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하다 신부 숨지자 언니 대신 결혼한 동생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결혼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가장 눈부시고 행복한 축제였다. 온 가족과 이웃의 축복 속에서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이기에, 그곳은 언제나 웃음과 환희로 가득 차기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가장 눈부신 축제의 공간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가장 가혹한 비극의 무대로 변하기도 한다. 기쁨이 절정에 달한 순간 찾아온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을 요구한다.
죽음이 갈라놓은 예식장, 통곡 속에서 열린 대책회의
2021년 5월 말,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작은 마을 사마스푸르는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신랑 망게시 쿠마르(Mangesh Kumar)와 신부 수르비(Surbhi)의 전통 혼례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인도의 전통 결혼식은 보통 몇 날 며칠 동안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힐 정도로 화려하고 성대하게 열린다.
두 사람은 하객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서 서로의 목에 화환을 걸어주는 ‘자이마라’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이는 인도 혼례에서 서로를 부부로 받아들인다는 뜻을 담은 중요한 절차다. 수르비의 얼굴에는 수줍은 미소가 가득했고, 식장은 축복의 열기로 뜨거웠다.

그러나 화환이 서로의 목에 걸린 직후, 수르비가 가슴을 움켜쥐며 자리에서 쓰러진다. 식장은 혼란스러웠고, 가족들은 비명을 지르며 급히 동네 의사를 불렀다.
의사가 숨 가쁘게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응급 처치를 했으나 수르비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였다. 신부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야 할 그날, 세상과 허망하게 작별했다. 몇 분 전까지 웃음 가득했던 식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양가 가족은 갑자기 닥친 비극 앞에서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슬픔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양가 어른들은 장례를 치르기 전, 결혼식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긴급회의를 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식을 중단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은 달랐다. 논의 끝에 양가는 신부 수르비의 여동생인 니샤(Nisha)를 언니 대신 신부로 내세우기로 합의했다.

수르비의 오빠는 훗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전했다. “누이가 쓰러진 뒤 양가 가족이 모여 앉았다. 그때 누군가 동생 니샤가 언니를 대신해 결혼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양가 모두가 동의했다.”
결정이 내려지자 상황은 기이하게 흘러갔다. 가족들은 숨진 수르비의 시신을 결혼식장 바로 옆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수르비가 입을 예정이었던 혼례복은 동생 니샤에게 건네졌다.

지참금과 사회적 시선, 비극을 덮어버린 현실의 무게
인도 사회에서 이토록 비현실적인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뿌리 깊은 관습과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먼저 인도에서 결혼식은 집안의 기둥이 흔들릴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큰 행사다. 특히 신부 측이 신랑 측에 현금이나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제공하는 ‘다우디'(Dowry)라 불리는 결혼 지참금 관습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신부 측 가족은 이미 모든 혼례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식을 취소할 경우 감당해야 할 경제적 손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미 합의된 지참금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신랑 측의 사정도 있었다. 인도의 일부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결혼식장에 왔던 신랑이 신부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문에 닥친 큰 불운이나 수치로 여기기도 한다. 신랑 측은 이러한 사회적 시선과 오명을 피하고자 했다. 결국 현실의 이해관계가 슬픔이라는 인간의 감정보다 앞선 셈이다.
이 모든 결정 과정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언니 대신 신부 대기실로 떠밀려 간 여동생 니샤였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축복이 아닌 가혹한 형벌에 가까웠다.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선택할 권리는 고사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언니를 애도할 최소한의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신랑 망게시와 니샤 사이에는 그 어떤 대화나 교감, 사랑의 감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언니의 남편이 될 뻔했던 낯선 남성과 부부의 연을 맺어야 하는 현실은 니샤에게 거대한 벽과 같았다.
니샤는 단지 가족의 경제적 파산을 막고, 가문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집안 어른들의 압박 때문에 자신을 희생해야 했다. 자신의 인생과 감정은 철저히 배제된 채, 현실의 무게에 이끌려 내려진 결정이었다.
실제로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예식장 안의 공기는 얼어붙어 있었다. 축하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도,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방에서는 수르비의 이모와 어머니가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니샤 역시 화려한 신부 화장 아래로 슬픔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물을 훔치며 굳은 표정으로 식장에 서 있었다.
축제가 끝난 뒤에 찾아온 슬픔
새로운 신랑 신부의 예식이 모두 끝난 뒤에야 비로소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하객들이 떠나고 결혼 축가가 잦아든 식장은 다시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가족들은 옆방에 있던 수르비의 시신을 밖으로 운구했다. 새신랑 망게시와 현실의 압박 속에 신부가 된 니샤, 그리고 양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르비를 추모하는 마지막 의식이 눈물 속에서 치러졌다. 수르비의 시신은 전통 방식에 따라 화장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주인공이 되어야 했던 날,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린 언니. 그리고 언니의 옷을 입고 평생을 사랑 없이 살아갈 반려자를 맞이한 동생. 비극과 축하가 동시에 스쳐 지나간 그 마을의 예식장 안에는, 현실이라는 무게 앞에 감정과 미래를 모두 묻어야 했던 이들의 깊은 한숨만이 오래도록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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