오전 3시쯤 용인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뒤 옷가지를 챙겨 나온다. 그는 시신을 유기한 장소가 불안했던지 다시 승용차를 타고 평택으로 가서 한 번 더 살폈다. 그런 윤씨의 차량은 도로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윤씨는 오전 6시에 수원역 근처에 있는 회사에 다시 들렀다.

이곳 3층 남자화장실은 윤씨가 A씨를 살해한 곳이다. 이런 동선으로 볼 때 윤씨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자신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려고 범행장소를 다시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남자친구 B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원역 일대에서 A씨를 찾아 수색했다. 경찰의 추적범위가 점점 윤씨에게 좁혀오고 있었다. 이것을 본 윤씨는 용인 집에 다시 들렀다. 그리고는 오전 8시쯤 집에서 나왔고, 강원도 원주를 거쳐 충북 충주댐을 경유한 뒤 다시 원주 귀래면의 한 저수지로 갔다.

그는 그곳의 나무에 목을 매 자살했다. 그는 죽기 전 가족과 회사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윤씨의 시신은 14일 오후 5시30분쯤 수색 중이던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성욕을 채우려고 20대 여대생을 살해한 짐승은 이렇게 최후를 맞았다. 윤씨의 차량 트렁크에서 A씨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과 혈흔 추정 얼룩 등이 나왔다.

A씨의 시신은 실종된 지 33시간 만인 15일 오전 9시45분쯤 평택시 진위면 배수지에서 발견됐다.

A씨가 사라진 지 33시간, 납치·살해 용의자 윤씨가 자살한 지 16시간 만이다. A씨의 시신은 옷이 벗겨진 상태로 배수로 옆 풀숲에 나뭇가지로 덮인 채 버려진 상태였다. 시신 주변에서는 A씨가 입었던 옷 등 유류품도 발견됐다.

A씨의 몸에는 다수의 타박상이 있었다.

국과수 부검결과 사망원인은 ‘경부압박질식사(목졸림사)’로 확인됐다. 윤씨의 대담한 범행수법과 주도면밀함을 봤을 때 ‘여죄’가 강하게 의심됐지만 그가 자살해서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A씨가 실종된 후 동생은 누나를 애타게 찾았다. SNS를 통해 제보를 기다렸다. 그토록 살아있기를 바랐던 누나는 차가운 시신이 돼서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