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피살사건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강북삼성병원은 1968년 11월2일 경교장 터에 개원했다. 이곳에는 분야별 전문의들이 포진해있다.

2018년 12월31일 오후 5시45분쯤 강북삼성병원 3층 신경정신과 임세원 교수(47) 진료실에 박아무개씨(30)가 찾아왔다. 조울증을 앓던 박씨는 정신질환으로 격리 입원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환자였다.

박씨는 수 개월 동안 통원치료를 받지 않다가 이날 뜬금없이 진료실을 찾았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오후 늦게까지 진료를 보던 임 교수는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씨의 행동이 수상했다. 진료실에 들어온 그가 출입문을 잠그고 흉기를 꺼내 임 교수를 위협했다.

다행히 진료실에는 만약의 상황에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임 교수는 본능적으로 이곳으로 피했다.

임 교수는 그대로 있지 않았다. 진료실 밖에 있는 간호사가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피실을 나와 복도로 뛰며 “빨리 피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40m쯤 도망가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넘어졌다. 뒤쫓아 온 박씨는 임 교수에게 달려가 가슴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임 교수는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 모습을 본 의료진이 응급실로 옮겨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실시했으나 오후 7시30분쯤 사망했다.


박씨는 간호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했다. 경찰은 피해자 전담요원을 지정해 유족 심리안정, 피해자구조금 지급 등 피해자보호 활동을 진행했다.

박씨는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자신을 치료했던 의사를 계획적이고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으로 유가족들이 충격과 고통을 받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고 일반 국민에게도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겼다”며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이라거나 죄책감이 없다고 하는 등 반성이 없는 점들을 참작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임 교수는 두 아이의 아빠고 아내에게 친구 같은 남편이었다고 한다. 또 박씨 같은 정신질환 환자들로부터 누구보다 존경받는 의사였다고 한다”며 “그런데 진료 예약 없이 무작정 자신을 찾아온 박씨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수락했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범행으로 유족들은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고, 앞으로 이런 고통과 슬픔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서 “이 사건을 접한 국민들도 매우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줘 의료인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임세원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야 할까 고민했지만, 피고인의 정신 질환이 큰 원인이 된 점 등을 감안했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도 원심을 인용해 판결했다.

2020년 9월 보건복지부는 임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했다.

임세원 교수는 1996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임상조교수를 거쳐 2006년 지금의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겼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대학의 방문 교수로 연수를 다녀왔다. 임 교수는 우울증과 조울증 등 정신분야 전문가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부소장을 맡으며 직장인들의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와 관련한 논문 100여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불안의학회 학술지 편집위원장을 맡는 등 국내 불안의학 학술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그는 생전 ‘자살예방’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프로그램개발 및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11년에는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보듣말)를 개발했다. ‘보듣말’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전국에서 7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선정한 ‘생명사랑대상’을 받기도 했다.

임 교수도 자살충동을 경험했다.

만성 허리디스크 통증으로 인해 우울증상을 겪었고, 자살 직전까지 갔다고 고백했다. 만성통증을 이기기 위해 자신이 의사이면서도 민간요법을 찾기도 했다. 그만큼 고통스러웠다는 의미다. 2016년에는 자신의 아픔을 바탕으로 자살예방을 위한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냈다.

“지금이 내 인생 최악의 순간이라고 느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가 삶을 지속하는 한 적어도 최악은 없다고 확신한다. 앞으로도 가끔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부러지지는 않겠다고, 보다 정확히는 스스로를 부러뜨리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삶이 바로 내 희망의 근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실제로 자살 생각 나아가 자살 시도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진짜 죽음을 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죽음이야말로 고통을 없애주는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즉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결코 죽음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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