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안성 외국인 여성 납치 살인사건


경기도 안성의 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작업반장이었던 김아무개씨(50)는 다른 사람 몰래 10대 미성년자와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졌다.

그 상대는 다름 아닌 자기 아들의 여자친구 A양(18)이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관계를 가진 김씨. 그의 패륜 행각은 오래가지 못했고, 2017년 10월 말 들통나면서 숨겨진 두 얼굴이 백일하게 드러났다.

김씨는 더 이상 회사에 다닐 수 없다고 판단하고 무단결근을 했다.

그는 지방으로 도주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혼자 가기는 싫었고, 함께 동행할 대상을 골랐다. 그는 같은 회사에 다니던 불법체류자 신분의 태국 국적 추티마씨(여·29)를 떠올렸다.

김씨는 그해 10월부터 1주일에 2~3차례 추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출퇴근을 도왔다. 김씨는 추씨를 유인할 방법을 생각하다 그녀가 불법체류자 신분인 것을 악용하기로 했다.

11월1일 오전 9시쯤 추씨는 야근을 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왔다. 피곤한 몸을 쉬려고 하던 차에 김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에서 너를 불법체류자로 단속하기 위해 나왔다. 도망가야 한다”며 빨리 나오라고 했다.


추씨는 ‘불법체류자 단속’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서 부랴부랴 김씨에게 달려갔다. 김씨는 다급하게 나온 추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웠다. 추씨를 불러내는데 성공한 김씨는 그녀를 태우고 전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같은 날 오후 10시쯤에는 경북 영양군에 도착했다.

추씨는 서서히 김씨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행동거지가 무척이나 수상했던 것이다. 그녀는 김씨에게서 어떻게든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씨에게 “차에서 내려달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김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치려 했지만 김씨에게 붙잡혀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

추씨는 김씨가 점점 무서워졌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졌다. 그녀는 다시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김씨가 방심한 틈을 타 차에서 내려 정신없이 뛰었다. 김씨도 추씨의 뒤를 쫓았고, 얼마 가지 못해 그만 따라 잡히고 만다.

김씨는 바닥에 있던 돌을 주어 추씨의 얼굴 부위를 마구 내리쳤다. 추씨는 김씨에게 참혹한 죽임을 당했다. 발견당시 추씨의 시신은 턱이 함몰된 상태였다.

추티마씨는 지난 2006년 18세의 나이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경기 안성시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 취업해 10년을 일했다. 추씨에게는 태국에 남자친구와의 사이에 태어난 13살 중학생 딸이 있었다. 그녀는 관광비자로 입국해 출국하지 않은 불법체류자였다.


미등록 외국인 신분으로 생활하는 내내 강제 출국의 공포에 시달렸다. “출입국 단속을 피하게 해주겠다”는 김씨의 말에 따라나섰다가 봉변을 당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로움에 떨던 추티마씨는 살해되기 직전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말도 자주했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추씨와 같이 바람을 쐬러 가려고 했는데 빨리 돌아가자고 해서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의 말을 의심했다. 그가 추씨를 성폭행하려다가 살해한 것으로 봤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1심은 중감금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피해자를 장시간 감금하다가 살해했고, 범행수법이 잔혹해 피해자는 참혹한 고통과 충격 속에서 생명을 잃었다”며 “김씨는 피해자의 유족들을 위해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여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도 원심을 그대로 인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멀리 이곳까지 와서 희망을 품고 일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이국땅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며 “이런 행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히 물어서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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